[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초호화 군단의 리그. 가장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는 리그. 스페인 라리가는 현대 축구의 발전상을 따라는 과정에 결코 놓쳐선 안될 무대다. ‘Football1st’는 세계 축구의 1번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축구 소식을 보다 깊이 들여다 보고자 한다. 한준 기자가 빠르고 특별하게 준비한다. <편집자 주>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11일 새벽(한국시각) 올 시즌 여섯 번째 패배를 당했다. 라스팔마스와 치른 ‘2016/2017 코파델레이’ 16강 2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이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8강 티켓은 아틀레티코가 가져갔다. 그러나 안방에서 무려 3골을 내주고 당한 패배는 작지 않은 실망감을 남겼다. 

라스팔마스는 올 시즌 라리가 무대에서 시즌 초반 인상적인 돌풍을 일으킨 팀이다. 카나리아 제도를 연고로 해 원정 경기 부담이 워낙 큰 상대이기도 하지만, 빠르고 간결한 패스 플레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주목 받고 있다. 17라운드까지 진행된 라리가에서 6승 6무 5패를 기록하며 승점 24점으로 8위를 달리고 있다. 여전히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허점 드러나는 아틀레티코 수비

라스팔마스전에 드러난 문제는 수비 간격이었다. 라스팔마스는 아틀레티코 특유의 타이트한 압박의 허점을 잘 공략했다. 후반 12분 마르코 리바야의 골은 단독 돌파에 이은 과감한 중거리슈팅에서 나왔지만, 후반 44분과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동점골과 역전골은 반대 전환을 통해 아틀레티코 수비 공간의 빈틈을 무너트리며 나왔다. 두 골 모두 우측 배후에서 좌측 전방 빈 공간으로 깊숙한 패스를 찔러 넣으며 아틀레티코 수비를 균열시켰다. 라스팔마스 뿐 아니라 여러 팀이 아틀레티코를 만나면 공략하는 부분이다. 

실점 과정을 살펴보면 수비 라인이 조직적으로 간격을 타이트하게 유지하지 못한 순간이 있었고, 더불어 일대일 상황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아틀레티코 포백 라인의 중심적 역할을 하던 라이트백 후안프란과 센터백 디에고 고딘은 여전히 노련하게 경기를 이끌고 있지만, 폭발력을 지닌 상대 공격수를 직접 상대할 때 문제를 보이고 있다. 아틀레티코는 이들의 대안을 찾기 위해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영입했으나 여전히 이들이 중심 선수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이 패배는 코파델레이에서 나왔지만, 라리가에서 당한 4번의 패배 역시 가볍게 넘길 상황은 아니다. 현재 승점 31점으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는 아틀레티코의 현실적인 목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 확보다. 무패를 달리고 있는 레알마드리드가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승점 40점에 도달했고, 세비야와 바르셀로나가 각각 36점과 35점으로 뒤를 잇고 있다.

아틀레티코의 지난 패배가 우려되는 것은 직접적인 4위권 경쟁자들에게 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세비야와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해 시즌 첫 번째 패배를 당했다. 11월에는 레알소시에다드와 원정 경기에서 0-2로 진 것에 이어 레알마드리드와 홈에서 치른 더비전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12월에는 바이에른뮌헨과 UCL 최종전에서 0-1로 진 뒤 비야레알 원정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비야레알은 승점 30점으로 5위, 레알소시에다드는 승점 29점으로 6위에 올라 있다. 아틀레티코의 뒤를 바싹 쫓고 있는 팀이다. 라스팔마스전 패배는 리그 경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장 타격이 없지만, 아틀레티코 공략법을 다시금 드러낸 경기다. 매달 패배하고 있는 아틀레티코는 1월 22일에 또다른 상위권 경쟁팀 아틀레틱클럽(빌바오)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 역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대진이다. 

최근 바르사에 일격을 가한 아틀레틱클럽은 승점 27점으로 7위에 올라 있는 팀이다. 선 굵은 역습 전략을 펼치는 아틀레틱클럽은 도약을 위해 아틀레티코전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세비야의 돌풍와 비야레알, 레알소시에다드, 아틀레틱클럽의 약진으로 아틀레티코는 ‘3강’ 지위에서 내려오고 있다. 

#득점 기복이 심한 그리즈만-가메로 콤비

최대 강점이었던 수비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큰 기대 속에 구성된 ‘GG’ 투톱의 화력도 숙제다. 지난 2015/2016시즌에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앙투안 그리즈만이 최근 3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케빈 가메로가 침묵하고 있다. 가메로는 최근 7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라스팔마스와 2차전에는 결장했고, 에이바르와 라리가 경기에서도 선발에서 제외됐다.

라리가를 기준으로 본다면 그리즈만의 성적도 과히 좋지는 않다. 지난 주말 에이바르전 득점은 무려 9경기 연속 무득점 끝에 나온 득점이다. 그리즈만은 지난 해 10월 2일 발렌시아 원정에서 득점한 이후 두 달 넘게 라리가 무대에서 골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아틀레티코에는 페르난도 토레스와 앙헬 코레아 등 대안 공격수들도 있지만 어느 누구도 확실한 선발 카드가 되지 못하고 있다. FIFA 징계로 새로운 선수를 보강하기도 어려운 시점에 시메오네 감독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1년 12월 아틀레티코 감독으로 부임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햇수로 6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점진적으로 선수단을 리빌딩히며 팀을 강화해왔으나, 이제는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해 보인다. 서로를 위해 이별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메오네 감독은 과거 선수 생활을 했던 인터밀란 감독으로 부임할 거라는 소문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아틀레티코에서 라리가, 코파델레이, 유로파리그,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UEFA슈퍼컵 등 다양한 우승컵을 안긴 시메오네 감독의 마지막 미션은 두 차례나 준우승에 그친 UCL 우승이다. 올 시즌 다른 무엇보다 UCL에 집중하고 있다. 라리가와 코파델레이의 고전 속에도 UCL에서는 조별리그 초반 5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일찌감치 16강을 결정한 바 있다. 어쩌면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UCL에 '올 인'하는 것이 영리할 수 있다.

코파델레이 패배에도 시메오네 감독은 부정 보다 긍정을 말했다. 감독이 나서서 선수단에 경고를보낼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위기론에 시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아틀레티코는 모든 대회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마지막 5분이 좋지 않았지만 난 언제나 긍정적인 부분을 보려고 한다. 긍정적인 자세로 팀이 발전할 부분을 보는 것이다. 이번 경기에도 좋은 부분이 많이 있었다. 코파델레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전혀 놀랄 것이 아니다. 그리즈만은 훨씬 더 좋아졌고, 코레아도 발전하고 있다. 패배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8강에 올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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