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강원FC가 화려한 1군으로 화제를 모으는 동안 우린 유소년부터 내실을 다지겠다.' 대구FC가 말한 영입 전략이다.

손현준 대구 감독은 지난 6일 중국 쿤밍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났다. 두 승격팀 중 화제를 독점하는 쪽은 강원이다. 손 감독은 기존 멤버들의 조직력을 살리는 동시에 유소년 선수들을 적극 육성하고, 경쟁력을 보이는 선수는 1군에도 보탬이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기성용 이청용 같은 재능, 있습니다

손 감독은 서울의 전신인 안양LG에서 선수 생활 대부분을 보내다 2003년 은퇴했다. 이듬해부터 서울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대구 코치를 시작해 김해시청에 3년 다녀온 걸 제외하면 늘 대구에서 일했다. 이영진 전 감독의 수석코치였던 손 감독은 지난해 이 감독의 사임 이후 감독 대행을 맡아 승격에 일조했다. 올해부터 정식 감독으로 1군을 지휘하게 된다. 안양 시절엔 감독과 선수로, 지금은 사장과 감독으로 조광래 사장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조 사장과 인연이 오래된 만큼 손 감독은 유소년 육성에 익숙하다. 서울은 조 사장이 감독이던 시절 파격적인 유소년 정책을 시도했다. 2003~2004년에 이청용, 고명진, 고요한 등이 중학교를 중퇴하고 일찌감치 합류해 10대 때부터 프로 경험을 쌓았다. 이 세대가 서울을 지탱하는 저력이었다. 이들이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이래 서울은 K리그에서만 우승 3회, 준우승 1회를 달성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당시 2군 코치로서 이청용 등을 지도했던 손 감독은 대구에서도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 사장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다. 대구는 중퇴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은 쓰지 않지만 유소년 육성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다.

“조 사장님이나 저나 서울 있을 때 육성 프로젝트를 많이 했어요. 이청용과 같은 아이들이 팀의 밑거름이었죠. 그 선수들의 힘을 받은 경우예요. 그런 걸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당장 좋은 선수들 데려오면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지만 그걸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내실이 있고 명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팀을 만드는 게 더 어렵잖아요. 유망주에 대한 투자는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손 감독에게 ‘어린 선수를 1군에 기용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당연히 있다는 대답이 돌아옸?? 대구는 U-20 대표팀 전지훈련 멤버 중 미드필더 김대원과 박한빈을 보유하고 있다.

“고등학교 마치고 온 친구들이죠. 16일에 포르투갈 전지훈련으로 출발하는 친구들입니다. 둘 다 작년 R리그를 거치면서 상당히 좋아졌어요. 고등학생 이상의 힘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R리그가 중요한 거예요. 성인 선수와 부딪칠 수 있는 장이잖아요. 프로 형들과 부딪치면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되는지 느낌을 파악하고, 그 다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보강해서 정면으로 부딪쳐 보는 거죠. 이 과정을 통해서 프로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거예요. 아기자기한 기술은 이 선수들이 성인들보다 나을 수도 있어요.”

K리그 챌린지에 머무르지 않고 클래식으로 승격했기 때문에 유망주들에게 갈 기회는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경쟁력을 보여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두 유망주가 5~6월에 걸쳐 U-20 월드컵을 경험하고 나면 부쩍 성장할 것이고, 후반기엔 “어리게 볼 수 없는 큰 선수”로 발돋움할 거라는 기대가 있다.

“이청용, 기성용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선수들은 그 밖에도 많이 있어요. 당장 주전으로 써먹을 순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쓰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돼요. 이 팀을 언젠가 떠난다면 후배들과 유망주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그게 지도자의 길이 아니겠어요?”

 

브라질 선수, 잘 고르는 게 아니라 잘 대접해주는 것

대구는 강원처럼 큰 화제를 모은 선수 없이 조용히 전력을 보강해 왔다. FC안양, 대전시티즌을 거친 미드필더 김선민과 부천FC에서 뛴 수비수 한희훈 등을 영입했다. 브라질 선수 위주로 짜인 공격진은 기존의 에델과 세징야에 레오, 주니오가 합류한 4인 체제로 개편됐다.

손 감독은 아직 영입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암시했다. “지금도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에 경쟁력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영입이 있으면 좋죠. 미드필드에서 힘을 더 받쳐줄 큰 선수가 있으면 좋을 거예요. 프런트에서도 이 점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기다려봐야 할 것 같아요.”

대구의 관건은 K리그 챌린지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브라질 출신 공격진이 클래식에서도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의 브라질 선수들은 2015년 45골, 2016년 39골을 합작했다. 그중엔 브라질로 돌아갔다가 수원삼성으로 이적해 클래식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조나탄처럼 긍정적인 선례가 있지만 현재 보유한 4명의 경쟁력은 경기를 치러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손 감독은 자신이 있다. 브라질 선수를 잘 데려온다기보다 잘 활용하는 것이 대구의 노하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독들이 “눈이 삐었을 리” 없다고 말한 손 감독은 어느 선수에게나 장점은 있고, 그걸 살려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지난 감독님들 때도 그렇고 저도 마찬가지예요. 장점을 주로 보고 영입합니다. 누구나 선수 비디오를 열심히 보고 현지에 가서 확인도 하죠. 그런데 전 그렇게 생각해요. 데려온 뒤의 분위기 조성이 더 중요하다고. 일단 합류한 선수는 한국 선수와 똑같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가족같이 허심탄회하게 대해요. 우리 팀에서 자신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그만큼 노력하고 잘해줘야 한다는 걸 알려줍니다. 사생활은 편하게 해 주고요. 그게 노하우라면 노하우죠. 데려왔으면 잘 활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거.”

손 감독은 대구 선수들과 함께 중국 쿤밍에서 2월 1일까지 훈련한다. 다른 팀들보다 일찍 소집해 체력 훈련을 어느 정도 마쳤기 때문에 쿤밍에서는 연습 경기를 통한 조직력 향상과 실전 감각 향상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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