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마추어 축구계 최고 스타 감독인 김병수 전 영남대 감독이 마침내 프로에 도전한다. 서울이랜드FC와 3년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1군을 이끈다. 성공한다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는 도전이다.

김 감독은 2010년부터 아마추어 축구계의 스타 감독이었다. 그러나 프로팀으로 가진 못했다. 축구인들 사이에서의 평판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는 가운데,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대학 무대에서 거둔 성과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특히 최종 결재권을 가진 고위 관계자들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을 선호하는 경우가 잦다.

김 감독은 ‘비운의 천재’라는 별명대로 선수 시절 부상에 발목 잡혀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1998년 지도자로 전향한 뒤 고려대학교 코치, 포항스틸러스 2군 코치, 포항제철고 코치 등을 거쳐 2008년부터 영남대를 이끌어 왔다. ‘스타 선수 출신’과 ‘프로 지도 경력’이라는 두 가지 요건과 모두 거리가 있다.

K리그 감독이 프로 세계에 입문한 과정을 보면 몇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2002 한일월드컵’ 세대를 비롯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최근 ‘대세’다.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됐거나(남기일, 조진호 등)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다가 프로 전환과 함께 K리그를 이끌게 된 경우(조덕제 등) 등이 있다.

학원축구 성과를 인정받아 프로 감독에 스카우트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부터 K리그 팀이 감독을 교체할 때마다 김 감독과 이장관 용인대 감독은 여러 차례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후보에만 머물렀다. 2016시즌 도중 K리그 클래식 4팀이 감독을 교체했는데 그중 2팀은 내부 인사를 끌어올렸고, 2팀은 K리그 경험이 있는 감독을 선임했다.

김 감독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아마추어와 프로의 생리가 다르다’는 회의론을 자연스레 반박하는 꼴이 된다. 다른 아마추어 감독들의 프로 진출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지도력을 보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학 감독은 프로 감독보다 더 큰 권한을 갖는 경우가 많다. 20대 초반 선수들만 다루는 것과 다양한 연령의 선수들을 다루는 것도 차이가 있다.

한국은 하부리그 감독이 한 계단씩 올라가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다. 3부에 해당하는 K3리그에서 K리그 챌린지로 승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프로 산하 유스팀을 제외하면 아마추어 지도자와 프로 지도자가 분리된 것 같은 분위기도 있다.

독일은 3~5부 감독이 1부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잦다. 현재 RB라이프치히 돌풍을 이끌고 있는 랄프 하젠휘틀 감독도 3부리그 운터하힝부터 시작해 능력을 인정받으며 팀을 옮겨 다녔다. 한국의 대학 출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생리를 비교적 잘 안다는 기대를 받기도 한다. 서울이랜드 측은 “김 감독이 세련되고 특별한 축구를 해 줄 거란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이랜드는 2017시즌을 앞두고 전력 변화가 크다. 주민규와 김동철의 입대를 비롯해 주축 선수들이 이탈했고 외국인 선수 영입이 무산돼 다시 선발해야 한다.

김 감독은 큰 폭의 리빌딩이 벌어지는 서울이랜드를 이끈다. 창단해부터 조원희, 김재성, 김동진 등 베테랑들이 거쳐가며 주전으로 뛰었던 서울이랜드는 올해도 베테랑 김태수를 영입하긴 했지만 대체로 더 어린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다. 선수 육성을 잘 하는 김 감독이 역량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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