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MSN’이 모두 출격했으나 최전방까지 공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아틀레틱빌바오의 압박에 무너졌다. 2017년 첫 경기부터 우려가 커졌다.

6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에서 ‘2016/2017 코파델레이(국왕컵)’ 16강 1차전을 가진 빌바오가 바르셀로나를 2-1로 꺾었다. 지난 2015년 수페르코파에스파냐에서 바르셀로나를 4-0으로 대파한 뒤 2년 반 만에 홈에서 또 바르셀로나를 잡았다.

바르셀로나는 약간 무리한 일정 속에서도 주전을 총출동시켰다. 특히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의 ‘MSN’ 공격진이 모두 선발로 등장했다. 세 선수와 수비수 제라르 피케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동료들보다 길게 보냈고, 경기 이틀 전에야 팀 훈련에 합류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는 우려는 경기에서 현실이 됐다.

빌바오는 특히 홈에서 바르셀로나를 거칠게 압박하며 당혹시키는 플레이가 익숙하다. 선수단이 원래 거칠고 투쟁적인 팀 전통에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시절(2011~2013) 본격적으로 정착된 전방 압박이 더해졌다. 바스크 민족 선수 위주로 구성되는 팀 특성상 수년째 멤버가 바뀌지 않아 조직력도 좋다. 겨울 휴식기를 마치고 후반기 첫 경기를 가진 빌바오 선수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충만한 상태에서 바르셀로나를 괴롭히는데 전력을 다했다.

경기 전개를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여기 대비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엔리케 감독은 “빌바오를 상대하는 전형적인 경기였다. 우리가 공격을 전개할 때 실수를 저지르면 빌바오가 이득을 취했다”고 했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빌바오 감독 역시 “우리가 이렇게 플레이한 건 처음이 아니다. 빌바오는 바르셀로나 상대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전반 25분 선제골이 빌바오의 압박에서 나왔다. 최근 흔들리는 바르셀로나 미드필드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수인 베테랑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실수를 했다. 이니에스타의 전진 패스를 이투라스페가 슬라이딩 태클로 끊어냈다. 공을 잡은 미켈 산호세가 오른쪽으로 재빨리 스루 패스했고, 라울 가르시아가 문전으로 크로스를 보냈다.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은 이나키 윌리엄스에게 정신이 팔려 니어포스트 쪽으로 쏠려 있었다. 파포스트 쪽으로 혼자 침투한 아리츠 아두리스는 고개만 까딱 하는 가벼운 헤딩슛으로 빈 골대에 공을 집어넣은 뒤 환호했다.

3분 뒤 나온 추가골도 압박의 결실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조르디 알바가 스로인 상황에 이어 공을 멀리 걷어냈다. 중앙선을 넘지 못한 공을 이번에도 이투라스페가 헤딩으로 끊어냈다. 마침 문전에서 벗어나 있던 아두리스가 절묘한 힐 킥으로 문전에 보냈다. 아두리스 대신 중앙에 가 있던 윌리엄스가 수비보다 빠르게 반응하며 강력한 슛을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바르셀로나가 평범한 측면 공격 전개에 실패할 줄 예상하지 못한 현지 중계 카메라는 관중석을 잡아주고 있었다. 그 정도로 의외인 상황이었다.

추가골 당시 빌바오는 가르시아와 에네코 보베다를 동원해 바르셀로나의 스로인 전개를 강하게 압박했다. 알바가 센터백에게 패스하면 아두리스가, 골키퍼에게 패스하면 윌리엄스가 달려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알바는 잘 쓰지 않는 오른발로 공을 걷어내려다 실수를 저질렀다.

빌바오의 승리엔 행운도 따랐다. 전반전 막판 네이마르가 사비에르 에체이타에게 걸려 넘어졌으나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 후 “주심이란 어려운 일이다. 굳이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겠다”며 우회적인 불만을 밝혔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깔끔한 필드골 전개를 한 번도 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후반 7분 메시가 그리 좋지 않은 위치에서 멋진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절정의 킥 감각을 발휘했으나 필드골을 넣지 못했다.

개인 능력으로 몇 차례 빌바오를 헤집은 건 가장 돌파력이 살아있는 네이마르였다. 네이마르는 두 명의 퇴장을 이끌어냈다. 후반 29분 네이마르를 거칠게 막아보려던 가르시아가 디딤발을 걷어차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 6분 뒤 이투라스페의 두 번째 경고를 이끌어낸 것 역시 네이마르의 돌파였다. 한편 메시는 후반 34분 문전에서 공을 잡고 침착하게 두 명을 제치며 특유의 기술을 발휘했지만 세 번째로 달려든 산호세의 백태클에 공을 빼앗겼다.

바르셀로나가 2014/2015시즌 MSN을 모두 모으자마자 3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전술적으로 밀리는 날에도 세 선수의 압도적인 공격력이 골을 만들어내고, 곧 주도권까지 되찾아오기 때문이었다. 산 마메스 원정이 늘 어렵다는 걸 감안해도 후반기 첫 경기에서 MSN이 보여준 존재감은 부족했다. 막판 10분은 빌바오 선수가 두 명이나 빠진 상태에서 진행됐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이 패배는 일시적인 컨디션 관리 실패 때문일 수도, 아니면 최근 우려를 산 경기력 하락의 연장선상일수도 있다.

바르셀로나의 팀 경기력도 우려 대상이다. 전반기 내내 미드필드 조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바르셀로나는 패스 플레이의 질이 경기마다 요동쳤다. 후반기 첫 경기에 세르히오 부스케츠, 이니에스타, 이반 라키티치로 2014/2015시즌 조합을 다시 가동했으나 이번에도 MSN에게 매끄럽게 공을 전달할 수 없었다. 팀 전체 경기력이 하락한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바르셀로나는 9일 비야레알 원정으로 후반기 첫 라리가 경기를 갖는다. 12일 바르셀로나 홈구장 캄노우에서 바르셀로나와 빌바오의 코파델레이 16강 2차전이 열린다. 발베르데 감독은 “캄노우 경기는 길고 힘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은 유리하다”고 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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