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무수한 변수가 들끓는 K리그에서 무패우승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북현대가 드디어 무패우승을 이룩하는 듯 했으나 단 5경기 남은 가운데 패배했다. 쉬운 상대로 예상됐던 제주유나이티드가 전북의 기록 도전을 가로막았다.

15일 전북 전주시의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4라운드를 가진 전북은 제주에 2-3으로 패배했다. 앞선 33경기에서 18승 15무를 거두고 있던 전북은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제주는 15승 7무 12패다.

경기 전 여유 있어 보이는 쪽은 전북이었다. 전북은 제주 상대로 거의 지지 않는 팀이었다. 최근 4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뒀고, 지난 9월 무승부 역시 최강희 감독이 “거의 이기는 경기”였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조성환(징계), 최규백, 김형일(부상) 등 수비수들의 집단 이탈이 불안했지만 최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과 라이트백 최철순을 중앙 수비수로 이동시켜 스리백을 형성해 해결했다.

제주는 경기 전날 논란의 대상이었다. 김인수 전 포항 코치가 급히 감독으로 부임하고, 조성환 전 감독은 수석코치로 내려갔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노리는 상황에서 조 코치가 P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지 못해 생긴 해프닝이었다. 김 감독은 훈련을 딱 한 번 지휘해보고 이 경기에 나섰다. 실질적인 전술 구상은 여전히 조 코치가 하고 있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대로라면 혼란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었다.

 

‘준비된 스리백’ 제주의 역습, 전북 스리백은 우왕좌왕

실제로 경기력에서 앞선 팀은 제주였다. 전북은 국가대표에 소집됐다 돌아온 김보경, 이재성, 김신욱이 선발 명단에서 빠졌고 낯선 스리백까지 하느라 조직력이 부족했다. 반면 제주 선수들은 3-4-3 포진을 바탕으로 빠른 역습을 할 준비가 끝나 있었다. 탐색전을 지나 정운의 프리킥이 전북 골대를 맞혔고, 최전방에 선 안현범의 스피드가 여러 차례 전북 수비를 위협했다.

경기는 전반 막판부터 혼전 양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전반 44분 김호준 골키퍼가 공을 잡고 착지하다 에두의 정수리에 걸려 공을 놓쳤다. 이 공을 이동국이 툭 밀어 넣으며 첫 골이 나왔다. 이동국의 K리그 통산 190호골이자 에두의 K리그 재복귀 이후 첫 공격 포인트였다.

실점한 뒤 제주의 경기력은 오히려 더 향상됐다. 후반전 초반은 제주가 압도했다. 두 팀 다 3-4-3 포메이션에 가까워 미드필드가 얇은 가운데 빠른 패스워크로 상대 미드필드를 공략하는 쪽은 제주뿐이었다. 앞선 7경기에서 스리백을 토대로 4실점만 내준 팀답게 더 빠른 속공이 가능했다.

전북 수비진은 실수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후반 5분 이근호의 슛을 박원재가 투지 넘치는 태클로 가로막은 건 좋았지만, 이근호가 다시 크로스를 올리고 안현범이 헤딩으로 연결해 마르셀로가 마무리할 때까지 전북 수비는 우왕좌왕했다. 전북은 로페즈와 이재성을 교체 투입하고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공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전북이 공격을 주도하고, 제주는 날카롭게 역습하는 식으로 경기가 전개됐다. 후반 28분 이재성이 페널티 지역 안에서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동국의 킥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전북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제주는 곧바로 실속을 챙겼다. 후반 30분 이창민의 스루 패스를 안현범이 절묘한 침투로 받아낸 뒤, 빠른 타이밍에 권순태 골키퍼를 마비시키고 골을 터뜨렸다. 안현범 특유의 고속 침투가 빛났다.

전북이 후반 37분 신형민의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동점을 만든 뒤 더욱 수비라인을 끌어올렸는데, 이번에도 수비가 허둥대다 다시 리드를 빼앗겼다. 2분 뒤 전북 수비가 우왕좌왕 하며 흘린 공을 교체 투입된 김호남이 왼발로 차 넣었다. 점점 전북의 첫 패배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후반 19분에 김신욱을 투입하며 이미 모든 교체카드를 쓴 전북은 그 멤버 그대로 더욱 공격에 전념했다. 전북의 저력은 후반 4분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4차례의 득점 기회를 만들 정도로 강했다. 그러나 신형민의 중거리 슛을 이번엔 김호준이 막아냈고, 이동국의 멋진 힐 패스는 정혁의 부정확한 슛으로 이어졌고, 이재성의 코너킥을 김호준이 놓쳐 문전으로 흘렀을 때는 임종은이 미처 발을 대지 못했다. 마지막 기회인 이재성의 프리킥은 혼전 끝에 골킥이 됐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골대 앞에 있던 이동국, 임종은, 박원재는 그대로 쓰러졌다. 박원재는 무릎까지 꿇고 있었다. 제주 선수들은 서로 끌어안고 우승이라도 한 듯 기쁨을 나눴다.

 

전북, 마침내 서울에 따라잡혔다

김인수 감독은 첫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전북이 언젠가 한 번은 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우리 팀이라 다행이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는 깔끔한 소감을 밝혔다. 전북이 공격적으로 나올수록 제주의 가장 큰 무기인 속공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 특히 전북이 다급한 중거리 슛이나 무리한 크로스를 시도할 때 루즈볼을 따내 속공으로 연결하는데 집중한다는 것이 제주의 전략이었다. 제주는 준비된 승리를 거뒀다.

최 감독은 무패 기록이 깨진 것에 대해 “홀가분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상대팀이 아니라 다른 적들과 싸워 왔다”며 판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특히 “첫 골 장면에서 완벽한 파울이 살아서 진행됐고 골이 됐다. 그런 부분이 한두 장면이 아니고, 우린 계속 감수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전북이 60점을 유지했고, 2위 FC서울이 같은 시간 울산현대를 꺾으며 승점 동률로 따라붙었다. 전북은 다득점에서 앞서 간신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스플릿 시스템 적용 이후 첫 경기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결과가 나왔다. K리그 출범 이후 한 번도 없었던 무패 우승은 이번 시즌에도 볼 수 없게 된 대신 리그 순위표는 더 흥미로워졌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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