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포항스틸러스가 아시아챔피언을 향한 길에 나섰다. 포항은 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시드니풋볼스타디움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4차전을 가진다. 1승 1무 1패로 2위를 기록 중인 포항은 3위 우라와레즈와 승점이 같아 승리가 절실하다. 

16강을 향한 중요한 길목이지만 포항의 최진철 감독은 단 16명만을 원정에 동행시켰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을 병행하며 주로 경기에 나서던 선수들이 대거 원정에 동참했다. 특히 신화용, 양동현, 라자르, 문창진 등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굵직한 선수들이 원정에 참가하지 않고 포항에 남았다.

일부 팬들은 부임 초기부터 리그에 집중할 뜻을 내비친 최진철 감독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경기 전날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지는 경기를 준비하는 감독이 세상에 어디있나?”라고 반문했다. 최 감독의 원정 스쿼드 구성은 고민의 산물이다.

포항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리그를 병행하며 평균 3~4일에 한 번씩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시드니 원정에서 돌아오면 ‘우승 후보’ 전북과 홈 경기를 치르고 이후에는 수원과 상주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 이후에는 역시 ‘우승 후보’ 광저우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홈 경기를 치른다. 

최진철 감독은 체격 조건과 체력에서 우세한 시드니와의 일전을 앞두고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골문은 김진영이 지키고, 올 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한 최호주를 비롯해 유강현 정원진 등의 선발이 유력하다. 일단 전반을 버티고 후반에 승부수 띄운다는 계획이다. 최 감독은 “상대가 공격적인 부분에서 더 강하게 나올 수도 있지만,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 포항도 승리가 절실하기에 어떤 시점에서는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 공격전환의 시점은 아직 미정이지만 수비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했다.

그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젊은 선수들은 경험에서 부족함을 노출할 수 밖에 없다. 대신 최 감독은 강한 동기부여로 경험의 빈 공간을 채우겠다고 했다. 그는 "태국 동계전지훈련 당시 선수들이 의지와 투지를 보여줬다. 그런데 경기를 나서지 못하면서 스스로 먼저 '나는 어차피 출전하지 못할거야'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위치를 결정해버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하나하나가 다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들이다. 동기부여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드니 원정을 떠난 선수들은 동계훈련 당시 1군으로 분류된 선수와의 자체 연습경기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줬다. 주전을 향한 강한 승부욕이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포항과 맞붙는 시드니는 자국 A리그에서 7위로 중하위권을 달리고 있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2승 1패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포항을 잡고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 팀의 분위기를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최진철 모험이 실패한 도박으로 끝날지, 성공적인 도전으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포항스틸러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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