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공격수 오군지미, 슈팅 4개 모두 유효 슈팅

[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우려가 확신으로 바뀌었다.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지나간 영광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벨기에 공격수 마빈 오군지미(29, 수원FC)가 K리그 클래식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리며 수원FC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수원FC는 3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치른 광주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2016’ 3라운드 경기에서 마침내 클래식 승격 후 첫 승을 거뒀다. 후반 3분 정조국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뒤집기에 성공했다. 지난 13일 성남FC와 홈 개막전 당시에도 선제골 허용 후 김병오의 동점골로 비긴 수원FC는 또 한번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수원FC가 보여준 뒷심의 배경에는 교체 투입된 두 명의 공격수가 있었다. 먼저 전반 29분에 윤태수 대신 김병오가 들어갔다. 측면 파괴력이 살아났다. 후반 15분 이재안 대신 오군지미가 들어가자 전방도 묵직해졌다. 김병오와 오군지미의 협력 플레이가 살아났다. 조덕제 감독은 미리 준비했던 승부수로 수비형 미드필더 김근환을 전진배치했다. 오군지미와 김근환이 투톱으로 서면서 광주 수비가 무너졌다.

동점골은 후반 37분에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승현이 길게 넘겨준 크로스 패스를 김근환이 헤딩 패스로 떨궜고, 문전 우측에서 오군지미가 깔끔한 오른발 슈팅으로 밀어 넣었다. 후반 44분에 이승현의 역전골이 나왔는는데, 이 과정에도 김근환과 오군지미의 콤비 플레이가 있었다.

오군지미가 찔러준 공을 왼쪽 측면에서 김근환이 발뒤꿈치 패스로 밀어줬고, 이를 오군지미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 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흐른 볼을 이승현이 밀어 넣었다. 규정상 어시스트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골의 지분 절반 이상이 오군지미에게 있었다.

#두 차례 득점 뒤에 슈팅 고민 있었다

두 차례 득점 상황에 대해 오군지미는 본능 보다 이성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가진 오군지미는 오른발로 넣은 첫 골에 대해 “사실 난 왼발잡이”라며 왼발 슈팅을 먼저 고려했다고 말했다. “갖다 대기만 하면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른발로 차야 하는 위치였기 때문에 오른발을 썼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득점이 나온 과정에서도 슈팅 전 고민이 있었다. 찰나의 순간, 두뇌회전이 번개같이 이뤄졌다. “원래 강하게 때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꿔서 구석으로 비껴 찼다. 포스트를 맞고 나왔지만 주장이 잘 마무리해줬다.”

오군지미의 두 골 과정에는 김근환과의 콤비 플레이가 있었다. 오군지미는 “팀 플레이에 대한 훈련은 했지만 김근환과 득점 상황을 미리 준비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김근환이 수원FC 내에서 최고의 파트너라고 밝혔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그가 원래 공격수 출신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이 맞춰본 시간이 많지만 지만, 김근환은 내가 우리 팀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다. 김근환은 팀을 위해 모든 포지션을 다 하는 선수다. 공격수뿐 아니라 미드필더, 수비수로도 뛴다. 날 위해 골을 만들어줘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라서 좋아한다.”

#적장도 인정한 오군지미 클래스, “수원 오면 두렵게 하겠다”

오군지미는 무릎 부상으로 9개월 동안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이 점으로 인해 외부에서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다. 조덕제 수원FC 감독도 “벨기에 대표팀에서 뛰던 경기도 봤는데 최근 영상을 보면 그때보다는 떨어졌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위치 선정과 움직임이 아주 좋다”며 K리그클래식 무대에서 통하기 충분한 실력자라고 기대했다. 오군지미는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9개월 만에 처음 뛰는 것이라 정말 기쁘다. 열심히 훈련했고, 많은 이들이 내가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줬다. 수원 생활을 즐기고 있다. 수원FC를 벌써 사랑한다.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

적장인 남기일 광주FC 감독도 오군지미의 기량이 탁월하다고 인정했다. “골대 앞에서 골 넣을 수 있는 선수다. 박스 안에서 볼을 주면 슈팅을 연결할 수 있는 선수다.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판단한다.” 오군지미는 단지 득점 상황에서만 빛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이날 시도한 4개의 슈팅을 모두 유효슈팅으로 기록했다.

마무리 과정에서 짧은 순간 최적의 선택을 위해 고민하는 오군지미는 지능적인 골잡이다. 고민의 결과는 대부분 옳았다. 조덕제 감독은 오군지미의 활약에 대해 “좋은 선수라서 데려온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어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했다.

골 세리머니도 범상치 않았다. 두 팔로 만세 자세를 취한 뒤 무릎 차기 자세로 짜릿한 골을 자축했다. 오군지미는 “아들을 위한 세리머니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오군지미의 아내와 아들, 그리고 딸이 방문했다.

“언제나 골 넣으면 아들을 향해 골 세리머니를 한다. 오늘 경기장에 가족들이 왔다. 어제 아들이 골 넣으면 자기를 위해 세리머니 해달라고 해서 했다. 3일 전에 한국에 가족들이 왔다. 아들의 학교 문제때문에 다음 주 수요일에 떠난다. 6월에 방학을 하면 다시 올 것이다. 수원에 오면서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것 알고 있었다. 이 직업의 일부다. 아들이 아쉬워하지만 아빠는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웃음)”

오군지미의 활약과 3경기 연속 무패 행진에도 조덕제 감독은 “무승부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클래식의 전북현대, 수원삼성, FC서울, 울산현대 같이 리그를 이끄는 명문구단을 아직 못 만나봤다. 더 노력해야 한다”며 과한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오군지미의 목표도 우선은 팀의 방향성과 같다. 그러나 조금 더 야심차다. “계속 많이 골을 넣고 싶다. 그러다 보면 팀도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홈에서 계속 승점을 쌓으면 충분히 잔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 오면 모두 우리를 두려워하도록 만들고 싶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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