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문(왼쪽, FC서울), 탈레스(오른쪽, 제주유나이티드). 서형권 기자
류재문(왼쪽, FC서울), 탈레스(오른쪽, 제주유나이티드).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김기동 감독의 복귀 준비는 괜찮을 거 같다. 류재문이 FC서울의 중원 고민 해결사로 나타났다. 

16일 오후 4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3라운드를 치른 서울이 제주에 2-0으로 승리했다. 앞서 광주FC, 인천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무 1패를 기록했던 서울은 3경기 만에 마침내 첫 승을 기록했다. 

서울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결과 뿐 아니라 저조한 경기력으로 ‘김기동 매직’을 기대하던 서울 팬들을 실망시켰다. 지난 인천과 홈 개막전에서는 무려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악의 경기를 했다. 제시 린가드만 한 번씩 번뜩였을 뿐, 서울은 슈팅 한 번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중원이었다. 김기동 축구을 보여주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인 미드필더 조합을 아직 찾지 못했다. 광주전에서는 팔로세비치와 한승규, 인천전에서는 시게히로와 팔로세비치를 내세웠지만 모두 실패했다. 김 감독도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경기 전 ‘중앙에 고민이 많으실 거 같다’라는 질문에 “저 운동하고 있다. 복귀하려고 그런다”라며 뼈있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선수 시절 김기동 감독은 K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고민은 해결됐다. 마침내 기회를 받아 서울 데뷔전을 치른 류재문이 뛰어난 활약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나선 류재문은 전반 1분 만에 카드를 받으며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빠르게 경기에 적응했다. 장점인 왕성한 활동량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패스까지 보여주며 중원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후방에서 볼을 지킬 뿐만 아니라 넓게 벌려주는 패스까지 정확했다. 

김주성, 서진수, 류재문, 술라카(왼쪽부터). 서형권 기자
김주성, 서진수, 류재문, 술라카(왼쪽부터). 서형권 기자

류재문 덕에 기성용까지 살아났다. 류재문이 후방에서 지켜주자, 기성용이 하프라인 위쪽까지 올라가 공격을 풀었다. 기성용은 전반 24분 강상우의 패스를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꽂아넣으며 서울 팬들을 열광시켰다. 상대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자, 롱패스도 더욱 정확해졌다. 기성용의 날카로운 전진패스가 연결될 때마다 서울 팬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물론 류재문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오른쪽 수비로 선발 출전한 최준이 지치지 않는 오버래핑과 수비로 측면을 지배했다. 그러나 측면이 살아난 것도 중앙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경기 후에는 ‘칭찬 세례’가 이어졌다. 김 감독은 “재문에게는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고 말했다. 쉬운 것부터 시작을 해서 자신감을 갖는 템포로 가자고 이야기했다. 전반전에 재문이가 좌우로 뿌려주며 활력을 가져왔다. 3선에서 그리는 그림을 본 거 같다”라며 주전으로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김기동 감독(FC서울). 서형권 기자
김기동 감독(FC서울). 서형권 기자

수훈 선수로 나선 기성용도 “재문이가 오늘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지난 2경기를 뛰지 못해 실망했을 텐데 120%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축구에는 굳은 일을 맡아주는 중앙 미드필더가 꼭 필요하다. 지난 시즌 포항에서는 오베르단이 이 역할을 맡아줬다. 류재문도 이에 부합하는 선수다. 서울 역시 그동안 묵묵하게 뒤에서 쓸어줄 수 있는 이런 역할을 할 선수가 필요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류재문은 “경기를 안 나왔어도 뒤에서 준비를 많이 했다. 감독님이 중원에서 많이 싸워주고, 부딪히는 걸 주문하셨다. 초반에 경고를 받아서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차분하게 경기를 하려고 했다. 재미있게 경기를 한 거 같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사진= 서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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