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왼쪽, 전북현대), 김영권(울산HD).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동준(왼쪽, 전북현대), 김영권(울산HD).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울산HD)가 클럽월드컵 진출권까지 걸린 맞대결을 펼친다.

5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과 울산이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을 치른다. 2차전은 12일 오후 7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다.

ACL에서 현대가 더비가 치러진다. 16강에서 전북은 포항스틸러스를 1승 1무로 꺾고 8강에 진출했고, 울산은 반포레고후에 2승을 거둬 8강에 올랐다. 두 팀은 3월 30일에 있을 K리그 경기까지 3월에만 세 차례 맞대결을 펼친다.

양 팀 모두 올 시즌 착실한 보강으로 승리를 노린다. 전북은 지난 시즌 리그 4위에 머문 아픔을 씻기 위해 티아고, 에르난데스 등 K리그에서 검증된 외인 공격수들과 이영재, 김태환, 이재익, 권창훈 등 국가대표 경험까지 있는 선수들을 품에 안았다. 울산은 박용우가 떠난 뒤 해결되지 않던 중원의 아쉬움을 고승범으로 털어냈고 황석호, 김민우, 심상민 등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해 더욱 단단해졌다.

최근 흐름은 울산이 조금 더 좋다. 울산은 올해 치러진 ACL 2경기와 리그 개막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전북이 3경기 1승 2무를 거둔 것에 비해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다만 경기력 자체는 두 팀 모두 완전히 올라온 상태는 아니었다.

각 팀 핵심들이 부상당한 점도 아쉽다. 전북은 공격에 에르난데스, 수비에 홍정호가 빠지면서 공수에 걸쳐 믿음직한 선수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울산은 적응기 없이 날아다니던 고승범이 부상당했고 김기희와 김영권의 선발 출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클럽월드컵 트로피.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클럽월드컵 트로피.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이번 경기는 단순한 현대가 더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8강에서 승리하는 팀은 클럽월드컵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개최될 클럽월드컵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에 1년마다 각 대륙 챔피언과 개최국 대표 구단만 참가하던 대회가 4년 주기로 바뀌면서 참가팀도 전 대륙 32팀으로 늘어났다. 유럽축구연맹이 12장으로 가장 많은 진출권을 얻고 남미축구연맹이 6장으로 뒤를 잇는다. 오세아니아축구연맹과 개최국 대표 구단이 1장씩 가져가는 가운데 북미축구연맹, 아프리카축구연맹 그리고 AFC에는 4장씩 분배된다.

클럽월드컵은 4년 주기로 바뀌면서 그 외연을 크게 키웠다. 총 상금 규모가 무려 25억 유로(약 3조 6,141억 원)에 달한다. 우승 상금은 1억 5,000만 유로(약 2,168억 원)이며, 참가만 해도 5,000만 유로(약 723억 원)을 손에 넣게 된다. 특히 K리그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금액이다.

클럽월드컵 진출권은 AFC 기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ACL 우승팀에 주어진다. 그런데 이번 AFC에서는 특수한 상황으로 남는 티켓이 1장 생겼다. AFC는 2022년까지 춘추제로 운영되다가 2023-2024시즌부터 추춘제로 바뀌면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ACL 우승팀을 3팀만 배출하게 됐다. 따라서 이번에는 ACL 우승팀 외에도 AFC 연맹 랭킹(클럽 계수) 상위 1팀이 클럽월드컵 진출권을 추가로 획득한다.

현재 AFC 연맹 랭킹 1위는 알힐랄이다. 알힐랄은 2021년 우승팀으로 이미 진출권을 획득했다. 즉 2위팀에 클럽월드컵 추가 진출권이 부여된다.

공교롭게도 2위 자리를 놓고 전북과 울산이 다투고 있다. 현재 연맹 랭킹 2위는 전북(79점), 3위는 울산(71점)이다. 만약 전북이 이번 맞대결에서 승리해 4강에 진출한다면 무조건 클럽월드컵에 진출한다.

울산은 조금 더 복잡한 셈법을 해야 한다. AFC 연맹 랭킹은 승리 3점, 무승부 1점, 다음 단계 진출 시 3점이 부여된다. 즉 울산이 전북에 2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한다면 전북을 앞지를 수 있다. 만약 전북에 1패라도 한다면 4강에 올라가서도 승수를 충분히 쌓아야 한다.

현대가 두 팀이 모두 웃는 경우의 수도 있다. 알힐랄, 전북, 울산 3팀 중 하나가 이번 시즌 ACL 우승을 차지하면 된다. 이 경우 클럽월드컵 진출권이 연맹 랭킹 3위에까지 주어지므로 클럽월드컵에서 K리그 2팀이 뛰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게티이미지코리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게티이미지코리아

두 팀을 연맹 랭킹으로 위협할 수 있는 팀은 한 팀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다. 알나스르는 현재 연맹 랭킹 5위로 58점을 보유하고 있다. 4위인 가와사키프론탈레는 16강에서 탈락해 이미 경쟁 상대가 아니다.

알나스르에 상황은 불리하다. 알나스르는 8강 1차전에서 알아인에 0-1로 패해 연맹 랭킹 3점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앞으로 알나스르가 우승하지 않고 쌓을 수 있는 점수는 최대 15점이다. 현재 연맹 랭킹 점수로는 이미 전북을 넘어설 수 없다.

알나스르가 연맹 랭킹으로 클럽월드컵에 진출할 경우의 수는 단 하나다. 전북이 울산에 최소 2무를 거두고 4강에 진출한 다음 우승까지 차지하고, 알나스르는 8강 2차전과 4강 2경기를 모두 승리한 다음 결승에서 전북에 패해야 한다. 그밖에 모든 경우에 알나스르는 클럽월드컵에 진출할 수 없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사디오 마네,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에므리크 라포르트 등 스타 선수들이 클럽월드컵에서 뛰려면 K리그 두 팀이 아주 절묘한 승부를 치러야 한다. 이번 현대가 더비는 최소 700억 원이 걸린 돈의 전쟁이자, 호날두를 비롯한 알나스르 선수들이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ACL 경기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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