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위고 요리스가 미국에서 기묘한 경험을 했다.

요리스는 올겨울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로 이적했다. 2012년부터 11년 넘게 토트넘에 헌신했던 요리스는 올 시즌 떠날 걸 염두에 뒀기 때문에 굴리엘모 비카리오에게 주전을 내줬고, 이적팀을 물색하면서 토트넘 훈련에 참여해 멘토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최근 MLS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요리스는 지난달 25일 열린 시애틀과 개막전에서 LAFC 골문을 지키며 팀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토트넘과 프랑스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훌륭한 반사신경을 미국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무려 선방 6회를 기록하는 등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이번 레알솔트레이크와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섰다. 문제는 경기가 치러진 솔트레이크 시티의 날씨였다. 이날 솔트레이크에는 경기장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폭설이 내렸다. 원래 경기가 시작돼야 할 시간보다 2시간가량 지연될 정도였다.

겨우 킥오프를 시작한 후에도 순탄치 않았다. 불과 4분 뒤 경기장 주변에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더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주심은 다시금 선수들을 경기장 밖으로 불러모았다. 경기가 재개된 건 그로부터 1시간 뒤였다.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솔트레이크에는 경기 내내 눈이 내려 잔디를 덮었다. 경기가 진행되기에는 곤란한 상황이었고, 터치라인과 페널티박스를 따라 눈을 치워 겨우 축구장 구색을 갖췄을 뿐이었다. 특히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은 골키퍼 특성상 요리스는 눈을 온몸으로 받아내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LAFC는 솔트레이크에 완패했다. 눈이 날리는 환경은 상대적으로 홈팀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 18분과 41분 안드레스 고메스, 전반 추가시간 5분 크리스티안 아랑고에게 실점하며 0-3으로 무너졌다. 지난 경기 걸출한 선방을 보여준 요리스도 이번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상대 골키퍼가 선방 7회를 기록하는 불운도 함께했다.

경기 후 스티브 체룬돌로 LAFC 감독은 “경기가 불가능한 조건이었다”며 “내 생애 최악의 프로 스포츠 경기였다. 그 경기는 취소됐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파블로 마스트로에니 솔트레이크 감독은 “정신력이 중요하다. 훈련에서 눈 내리는 상황을 준비하는 건 아니다. 주변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자신의 팀이 상황에 더 잘 대처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사진= 영국 '풋볼런던' 캡처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