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스토크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배준호(스토크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몸싸움이라면 한가닥 하는 수비수가 어깨싸움을 걸어 왔지만, 체격이 더 작은 배준호는 절묘하게 받아치며 오히려 넘어뜨렸다. 골뿐 아니라 잉글랜드에서 살아남기 충분한 보디 밸런스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3일(한국시간) 영국 스토크온토렌트의 벳365 스타디움에서 2023-2024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34라운드를 치른 스토크가 미들즈브러에 2-0으로 승리했다. 스토크는 강등권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그래서 더 소중한 승리였다. 스토크는 강등권 끝자락인 22위에 위치했는데, 바로 위 21위 허더스필드타운과 승점이 같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잔류할 수 있다.

천금과 같은 골을 넣은 선수가 배준호였다. 전반 40분, 밀리언 만호프의 롱 패스가 어수선한 틈에 한 발 뒤에 있던 배준호에게 연결됐다. 배준호가 공을 잡고 문전으로 돌진하기 시작하는데 상대 수비수 루크 아일링이 몸싸움을 걸어왔다.

아일링은 키 185cm로 풀백 중에서는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수비수. 한때 아스널의 유망주였고, 리즈유나이티드 시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는 수준급 선수다. 특히 센터백까지 소화 가능한 수비력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배준호는 아일링의 거친 수비를 절묘한 몸싸움으로 이겨냈고, 아일링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몸싸움으로 수비를 뚫은 배준호가 상대 문전으로 다가가다 정확한 오른발 슛을 골문 구석에 집어넣었다.

테크니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몸싸움 장면이었다. 키가 180cm로 크지 않고, 딱히 근육질로 보이지도 않는데다 주로 드리블 능력을 활용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아일링도 배준호가 딱히 커 보이지 않자 몸으로 제압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혀 밀리지 않았다.

배준호 측 관계자는 “배준호를 더 자세히 관찰해 온 사람이라면 다 아는 장점 그대로 나온 장면이다. 원래 힘보다는 보디 밸런스에 장점이 있는 선수라 상대가 먼저 부딪쳐 올 경우 받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일링이 도전해 올 때도 요령 없이 어깨만 대는 게 아니라 디딤발을 넣으면서 무게중심을 잡고,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넘어뜨리는 걸 볼 수 있다.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잉글랜드에서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하며 몸이 두꺼워졌다. 배준호는 현지 적응을 위해 영어 선생님을 두 명 구해 하루에 두 번씩 수업을 받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영국에서 반년 정도 생활한 지금은 현지에서 챙겨주는 가족과 함께 근처 버밍엄, 맨체스터 나들이를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편해졌다.

배준호(스토크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배준호(스토크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배준호(스토크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배준호(스토크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득점이 늘어난 건 스티븐 슈마허 감독의 주문 때문이다. 시즌 도중 알렉스 닐 감독이 경질되고 슈마허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배준호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 이번 시즌 합류한 배준호는 원래 성향대로 크게 돋보이지 않는 성실한 미드필더 역할에 주력했지만, 팀에서는 직접 해결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여전히 슛의 횟수는 적은 편이지만 결정적인 기회가 온다면 망설이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 최근 2경기 연속골을 넣은 배준호가 더 자주 활약해줘야 스토크는 강등을 면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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