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드리블 방향이 바뀌면 슛 하는 발도 바뀌고, 오른쪽과 왼쪽에서 마치 거울로 본 것처럼 대칭이 되는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손흥민만 가능한 일이다.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27라운드를 치른 토트넘이 크리스탈팰리스에 3-1로 승리했다. 에베레치 에제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티모 베르너,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연속골로 승부를 뒤집었고, 손흥민의 리그 13호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손흥민은 후반 43분 왼쪽에서 중앙으로 빠져들어가는 대각선 침투로 브레넌 존슨의 패스를 받았다. 탁월한 스피드로 순식간에 슈팅 가능한 지점까지 도달한 다음 낮고 빠른 오른발 슛을 골문 구석에 꽂아 넣었다. 완벽한 결정력이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이 역습 기회를 잡았다면 놓칠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며 압도적인 결정력에 찬사를 보냈다.

손흥민은 과거 이 골과 완전히 반대로 오른쪽부터 중앙으로 대각선 질주를 한 뒤 왼발 땅볼슛 마무리를 보여준 적이 있다. 2019년 2월 레스터시티를 상대한 경기였다. 다빈손 산체스의 선제골,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추가골로 앞서가다 제이미 바디에게 동점골을 내준 상황이었다.

5년 전 손흥민의 골은 이번 골과 정확히 반대다. 토트넘이 수비에 성공한 뒤 전방으로 내준 공을 손흥민이 잡았다. 손흥민의 위치는 중앙선보다 뒤였지만 마음이 급했던 레스터 수비수들보다는 더 전진해 있었다. 손흥민이 그대로 공을 잡고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대각선 드리블을 통해 돌진하자, 발 느린 수비수 조니 에반스는 더 짧은 거리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을 따라잡지 못했다. 손흥민은 왼발 땅볼 슛으로 마무리했다.

양발을 잘 쓰는 선수들은 흔하지만, 문전에서 급한 대로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휘둘러 득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손흥민의 골 장면처럼 스피드를 활용해 수비 배후로 파고든 상황이라면 자신이 편하게 생각하는 발에 공을 갖다놓고 슛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손흥민은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었을 때는 오른발로 파포스트를 노리고, 반대로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면 왼발로 파포스트를 노리며 완벽한 왼발잡이임을 보여줬다. 이번 골 장면을 좌우반전하면 그대로 레스터전 골이라 해도 될 정도로 비슷했다.

손흥민(왼쪽), 브레넌 존슨(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왼쪽), 브레넌 존슨(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압도적인 양발 마무리 능력을 갖춘 손흥민은 이날 득점으로 PL 통산 116골에 도달했다. 통산 득점 순위는 여전히 23위다. 앞으로 5골을 더 넣으면 22위 스티븐 제라드(120골)를 뛰어넘을 수 있다. 나란히 현역으로 활약 중이지만 요즘 득점이 뜸한 라힘 스털링, PL을 떠난 로멜루 루카쿠(이상 121골)를 넘어 20위 이내로 진입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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