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강원FC). 강원FC 제공
김대원(강원FC). 강원FC 제공

[풋볼리스트=강릉] 조효종 기자= 김대원(강원FC)이 올 시즌 맹활약을 동료들의 공으로 돌렸다.

김대원은 명실상부 강원 에이스다. 올 시즌 K리그1 32경기에서 개인 '커리어 하이'인 10골 1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공격을 이끄는 중이다. 스트라이커진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는 주포 역할을 하며 16경기 6골을 터뜨렸다. 중심을 잡아줄 스트라이커가 돌아오자 특급 도우미로 변모해 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최근 16경기에서 4골 13도움을 몰아치면서 리그 도움 1위, 공격포인트 1위에 올라있다. 강원의 신예 풀백 김진호는 "대원이 형은 우리 팀에 중요한 존재다. 강원의 스타 플레이어"라고 김대원의 존재감을 설명하기도 했다.

▲ 홀로 빛나지 않는 에이스

더 큰 주목을 받아 마땅하지만 김대원은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원하지 않는다. 혼자 해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강원 클럽하우스 '오렌지하우스'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나서도 동료들의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리그 폭격의 시발점이 된 18라운드 제주유나이티드(4-2)전에 대해 묻자 "그쯤 (이)정협이 형이 부상에서 복귀했도 발샤 선수도 새로 들어왔다. 스트라이커인 두 선수는 나나 (양)현준이가 못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난다. 특히 정협이 형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나와 현준이보다 경험이 많아 경기장에서 우리의 감정을 조절해 준다. 한발 더 뛰며 팀을 위해 희생하는 면도 같이 뛰는 공격수 입장에서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김대원은 올 시즌 13도움 중 절반에 가까운 6도움을 세트피스로 만들어냈다. 프리킥 공격에서 4도움, 코너킥에서 2도움을 기록했다. 김대원은 이 역시 동료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세트피스는 내가 킥만 잘하면 골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더 집중한다. 득점까지 이어진 장면 중에는 동료들과 즉흥적으로 합을 맞춘 장면이 많았다. 최근 제주전 두 번째 골도 (김)영빈이 형이 손짓하는 걸 보고 올렸다. 동료들이 잘 넣어주고 있다."

그러고 보면 김대원은 동료들과 함께 빛나는 경우가 많았다. 대구FC 시절 외국인 공격수 에드가, 세징야와 '대세가' 조합으로 주목받았다. 강원에서는 양현준과 콤비를 이루고 있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정도 되는 선수가 아니고서는 혼자 경기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서 동료 선수들과 더 좋은 호흡을 보이기 위해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동료들과 '케미'가 빛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영빈(왼쪽), 김대원(이상 강원FC). 서형권 기자
김영빈(왼쪽), 김대원(이상 강원FC). 서형권 기자

▲ 시즌이 끝나고 다시 웃을 수 있도록

강원은 이번 시즌 큰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로 추락한 여파가 가시지 않은 듯 시즌 중반까지 고전했다. 17라운드 종료 시점 3승에 그쳤다. 순위는 강등권인 11위였고, 최하위와의 승점 차는 4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대원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한 18라운드 제주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16경기 31골을 터뜨리며 10승을 따냈다. 결국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제주전 승리를 따내면서 파이널A 진입까지 확정 지었다. 승점 45점이 되면서 같은 날 울산현대에 패한 기존 6위 수원FC(승점 44)를 극적으로 제쳤다.

제주전 2도움을 기록하며 귀중한 승리를 이끈 김대원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팬들의 환호로 가득 찬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활짝 웃어 보였다. 쉽지 않은 시즌이라 더 무거웠던 에이스의 짐을 잠시 내려놓은 듯한 표정이었다. "강원에 와서 그렇게 웃은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팀의 목표였던 파이널A 그룹에 들어갈 수 있게 돼 많이 기뻤다. 그래서 그런 웃음이 나왔다."

1차 목표를 달성했으나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강원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한 팀을 제치면 강원 창단 후 최고 성적을 경신할 수 있다. 한 팀을 더 제치면 FA컵 결과에 따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기회까지 얻을 수도 있다. 4위 인천유나이티드(승점 49)와 승점 4점 차라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아직 5경기가 남아있다. 앞으로 결과에 따라 우리 팀에 대한 평가가 또 달라질 수 있다.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할 것이다. 선수단 모두 같은 생각이다. 감독님도 더 높은 순위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강원 역대 최고 성적이 6위라고 알고 있다. 최고 성적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만큼 다 같이 '으쌰 으쌰'하고 있다. 또 4위에 오르면 ACL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거기까지도 노려보고 싶다."

김대원(강원FC). 강원FC 제공
김대원(강원FC). 서형권 기자

▲ 최고의 겨울이 기다린다

김대원은 이번 시즌 활약상에 비해 상복이 없는 편이다. 6, 7, 8월 세 달 연속 'EA SPORTS K리그 이달의 선수상' 후보에 올랐으나 모두 수상에 실패했다. "공격포인트를 가장 많이 해도 못 받더라. 계속 상을 받지 못하다 보니 '또 그렇게 됐구나'하고 있다"며 웃었다.

부족했던 상복은 연말에 더 크게 돌아올 수 있다. 김대원은 올 시즌 K리그1 시상식에서 이름이 자주 불릴 것으로 점쳐지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현재 도움 1위로 최다 도움상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공격포인트도 가장 많아 베스트11 유력 후보이기도 하다. MVP 후보로도 손색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대원은 MVP 이야기가 나오자 손사래를 쳤다. "MVP는 솔직히 욕심인 것 같다. 베스트11은 한번 받아보고 싶다. 그 포지션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이지 않나."

숨 가쁘게 달려온 올 시즌이 끝나도 김대원은 한동안 계속 바쁠 예정이다. 올겨울 결혼을 앞두고 있다. "시즌을 마치고서도 틈틈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올 시즌 많이 힘들었던 만큼, 잔여 경기 잘 치르고 신혼여행 가서 푹 쉬고 싶다."

사진= 강원FC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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