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우(수원삼성). 허인회 기자
전진우(수원삼성). 허인회 기자

[풋볼리스트=화성] 허인회 기자= 어린 시절부터 수원삼성을 보고 자란 ‘성골’ 전진우가 화려했던 수원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수원은 한때 김남일, 송종국, 이관우, 백지훈 등 대표팀급 선수들을 보유하며 ‘레알 수원’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수집하던 레알마드리드에 빗댄 별명이다. 수원 월드컵경기장은 가장 많은 관중들이 몰리던 구단 중 하나였다. 모기업의 투자가 줄어들게 되며 위기도 겪었지만 서정원 감독이 부임한 뒤 K리그 준우승과 FA컵 우승을 거두는 등 강팀의 면모를 이어갔다.

당시에는 수원 유스팀에서 뛴다는 것도 큰 자부심이었다. 매탄중에서 매탄고로 진학한 전진우는 수원 1군만 바라보며 축구 선수의 꿈을 꿨다. 수많은 홈 관중들 앞에서 축구하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전진우가 입단한 뒤 수원의 위상은 많이 추락했다. 올해 11위로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한 수원은 강등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전진우가 어릴 때 본 만큼의 관중수도 채워지지 않는다.

전진우는 “지금 유스팀에 있는 선수들은 내가 과거에 봤던 것을 그대로 못 느낀다”며 “예전에는 관중도 항상 꽉 차 있고 선수들의 이름값부터 달랐다. 수원은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팀이었다. 지금과 달랐다. 좋은 성적을 거둬 많은 팬분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부르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투자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진우는 “구단에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한다. 프로팀은 투자와 결과가 어느정도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수원이 빅 클럽이라고 생각한다. 성적만 좋으면 다른 어느 팀보다 더 많은 관중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프로 선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관중석에서 지켜봐도 너무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시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전진우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진우(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전진우(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 수원에 입단하자마자 유망주로서 큰 기대를 받았다. 연이은 부상 등 악재가 겹치다가 올해 딛고 일어섰다.

쉬기도 많이 쉬었고 부상이 많은 선수라는 평가를 항상 받아왔다. 올해 목표는 너무 잘하려고 하기보다 아프지 않은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경기장에 있어야 실력에 대해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뛸 수 없을 때 정말 아쉬웠다. 다행히 안 아프고 잘 하고 있다. 내가 꼭 부상당하는 타이밍이 있기 때문에 유독 신경쓴다.

- 어쩌다가 주로 부상이 찾아오나?

형들이 항상 해주는 말이 있다. 몸 좋고 의욕 넘칠 때 다친다고 한다. 내가 봐도 그럴 때 위험하더라. 오래 쉬다가 다시 축구를 하는데 가끔 나도 모르게 신날 때가 있다. 기분이 너무 업 되면 안 된다. 실전도 아닌 운동할 때부터 무리하다가 다치가 되는 경우도 있다. 몸관리에 대해 하나하나 배우고 신경쓰게 됐다. 사전에 부상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일단 운동하기 전 미리미리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그리고 보강훈련을 한다. 내가 어디가 아픈지 잘 알아야 한다. 근육 보강이 되면 아픈 부위가 확실히 줄어든다. 경기 중 상대방에 의해 부상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예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쉴 때도 얼음 찜질, 마사지 기계를 쓰고 있다. 이제 예전처럼 혼자 다치는 건 없다. 군대에 있을 때 많이 배워놨다.

- 군대도 다녀왔는데 아직 어린 축에 속한다. 힘든 시간을 미리 겪으면서 터득한 것도 많은 것 같다.

(안)병준이 형이 나와 (오)현규에게 밥을 자주 사주신다. 나와 마찬가지로 현규도 어릴 때부터 부상이 잦았다. 병준이 형이 ‘힘든 경험은 돈을 주고서라도 해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축구 선수로 살아가면서 안 다치는 것이 당연히 가장 좋지만 크고 작은 부상과 시련은 따르기 마련이다. 어릴 때 겪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겨내는 힘이 더 강하다고 그러셨다. ‘형 그거 명언이에요?’ 물어보니까 본인 생각이라고 하시더라.

- 전진우 선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병근 감독의 신뢰도 있었다. 작년 부임 기자회견 때부터 중요한 선수로 전진우 선수의 이름을 자주 거론했다.

직전 감독님 체제에서는 경기를 못 뛰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팀에 큰 변화가 있을 때 나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전부터 관리를 열심히 했고 감독님이 바뀌실 때 무조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생각했다. 기회가 왔을 대 잡기 위해 준비는 계속 하는 중이었다. 감독님과 면담을 하고 훈련을 진행하며 다행히 좋게 봐주신 것 같았다. 선수는 신뢰를 받고, 안 받고의 차이가 크다. 자신감도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 이병근 감독이 따로 불러서 이야기해 준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내가 프로 1년 차 때 감독님은 코치로 계셨다. 나에 대한 파악이 이미 돼 있었다. 다만 내가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을 ‘0’부터 새로 평가하겠다고 말씀해주시더라. ‘너는 잘할 수 있다’ ‘자신감만 키우면 된다’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몸 상태가 좋았어도 경기를 못 뛰니 멘탈적인 부분에서 많이 무너졌다. 감독님이 오시면서 희망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게 됐다.

- 상황이 많이 바뀐 지금은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하다.

이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잘 안 한다. 팀 상황이 안 좋다보니 ‘네가 좀 더 잘해줘야 한다’고 주로 말씀해주신다. 나도 지금은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을 많이 생각한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주로 대화한다.

- 지금 5골 1도움을 기록 중인데 공격포인트를 더 쌓고 싶다는 욕심은 없나?

경기 중 기회가 많았고 충분히 더 쌓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쉬다가 오랜만에 나와 5골 기록한 건 나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아쉽다. 내가 공격포인트를 하나라도 더 올렸다면 팀 순위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장면이 떠오르긴 하는데 이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파이널 라운드 5경기가 남았는데 팀의 승리를 위해 뛰겠다는 마음이다.

- 전진우가 골을 넣은 경기는 다 이기면서 좋은 징크스가 됐다.

알고 있다. 감독님도 말씀하시더라.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고 싶다. 꿈을 크게 잡아 1경기당 1골씩 넣겠다. 시즌 10골과 함께 팀의 5연승을 기원한다. 이런 징크스가 진짜라면 한편으로는 내가 골을 조금 더 넣었더라면 더 많이 이기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있다.

- 수원의 현재 순위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크게 느껴진다.

이길 수 있는 경기도 많이 놓쳤다. 선수들은 정말 많이 노력했다. 경기에 져서 분위기가 쳐지는데도 계속 끌어올리려고 한다. 중요한 순간마다 아쉬운 결과 때문에 좌절할 때도 많았는데 이겨내려고 한다. 나는 형들과 동료들이 모두 행복하게 축구를 하고 좋은 분위기를 느꼈으면 좋겠다. 지금은 진짜 행복한 것보다 어쩔 수 없이 분위기를 살리려는 느낌이 크다. 가족 같은 동료들이라서 더 마음이 아프다.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분위기를 타서 계속 이겨야 한다. 이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아닌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전진우(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전진우(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 수원은 한때 레알 수원이라고 불릴 만큼 K리그 명문 구단 중 하나였는데 지금 상황은 좋지 않다.

어렸을 때는 경기장에 오면 관중도 항상 꽉차있고 선수들의 이름값부터 달랐다. 수원은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팀이었다. 그때로 돌아가야 한다. 좋은 성적을 거둬 많은 팬분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부르고 싶다. 구단에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한다. 프로팀은 투자와 결과가 어느정도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수원이 빅 클럽이라고 생각한다. 성적만 좋으면 다른 어느 팀보다 더 많은 관중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지금은 전체적으로 많이 추락했다. K리그에서도,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팀이 돼야 한다.

나는 수원을 바라보며 축구 선수의 꿈을 꿨다. 선수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관중석에서 지켜봐도 너무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시 좋아졌으면 좋겠다. 지금 유스팀에 있는 선수들은 내가 과거에 봤던 것을 그대로 못 느낀다.

- 팬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골을 넣고 관중석으로 한걸음에 달려간 장면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눈물도 많다.

성격이 감성적인 편이다. 슬픈 영화를 봐도 운다. 솔직히 잔류에 성공하면 또 눈물이 날 것 같다. 여러 감정이 교차할 것 같은데 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가장 먼저 들 것 같다. 팬분들은 기대를 안고 우리를 응원한다. 결과가 안 나오면 힘든 것은 팬분들도 마찬가지다. 수원 선수로서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어 달려갔던 것 같다.

- 그래도 보통 좋은 일이 있을 때 우는 것 같다. 골을 넣거나 경기에서 이겼을 때.

맞다. 약속을 하나 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순위보다 더 높은 순위에서 꼭 마무리하겠다. 팬들을 위해 해내겠다. 그러니까 팬들도 긍정적인 분위기, 긍정적인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한다. 힘들 때일수록 같이 이겨내자. 선수와 팬분들이 하나가 돼 팀을 위해 이기고 싶다.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을 수원과 함께 한 만큼 이곳에 소속감을 가지고 있다. 경기에서 지면 기분이 너무 안 좋았고, 이기는 날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이제 내가 수원 그 자체가 된 것 같다. 남은 5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결과 가져오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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