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김태환은 인터뷰 내내 “팀을 위해”라는 표현을 썼다. 2015년 울산현대에 입단한 그는 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올해로 7년 차다. 팀스피릿이 충만한 김태환은 울산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기도 하다. K리그1 우승 경쟁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전북전을 앞둔 김태환은 “중요한 시점에 돌아와서 팀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9일 대구와의 원정 경기 중 발목 인대가 부분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던 그는 예정보다 빨리 복귀, 지난 2일 있었던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6주가량 걸릴 수 있다던 부상이 빠르게 회복된 것이다. 

“부상 직후 좀 큰 부상일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그래도 전반 막판이었기 때문에 교체 카드를 팀이 조금 뒤에 쓸 수 있도록 전반만 어떻게 버텨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5분 정도 더 뛰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대로 쩔뚝거리면서 그라운드 안에 있는 것보다 다른 선수가 들어오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교체 사인을 벤치로 보냈죠.”

“처음 진단은 4주 휴식을 하고, 그 다음부터 재활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어요. 운동 선수에게 부상은 없으면 가장 좋지만, 언제든 올 수 있죠. 부상에 직면했을 때 다른 건 괜찮았어요. 다만 울산에 힘을 보탤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 그거 하나로 내 자신에게 화가 났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상체 운동을 시작했어요. 발목 치료와 회복이 아니더라도 뭐든 하면서 복귀를 준비하고 싶더라고요.”

결국 김태환은 3주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홍명보 감독은 김태환이 러닝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선수가 굉장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명재, 설영우 등 후배들이 그라운드에서 분전하고 있었지만 김태환은 빡빡한 일정 속에 선수 경쟁을 하고 있는 팀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이번 부상은 이전의 어떤 부상보다 빨리 낫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모든 걸 회복에만 집중했어요. 밤에 시간 별로 알람을 맞춰 놓고 얼음 찜질을 했어요. 아내가 내조를 많이 했죠. 집에서도 회복만 생각할 수 있게 옆에서 헌신해줬어요. 저희 의무팀에서도 같이 노력을 해줬죠. 이인철 트레이너가 전담으로 붙어서 도와줬어요. 너무 감사해요. 그런 모두의 노력에 조금이라도 복귀를 앞당길 수 있었죠. 홍명보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조금 놀라는 눈치였어요.” 

부상 기간 동안 김태환의 역할은 울산에서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동아시안컵(EAFF E-1컵)에 참가한 A대표팀도 당연히 김태환의 발탁을 준비하다 부상으로 제외해야 했다. 이번 동아시안컵에 대한 그의 목적 의식은 컸다. 작년 3월 한일전 패배로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분했다고 했던 김태환은 명예 회복의 기회를 기다렸지만 부상으로 좌절됐다. 

“동아시안컵에 갔었다면 하고 싶은 게 많았죠. 특히 한일전을 벼르고 있었거든요. 작년에 패했을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상 때문에 모처럼 TV로 대표팀 경기를 봐야 했요. 동료 선수들이 한일전의 중요성을 모를 리는 없었을 겁니다. 여러 사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A대표팀에 오는 선수들이 피땀 흘리며 노력하는 걸 팬들이 모르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 그 패배에 팬들만큼 선수들도 많이 아쉬워했을 거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올해 김태환에게는 두 가지 중요한 목표가 있다. 일단 리그 우승이다. 이제는 이명재(2014년 입단) 다음으로 울산에서 오랜 시간 뛰고 있는 그는 우승에 대한 팀과 팬들의 바람이 얼마나 큰지 가장 잘 아는 선수다. 현재 울산은 우승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차분하게 걷고 있다. 

“어느 시기보다 저희 팀이 내부적으로 탄탄하다고 생각해요. 울산이라는 팀만의 분위기와 장점이 생겼죠. 저를 포함한 모두가 감독님의 생각을 이해하고, 신뢰하며 하나의 배를 탄 구성원으로 오직 팀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게 크죠.”

“이전에도 우승이라는 목표의식은 강했어요. 하지만 시즌 중 위기가 오면 스스로를 의심하는 시기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위기가 와도 우리를 믿는 거 같아요. 홍명보 감독님이라는 절대적인 구신점이 있기에 선수들도 그 부분을 믿고 따라가고 있어요.”

6월 이후 울산은 4승 3무 2패를 기록, 동일 기간에 6승 2무 1패를 기록한 전북이 성큼 추격해 왔다. 마침 7일 오후 전북과의 원정 경기로 시즌 세번째 맞대결이 펼쳐진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울산은 홈에서 서울과 비겼고, 전북은 강원 원정에서 패했다. 승점 6점 차. 맞대결의 결과는 리그 우승의 향방은 더욱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

“서울전이 끝난 뒤에도 감독님은 전혀 흔들리지 않으셨어요. 우리의 경기력과 내용에 대해 괜찮다고 하셨고, 부족한 부분도 냉정하게 짚어주셨어요. 라커룸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선수들이 다음 경기만 생각하며 잘 쉬고 준비하자고 했어요. 울산에 있으면서 이보다 좋았던 분위기가 있었나? 고비가 와도 이겨내려는 의지가 가장 강한 시기 같아요. 그래서 다음 경기가 계속 기대됩니다. 울산과 전북은 결국 서로를 막아야 한발 더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죠.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울산은 이기러 전주로 갈 겁니다. 잘 준비하고 똘똘 뭉쳐서 이기고 돌아오는 게 유일한 목표 같아요.”

김태환의 다음 목표는 월드컵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도, 2018년 러시아월드컵 때도 대회에 임박해 A대표팀에 승선했지만 결국 본선에는 가지 못했다. 지금은 위치가 다르다. 오른쪽 측면 수비 경쟁에서 김태환은 확실히 앞서는 모습이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쌓아온 자신감과 능력이 A대표팀에서도 잘 발휘되고 있다.

“2014년, 2018년 모두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갔었죠. 하지만 마지막 선택을 받진 못했어요. 그러면서 대표팀에 갈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각오로 가고 있어요. 이번에는 왔지만, 다시 못 올지도 모른다는 간절함으로 임해야 이 대표팀이 목표로 하는 무대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월드컵이란 꿈의 무대에 꼭 가고 싶죠. 이번 월드컵에 나간다고 하면, 최대한 즐기고 싶어요. 축구 선수로서의 꿈의 무대인데, 얼마나 좋을까요? 만일 못 간다고 하면, 4년 뒤 월드컵도 노릴 거 같아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절대 포기할 수 없죠.”

부상으로 인해 잃은 것도 있지만, 더 큰 것을 얻기도 했다. 팬들과의 특별한 만남이었다. 보조기를 찬 김태환은 아들을 데리고 관중석에서 유니폼을 입고 함께 홈 경기를 관전하는가 하면, 7월 30일 강원전 때는 자신의 생일(7월 24일)을 축하하는 팬들과 행사도 가졌다. 

“다치니까 팬들이 본인의 일처럼 엄청나게 걱정해주신 거에 너무 감사했어요. 그 동안 울산에서 오랜 시간 뛴 게 헛되지 않았다는 보람을 크게 느꼈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긴장감도 생겼어요. 그래서 복귀 시점도 최대한 앞당기고 싶었고요. 제 정신을 일깨워준 시간이죠.”

“내 생일에 문수경기장에서 많은 팬들이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마음 한 켠에 있었거든요. 그게 실현이 되니까 너무 감동을 받았죠. 이 팀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에 행복했어요. 구단 역사상 그런 이벤트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생일 축하를 받은 그 자리에서 김태환은 단 하나를 얘기했다. “여러분에게 반드시 별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울산과 함께 해 온 시간만큼 팬들의 소원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감사 인사였다. 김태환은 “2022년을 성공이라 말하기 위한 첫번째 열쇠도, 두번째 열쇠도 다 우승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그거 하나만을 위해 모든 집중을 할 생각입니다”라고 인터뷰 마지막 말을 담담히 얘기했다. 

사진= 울산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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