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허인회 기자= 어두웠던 수원삼성은 휴식기를 통해 다시 빛날 불씨를 찾았다.

K리그 명문 수원은 올해 최악의 부진을 겪으면서 강등권까지 추락했다. 24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점 24점(5승 9무 10패)을 획득하며 10위에 머물러있다. 대구FC에 승리하기 직전까지 10경기 무승(5무 5패)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박건하 전임 감독이 지난 4월 슈퍼매치 패배 후 물러난 뒤, 이병근 감독이 팀을 맡아 첫 4경기는 3승 1패로 준수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특히 골가뭄이 심각했다. 작년 수비와 공격 지역 사이에서 공을 운반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김민우가 청두룽청(중국)으로 이적했고, 깜짝 스타 정상빈(그라스호퍼클럽취리히)도 떠났는데 보강이 아쉬웠다. 큰 기대와 함께 합류한 외국인 공격수 그로닝은 아직도 K리그 데뷔골이 없다. 주전 공격수 김건희까지 부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오현규, 전진우가 간간이 골을 넣어 주는 정도였다. 대구전 승리 전까지 수원은 23경기 15골에 그쳤으며 경기당 평균 0.65골에 머물렀다. 리그 최소득점이다.

지난 7월 16일 울산현대전 이후 얻은 2주간 휴식기는 수원이 반드시 살려야 할 기회였다. 이 감독은 필사적으로 공격 전술 훈련에 매진했다. 빈공이 해결돼야만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들 역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특히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멘탈 케어에도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수들은 따로 새벽 훈련까지 감행했다.

이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2주간 빌드업 과정에서 어떻게 공략할지 선수들과 연구를 했다. 회의도 많이 하고, 비디오도 보며 준비했다”고 준비 과정을 간략하게 짚은 바 있다.

수원은 지난달 30일 김천상무전을 통해 2주간의 훈련 결과를 보여줘야 했다. 경기 휘슬이 울리자 수원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시도했다. 기동력도 확실히 살아났다. 높은 점유율을 유지한 채 정승원, 류승우 등 빠른 선수들이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했고, 전진우는 장점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계속 흔들었다. 김태환과 이기제도 틈만 나면 공격에 가담했다. 수원은 슈팅을 무려 18개나 기록할 정도로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방점을 못 찍었다. 오현규가 백숏 드리블 이후 때린 왼발 킥은 크로스바를 강타했고, 안병준은 절호의 페널티킥 기회를 실축했다. 이 감독은 “행운이 안 따른 부분이 있다”고 아쉬워하며 “득점을 못했지만 앞으로의 희망은 많이 봤다”고 평가했다.

내용은 이미 개선한 상황. 대구전은 승리가 절실했다. 이 감독이 고수하던 포백 대신 스리백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공격 상황에선 왼쪽 스토퍼의 양상민이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로 올라가며 미드필더 숫자를 늘리는 변칙을 썼다. 그러면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마나부와 정승원은 틈만 나면 측면으로 빠졌고, 좌우 윙백인 박대원과 김태환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전진우는 다른 선수들보다도 더 자유롭게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공을 몰거나 슈팅을 시도했다.

수원은 대구전도 점유율 56% 이상을 가져가며 우위를 점했고, 슈팅은 12개를 시도했다. 결국 전진우의 선제골과 오현규의 결승골로 무려 11경기 만에 승점 3점을 획득했다. 1점 차로 앞서던 후반전에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오현규는 넘어진 채로 공에 머리를 들이댔고, 전진우도 몸을 내던졌다.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자 승리가 간절했던 선수들은 오열하기도 했다.

2주간 준비한 수원의 전술과 선수들의 투지가 통한 경기 결과였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2경기가 더욱 중요하다. 6일 수원FC와 갖는 수원더비를 통해 자신감과 연승의 기운을 가져가야 하고, 14일에는 강등권에서 경쟁 중인 성남FC와 맞붙는다. 지난 2경기를 통해 나아진 모습이 드러났지만 앞으로의 2경기 결과도 좋아야 비로소 희망이 생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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