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날트 쿠만 감독(바르셀로나). 게티이미지코리아
로날트 쿠만 감독(바르셀로나).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우스망 뎀벨레가 다치지만 않는다면 바르셀로나에선 여전히 좋은 옵션이다.

바르셀로나는 패스를 중심으로 한 공격 축구를 팀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후방엔 늘 좋은 수비수가 있었다. 기본적인 수비력이 뛰어나면서도 바르사의 축구를 잘 이해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카를레스 푸욜이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그랬고, 푸욜의 은퇴 뒤엔 제라르드 피케가 수비진의 리더가 됐다.

2020-2021시즌엔 고민이 크다. 피케는 나이가 들면서 전성기를 지난다. 세대 교체는 필수지만 그를 대체할 만한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수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선수 보강도 예년만큼 쉽진 않다. 로날두 쿠만 감독이 여러 가지 전술적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고민은 여전히 적지 않아 보인다.

바르사는 30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캄프누에서 열린 2020-2021 스페인 라리가 16라운드에서 에이바르와 1-1로 비겼다.

쿠만 감독은 최근 스리백 전환을 시도했다. 제라르드 피케의 부상과 클레망 랑글레의 수비 실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땅한 백업 선수가 없었다. 로날드 아라우호, 오스카르 밍게사는 아직 신뢰하기엔 경험이 부족했고, 사뮈엘 움티티 역시 부상 이후 한창 좋던 때의 기량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뒷문에 숫자를 늘려 수비 불안을 해결하려고 했다. 15라운드 레알바야돌리드전에서 스리백을 세웠고 3-0으로 대승도 거뒀다. 쿠만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도 밍게사-아라우호-랑글레로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뒀다. 

시행착오는 금세 나타났다. 바야돌리드는 수비적으로 내려서서 바르사에 맞섰다. 바르사는 큰 견제 없이 후방 빌드업을 진행했고, 오히려 과제는 간격을 좁힌 수비진을 헤집는 것이었다. 바르사는 스리백을 세우고 윙백들을 전진시키면서 공격에 힘을 실을 수 있었다. 반면 에이바르는 최전방부터 강하게 바르사를 압박했다. 기본적으론 4-3-3 포메이션이었지만 포지션에 구애받진 않았다. 바르사의 위치 변화에 맞춰 풀백까지 압박에 가담했다.

스리백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져 압박 대처가 어려웠다. 윙백들은 공격적으로 전진하고, 중원엔 프렝키 더 용-미랼렘 퍄니치 두 명만 있어 수적으로 열세였다. 긴 패스를 쓰기엔 장신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약점이 있는 데다가, 바르사의 DNA라고도 불리는 패스 중심의 공격 전개에 어울리지도 않았다.후방에서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의 질이 현저히 떨어졌다. 경기 전체의 패스 성공률은 88%로 낮지 않았지만 대부분 횡패스였다. 전반전 바르사는 단 4개 슈팅만 기록할 정도로 고전했다. 리오넬 메시마저 이탈하자 경기는 더 답답해졌다.

클레망 랑글레(바르셀로나). 게티이미지코리아
클레망 랑글레(바르셀로나). 게티이미지코리아

후반 시작과 함께 쿠만 감독은 세르지뇨 데스트를 빼고 우스망 뎀벨레를 투입했다. 밍게사를 오른쪽 수비로 보내면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뎀벨레가 투입된 뒤 경기 운영에 한층 숨이 틔였다. 뎀벨레는 후반 5분 중앙으로 이동하며 왼발 슈팅으로 포문을 열더니 후반 11분엔 페드리의 패스에 맞춰 수비 라인을 깨뜨리고 골키퍼와 1대1로 맞섰다. 슈팅이 마르코 드미트로비치 골키퍼에 막히고 이어진 더 용의 슈팅도 드미트로비치 정면으로 갔다. 그렇지만 전반보다 훨씬 경기력은 좋아졌다.

그렇다고 포백 회귀가 답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최후방 라인이 볼 관리에 실패하면서 후반 13분 실점 빌미를 내줬다. 아라우호가 패스 줄 곳을 찾다가 가르시아에게 공을 빼앗겼다. 가르시아는 페널티박스까지 전진해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스리백 전환에도 이유가 있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었다.

공격 측면에선 포백의 결과물이 확실히 좋았다. 중원 싸움을 위한 숫자 싸움도 그랬고, 선수들의 전술적 숙련도에서도 더 나았다. 후반 22분 왼쪽 측면에서 필리피 쿠치뉴-주니오르 피르포가 좋은 연계 플레이로 공간을 만들었다. 피르포의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들어온 뎀벨레가 마무리하며 1골은 만들었다. 후반에만 12개 슈팅을 시도하면서 역전도 노렸지만 마무리가 찍히지 않았다.

수비는 불안하다. 그렇다고 수비수 숫자를 늘리니 공격적으로 충분히 힘을 실을 수가 없다. 전방 압박을 당할 땐 대처가 쉽지 않다. 스리백이 급조된 전술이기 때문인데, 시즌이 한창이라 재정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6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이상 32점)가 선두 그룹을 형성하며 도망가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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