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무리뉴 감독(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주제 무리뉴 감독(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레스터시티에 패한 토트넘은 주제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변화를 시도해야만 한다."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타블로이드지 '익스프레스'가 내놓은 기사의 제목이다. '우승 청부사'로 이름을 높였던 주제 무리뉴 감독이 다시 한번 트로피를 들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토트넘은 개막전 패배 이후 11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을 했다. 라이벌들을 연파하고 리버풀과 선두 경쟁에 나서면서 우승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좋은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토트넘은 12라운드를 시작으로 리그 4경기에서 무승에 빠졌다. 8위까지 순위도 뚝 떨어졌다. 일시적인 부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의 축구 스타일의 한계로 볼 수도 있다. 4경기에서 1승도 추가하지 못하는 동안 노출한 문제점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맨체스터시티, 첼시, 아스널을 상대하며 승리했을 때조차 불안 요소로 짚었던 것들이 이제야 결과로 연결되고 있다.

◆ 이기든 지든 주도하지 못하는 축구

점유율이 곧 주도권을 의미하진 않는다. 점유율이 낮더라도 원하는 축구를 펼치고 있다면 주도권을 쥐었다고도 볼 수 있다. 토트넘은 9,10,11라운드에서 맨시티, 첼시, 아스널을 만나서는 고작 30% 내외의 점유율만 기록했지만 경기를 주도했다. 맨시티전에선 슈팅 4개, 아스널전과 첼시전에선 슈팅 5개에 불과했지만 역습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2승 1무를 따냈다.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었고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와 높은 골 결정력을 살려 결과까지 냈다.

하지만 토트넘은 최근 득점과 별개로, 자신들이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이어진 4경기에선 리드를 잡더라도 전방 압박 때문에 역습을 펼치지 못했고, 지공에서도 기회 창출 능력이 떨어졌다. 무리뉴 감독은 주도권 다툼을 그리 즐기지도 않거니와, 주도적 축구를 섬세하게 펼치지도 못한다는 한계를 지적할 수 있었다.

축구 통계를 제공하는 '언더스탯'의 자료에 따르면 토트넘은 승리가 없는 4경기 동안 기대 득점이 4.28골에 불과했다. 기대 득점 1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무려 9.24골이었다. 단순 비교해도 맨유가 토트넘보다 2배 이상 많은 득점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토트넘의 경기 운영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전방 압박에 막히는 역습, 두 줄 수비에 고전하는 지공

무리뉴 감독은 강점보다 약점에 집중하는 지도자다. 그는 "환경과 상대, 선수 구성, 약점에 달려 있다. 하부 리그에 소속된 사람들은 최상위 리그의 플레이스 타일을 따라하려고 하면 엄청난 실수를 하곤 한다.그들은 충분한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난 그게 틀렸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 누구도 약점에 대해선 나보다 잘 알지 못한다고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점을 보완하고, 또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데 힘을 쏟는다. 무리뉴의 축구에 성공을 안긴 것은 약점을 감추는 수비 조직력, 깨진 공수 밸런스라는 약점을 적절히 공략하는 역습이었다.

이제 상위권 팀들은 점유율을 높이면서도 경기를 주도하는 법을 모두 익히고 있다. 무리뉴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해 성공 시대를 열고 나서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전술도 진화했다. 측면에 드리블러 배치, 하프스페이스 활용, 선 굵은 크로스와 세컨드볼 싸움 등 좁은 수비 간격을 깨뜨릴 전술적인 장치들이 조명됐다. 역습을 누를 수 있는 전방 압박 전술도 점차 발전했다. 

13라운드 리버풀전에선 무리뉴 축구의 한계를 한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토트넘은 리버풀전에선 24.2%의 점유율만 기록했고 슈팅도 8-17로 크게 뒤졌다. 리버풀이 역습을 제어할 수 있는 '전방 압박'을 제대로 펼쳤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공격에 실패했을 때 가하는 재압박 강도가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인 팀이다.

상대의 수비가 강력한 경우에도 문제다. 레스터시티전 역시 무리뉴 감독 축구의 또 다른 문제를 확인한 한판이었다. 14라운드 레스터전에서는 전반 종료 직전 제이미 바디의 골로 리드를 빼앗긴 뒤 토트넘은 '주도권'을 내줬다. 1골 리드를 안고 내려선 레스터를 상대로 지공을 펼쳐야 했다. 레스터의 촘촘한 수비에 막혀 공격적으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점유율은 56.4%로 높은 편이었지만 슈팅이 8개에 불과했다. 

'주도권'의 중요성은 12라운드 크리스탈팰리스전(1-1 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팰리스는 수비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자연스럽게 토트넘이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23분 케인의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선제 득점했다. 토트넘이 완전히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팰리스가 전방 압박을 펼치자 흐름을 완전히 내준 것이다. '역습해서 추가 골을 넣겠다'는 토트넘의 주도적 전략은, 이미 '실점하면 곤란하다'는 수동적 전략에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결국 후반전 일방적인 수세에 몰렸다가 후반 36분 세트피스에서 제프리 슐럽에게 실점하면서 승점을 잃었다.

손흥민(오른쪽)과 해리 케인(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오른쪽)과 해리 케인(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 문제점을 재확인한 울버햄튼전

15라운드 울버햄튼전 역시 비슷한 경기 양상이었다. 전반 1분 만에 탕귀 은돔벨레의 중거리 슛 득점으로 리드를 잡았다. 장기인 역습을 살려 추가 골을 넣고 달아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의 노림수는 분명했지만 울버햄튼을 상대로 잘 구현되지 않았다. 울버햄튼은 전방 압박, 그리고 간격을 좁힌 수비, 측면 수비수들을 적극적으로 올리며 전개하는 지공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토트넘을 괴롭혔다.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배치된 선수들이 많았다. 포메이션은 3-5-2를 두고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며 운영했다. 하지만 왼쪽 윙백 세르히오 레길론은 본래 수비수이고, 손흥민도 오른쪽 측면으로 깊이 내려와 수비했다. 케인 역시 센터서클 아래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곤 했다. 전방에 숫자가 부족하니 역습에선 완성도가 떨어졌다. 은돔벨레가 특유의 탈압박으로 풀어나올 때야 비로소 찬스가 만들어졌다. 그나마도 울버햄튼의 파울 작전에 말려 골까지 연결되진 않았다.

안정적으로 점유를 잡았을 때도 활로를 열지 못했다. 케인과 손흥민은 울버햄튼의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샌드위치 마크 당하며 고전할 동안, 나머지 선수들은 뒤를 지키고 있었다. 압박이 들어오면 확률이 떨어지는 직선적 패스로 공격 기회를 무산시켰다. 

역습은 전방 압박 때문에 먹히지 않고,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땐 확률이 떨어지는 공격을 전개했다. 경기 내용만 보면 울버햄튼과 무승부는 토트넘이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웠다.

◆ 무리뉴 감독의 축구는 구식?

이제 토트넘을 상대하는 법을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모두 꿰고 있는 것 같다. 역습만 잘 제어하고 나면 토트넘의 지공은 훨씬 날카로움이 떨어진다. 케인이 후방으로 움직이는 것을 미드필더가 따라붙어 최후방에서 간격만 잘 유지하고 있으면, 손흥민의 침투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강팀들은 토트넘을 전방 압박으로 누르려고 한다. 상대적 약팀들은 밀집 수비로 토트넘의 공격을 막은 뒤 승점 1점이라도 따내려고 한다.

역습에 기대는 공격의 효과가 뚝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역습에 무게를 두더라도 리드를 잡은 뒤 10명이 모두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선 곤란하다는 통계이기도 하다.

'익스프레스'는 "토트넘은 너무 깊이 내려앉았다. 주도권을 전혀 쥐지 않았다. 대신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만 기다렸다"며 "수비적인 전술로 프리미어리그를 3차례나 우승했지만 이젠 구시대적인 전술로 보인다. 토트넘이 승리를 더 많이 따내기 위해선 전술적으로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리뉴 감독은 전술적 변화를 시도할까, 아니면 자신의 색을 고집해 가치를 입증할까. 무리뉴 감독이 자신을 입증할 방법은 결과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