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 벤제마(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카림 벤제마(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호날두가 없으면 벤제마가 왕이다.' 카림 벤제마(레알마드리드)가 레알마드리드를 넘어 라리가 최고의 골잡이가 될 수 있을까.

벤제마는 될썽부른 떡잎이었다. 올림피크리옹에서 2007-2008시즌 46경기에 나서 25골 10도움을 기록했다. 리그앙에서만 20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불과 21세의 일이었다. 당시 리옹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났는데, 1차전에서 멋진 득점을 터뜨리면서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벤제마의 활약을 칭찬할 정도였다.

여러 빅클럽들의 관심을 뿌리치고 레알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은 것이 2009년 7월이었다. 이적료만 3500만 유로(약 471억 원)였다. 당시로선 상당한 금액이었지만 같은 날 당대 최고의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카도 영입됐다. 아무래도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레알 합류 이후 곤살로 이과인과 주전을 다퉜지만 결국 벤제마가 우위에 섰다. 

하지만 벤제마는 레알에서 사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단 훌륭한 조력자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벤제마 역시 호날두, 가레스 베일과 함께 'BBC 삼총사'로 묶이며 핵심 선수로 여겨졌지만 역시 무게는 호날두에게 실려 있었다.

벤제마는 폭넓게 측면으로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었다. 호날두는 벤제마의 움직임으로 생겨나는 공간을 활용해서 득점을 퍼부었다.  벤제마는 2010-2011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호날두와 함께하며 모두 10골 이상씩 터뜨렸다. 심지어 2015-2016시즌에는 36경기에서 28골과 8도움을 올렸지만, 그때도 호날두는 48경기에서 51골과 15도움을 올렸다. 벤제마는 여전히 호날두의 그림자 속에 있었다.

2018-2019시즌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떠나면서 벤제마가 팀 내 최고의 공격수로 떠올랐다. 2018-2019시즌 52경기에서 28골과 11도움, 2019-2020시즌엔 48경기에서 27골과 11도움을 올렸다. 호날두가 이적하고, 베일이 부상으로 자주 이탈하는 와중에도 이룬 성과였다. 벤제마가 그저 삼각편대의 한 축이 아니라 공격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였다.

물오른 득점력으로 개인 경력 사상 최초로 '피치치'에 도전하고 있다. 2020-2021시즌 벤제마는 라리가 13경기에 출전해 8골을 넣고 있다. 페널티킥은 하나도 차지 않았지만 이아고 아스파스(셀타비고), 헤라르드 모레노(비야레알)과 함께 득점 순위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벤제마는 이제 팀의 중심에 설 만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레알은 11월 치른 라리가 3경기에서 1무 2패로 부진했고, UCL에선 샤흐타르 도네츠크에 연패하는 등 부진에 빠졌다. 많은 부상자 때문에 경기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에덴 아자르의 부상 이탈 등으로 측면 공격의 무게감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한 것이 바로 벤제마의 득점력이었다. 벤제마는 탈락 위기에 몰렸던 UCL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묀헨글라트바흐를 맞아 머리로만 2골을 넣으면서 레알의 16강행을 이끌었다. 이후 치른 라리가 4경기에서 모두 4골과 2도움을 몰아치면서 연승 행진을 이끌었다. 레알 역시 12월 6일 세비야전을 시작으로 6경기에서 내리 승리를 거두면서 반전을 쓰고 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애슬레틱 빌바오전을 마치고 "내겐 벤제마가 최고다. 오늘처럼 대단한 경기를 치르지 못할 때에도 벤제마는 2골을 넣었다"며 칭찬했다. 악재 속에도 꾸준히 득점을 터뜨리는 벤제마에 대한 신뢰다.

강력한 라이벌들이 있지만, 그래도 예전만한 기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팀 전체의 경기력이 요동치고 있다. 개인 기량에선 여전히 대단하지만 마땅한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서 득점력 만큼은 떨어졌다.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무릎 부상 이후 폭발력이 떨어진 기색이 역력하다. 페널티박스 안에선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주력이 떨어지면서 전술적 쓰임새가 제한적이다. 두 선수 모두 7골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벤제마도 흐름만 잇는다면 그 어느 때보다 피치치 등극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소속 팀의 경기력이 회복한 것 역시 벤제마의 득점왕 등극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루카 모드리치-토니 크로스-카세미루 조합의 중원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에덴 아자르의 부상 등 악재가 있었지만 루카스 바스케스가 분전하면서 측면에서 공격 지원 역시 적절히 이뤄지고 있다. 팀 순위 역시 팀 마다 치른 경기 수가 다르긴 하지만 레알은 승점 32점으로 2위를 단단히 지키고 있다.

벤제마는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리옹 소속으로 리그앙 챔피언만 4번 차지했고, 레알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UCL 트로피만 4번 차지했고, 라리가 3회, 코파 델 레이 2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4회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개인 수상은 다소 초라한데 2007-2008시즌 리그앙 득점왕이 유일한 개인 타이틀이다. 10년 이상 정상급 공격수로 군림했지만 득점왕 타이틀이 없다. 이번 시즌은 '피치치'를 따낼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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