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 페드리(왼쪽부터, 바르셀로나). 게티이미지코리아
리오넬 메시, 페드리(왼쪽부터, 바르셀로나).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페드리가 바르셀로나 중원의 핵심 선수로 급부상했다. 리오넬 메시를 살려줄 수 있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페드로 곤살레스 로페스. 줄여서 '페드리'로 불리는 18세 선수는 라스팔마스 소속이던 2019년 9월 바르사 이적을 확정했다. 당시 불과 17세. 1년의 임대 생활 이후 2020년 6월 정식으로 합류했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16번을 받았지만 10대 선수가 바르사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로날트 쿠만 감독은 페드리를 시즌 초반부터 중용했다. 시즌 첫 경기인 3라운드인 비야레알전을 시작으로, 셀타비고, 세비야로 이어진 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점검을 받았다. 이후론 아예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바르사가 치른 20경기에서 12경기에 선발로 나서고 있다.

페드리가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르사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인 메시와 호흡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메시는 폭발적인 개인 돌파가 가능하면서도, 패스 능력과 오프 더 볼 움직임까지 두루 갖췄다. 때문에 바르사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영리해야 한다. 메시와 상승 효과를 누리려면 공간을 만들고, 공간으로 침투하고, 동료의 움직임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페드리는 19경기에 출전했지만 2골과 1도움을 올렸을 뿐이다. 하지만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페드리는 직접 공격 포인트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동료들의 패스를 받아준다. 기술이 좋아 공을 잘 지키지만, 직접 공을 끌거나 해결하려는 욕심은 없다. 더 좋은 위치의 동료에게 지체없이 패스하는 시야도 가졌다.

쿠만 감독은 15라운드 바야돌리드전 이후 "페드리는 매우 좋은 선수다. 메시와 연계 플레이, 다른 선수들과 호흡도 모두 좋다. 매우 잘하고 있고 활동량도 많다.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우리 팀에는 중요하다. 플레이할 때 매우 편해보인다"고 칭찬했다.

바르사는 그동안 메시의 파트너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필리피 쿠치뉴에게 무려 1억 4500만 유로(약 1950억 원), 공격 2선 전반에서 뛸 수 있는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1억 2000만 유로(약 1615억 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메시와 능숙한 호흡을 발휘하진 못했다. 쿠치뉴도, 그리즈만도 팀의 중심에서 서는 게 익숙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페드리는 화려하지 않아도 팀의 핵심인 메시의 움직임에 어울리는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다. 바르사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단어인 '티키타카'가 페드리와 메시 사이에선 발현되고 있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스포르트'의 주안 마리아 바트예는 "메시가 쿠치뉴, 그리즈만과 공간을 나눠야 하는 부담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됐다"며 페드리의 가치를 평가했다. 기술적이고 영리하며 활동량이 많고 조력자로서 맹활약하는 선수다.

페드리와 메시의 호흡이 '대기록'으로 연결됐다. 메시는 레알바야돌리드전에서 축구 역사상 단일 클럽 최다인 644번째 득점을 올렸다. 펠레를 뛰어넘는 기념비적인 득점이었는데 이를 도운 게 페드리였다.

후반 20분 메시는 후방으로 물러나 프렝키 더용에게 패스했다. 더용이 공을 잡고 돌아섰을 때 전방에 페드리가 있었고, 메시는 공간을 향해 이미 침투를 시작했다. 페드리는 더용의 패스를 받았고 뒤에서 침투하는 메시 앞에 발뒤꿈치로 공을 내줬다. 메시의 이른바 '3자 움직임'을 완벽히 살렸다. 메시는 왼발로 정확히 마무리했다.

일본으로 떠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빗셀고베)를 연상시키는 활약이다. 페드리는 직접 주인공이 될 잠재력을 갖췄지만, 동시에 조력자로서 메시를 빛나게 해줄 수도 있다. '스포르트'의 평가는 페드리를 향한 팀 안팎의 기대감을 설명한다.

"페드리를 새로운 이니에스타라고 부르는 것은 지나치게 대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페드리가 위대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메시도 그것을 알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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