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잉글랜드에서 언제 1부 우승을 차지할지 가장 궁금했던 팀은 리버풀이고, 가장 승격 여부가 궁금했던 팀은 리즈유나이티드다. 공교롭게도 두 가지 사건이 모두 벌어지려는 순간 천재지변이 닥쳤다.

잉글랜드 축구계는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한 프로축구의 전면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EPL 선수, 감독 사이에서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세리에A는 선수 확진자가 나오기 전 이미 리그를 중단했고, 미국프로농구(NBA) 역시 선수 확진자가 발견되자 경기 개최 직전 다급하게 30일 정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EPL의 논의 역시 리그 잠정 연기나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리그가 이대로 중단될 경우, 잉글랜드 축구계가 가장 궁금해 했던 극적인 두 사건이 모두 무산되게 된다. 첫 번째는 리버풀의 EPL 우승이다. 리버풀은 EPL을 대표하는 강호로 인정받는 팀 중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놓친 팀이다. 리버풀이 마지막으로 우승한 1989/1990시즌 이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맨체스터시티 등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가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심지어 리즈, 블랙번로버스, 레스터시티도 우승했지만 리버풀은 모두 놓쳤다. 리버풀이 잉글랜드 1부 최다 우승 2위(18회) 구단임을 감안하면 긴 무관이다.

리버풀이 EPL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건 밈(유행어)으로 쓰이는 지경이 됐지만, 이번 시즌은 우승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였다. 29라운드 현재 2위 맨체스터시티와 승점차를 25점으로 벌리며 도무지 역전이 불가능한 승점차를 확보했다.

만약 EPL이 리그를 중단하면서 우승팀 없는 시즌으로 마무리할 경우, 리버풀의 타격은 맨유나 맨시티 등 다른 구단에 비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은 EPL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2회 우승한 바 있고, 2000/01시즌에는 EPL을 제외한 자국 모든 대회와 UEFA컵(현 유로파리그)에서 모두 우승하는 ‘미니 3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EPL 우승만 남았지만 번번이 놓치는 나날이 반복돼 왔다.

승격과 강등 없이 현재 체제를 다음 시즌으로 유지할 경우, 잉글리시챔피언십(잉글랜드 2부)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팀은 리즈유나이티드다. 리즈는 2000년대 초반까지 EPL의 강호였으나 방만한 경영의 후폭풍으로 2004년 강등된 뒤 16시즌 째 하부리그를 전전하고 있다. 리그원(3부)로 떨어졌다가 2010년 챔피언십까지 복귀했지만, 거기서 EPL로 올라가는 게 더욱 어려웠다.

리즈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승격이 유력한 팀이다. 한동안 챔피언십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리즈는 지난 시즌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을 선임하며 3위에 올랐으나 플레이오프 끝에 아깝게 승격을 놓쳤다. 이번 시즌에는 1위를 질주하며 플레이오프 없는 자동승격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2위까지 자동 승격권이 주어지는데, 3위 풀럼과 승점차를 7점으로 벌린 상태다. 시즌 중반 휘청할 때도 있었지만 최근 5연승을 달리며 기세도 좋았다.

리버풀의 우승과 리즈의 승격은 잉글랜드 축구의 가장 극적인 드라마에 속한다. 각각 위르겐 클롭과 마르셀로 비엘사라는 개성 넘치는 명장들이 이끌고 있어 더 많은 스토리를 파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 앞에 놓인 최대 변수는 성적이 아니라 리그 취소 가능성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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