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서정원 감독이 처음 수원삼성에 부임하며 추구했던 축구는 볼 소유력을 높이고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었다. 중원에 많은 숫자를 두는 4-1-4-1 포메이션으로 2014시즌과 2015시즌에 K리그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시기를 이끈 주력 선수들(정대세, 권창훈, 이상호, 김은선, 조성진)이 차례로 빠져나간 지금, 서 감독이 찾은 해법은 측면에 무게를 둔 3-4-3 포메이션이다.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 진영을 지배하자는 방향성은 전과 같지만, 두 명의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현 전술은 중원 플레이에 숙제를 남기고 있다.

수원의 스리백은 공격적이다. 공수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빌드업 능력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했다. 이 전술이 잘 작동하기 위해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열 일’을 해야 한다. 이용래와 이종성은 현재 수원 중원의 플랜A 조합이다. 이용래는 많은 공간을 커버하고, 이종성은 패스 줄기를 만든다. 

가와사키프론탈레와 ‘2017 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경기에서는 중원 경쟁에서 밀렸다. 광저우헝다과 2차전에서도 중원을 장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포백을 두는 상대와 숫자 싸움에서 어렵다. 

광저우는 가오린을 원톱으로 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실제론 2선 공격수 히카르두 굴라트가 공격 지역에서 프리롤에 가깝게 움직였다. 가오린이 수비를 묶어두는 미끼 역할을 하면, 그 뒤에서 옆과 앞까지 이동하며 기회를 포착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 알란 카르발류의 경우에도 측면보다는 중앙 2선과 전방 지역을 넘나들었다. 광저우는 4-3-3과 4-4-2로 활발하게 변화했다.

브라질 출신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이 지휘하는 광저우는 중앙 지향적인 경기를 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랴오리셩과 좌우 풀백 리쉐펑, 왕샹위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중앙 지역에 머물렀다. 알란과 굴라트, 파울리뉴와 정즈가 중앙 지역에서 블록을 형성했다. 가오린이 그 꼭짓점에 서고, 두 명의 센터백이 자리를 지키면서 중원에서는 공간을 잘 주지 않았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광저우는 중앙에 강점이 많다”며 이날 중원보다 측면을 활용해야했던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굴라트를 비롯해 전력의 중심이 되는 선수들이 중앙에 많이 포진했다. 미드필드에서 벅찬 부분이 발견됐다.”

반면 수원은 측면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했다. 이스턴SC와 1차전 경기에서 나란히 두 골씩을 넣은 광저우의 젊은 피 라오리셩과 왕샹위안은 완전히 침묵했다. 염기훈과 김민우가 버틴 수원의 왼쪽 측면이 더 강했다. 

염기훈은 “내가 안쪽으로 조금 들어온 상태에서 민우가 사이드로 나왔다. 상대는 나를 잡을지 민우를 잡을지 헷갈렸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대에 충분히 위협을 줄 것이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도 홍철이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홍철, 권창훈, 염기훈이 왼쪽 지역에서 상대 수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점이 효과를 발휘했다. 

우측면 공격도 좋았다. 특히 전반전에는 장호익이 많은 활동량으로 측면을 지배했다. 산토스가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면 조나탄이 측면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지원했다. 지난 시즌 수원의 우측 풀백 주전 자리를 꿰찬 장호익은 전반전에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장호익의 존재감으로 인해 브라질 공격수 알란은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파울리뉴도 덩달하 공격 지원이 어려웠다.

김민우는 수원의 조직과 전술에 녹아들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장호익이 마무리의 세밀함을 더 보강한다면 수원의 측면 화력은 두터울 것이다. 문제는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전방 압박을 펼치며 윙백의 전환이 빈번한 현 전술에서 후반전의 체력 저하는 필연적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후반 36분 동점골을 내줬고, 마지막 10분 간 역전골을 내줄 수 있는 위기가 서너차례 있었다. 후반 중반 이후 시점에는 중원의 볼 관리 능력이 더더욱 중요해진다. 

서 감독은 중원의 볼 관리 능력과 공격 지원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용래와 이종성을 빼고 김종우와 다미르를 투입했다. 공격적인 교체였다. “물러서기 싫었고, 이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두 경기 연속 교체 출전한 김종우는 매끈한 터치를 보였다. 다미르는 후반 41분에 들어와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다. 

측면과 전방에는 더 변화를 주기 어렵다. 남은 시간 여지가 있다면 중원 조합을 맞추는 일이다. 다미르는 아직 100%의 몸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미르가 스페인 전훈 당시 보여준 번뜩임으로 중원에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면 가능성은 있다. 지난 시즌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 김종우가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피지컬을 갖춘다면 옵션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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