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신태용 전 코치의 역할을 대신할 신임 코치를 물색했다. 그 과정에서 설기현(38) 성균관대학교 감독과 접촉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휴가를 떠나기 전인 12월 말에 설 감독과 미팅을 가졌지만, 최종 선임 발표하기까지는 한 달 이상이 더 걸렸다. 성균관대와의 관계가 걸려 있었다.

KFA는 6일 오전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오는 3월 1일부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종료일까지다. 설 신임 코치의 합류로 대표팀 코치진은 아르무아 코치와 차상광 GK코치까지 3인 체제다.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코칭스태프를 돕는 역할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과 설 코치는 6일 오후 2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기술위원장은 설 코치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초 외국인 코치 영입을 목표로 했지만, 국내 코치로 선회한 이유도 이야기했다. 

신임 코치 영입은 예정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말 신태용 코치가 ‘2017 FIFA U-20 월드컵’을 앞두고 U-20대표팀 감독을 맡게 되면서 공백이 생겼다. 이에 따라 이 기술위원장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치르고 있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대대적 개편 및 증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알렸다.

당초 기술위는 외국인 코치 영입을 목표로 했다. 이 기술위원장이 “슈틸리케 감독과 협의해 외국인 코치 한 분을 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수석코치 인선 기준도 설정해뒀다. “영어를 잘할 수 있는 코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슈틸리케 감독과 소통이 잘돼야 한다. 두 번째로는 대표팀 지원과 더불어 시간이 있을 때는 유소년과 청소년도 맡고, 지도자 세미나에서 교육 지도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KFA는 다각도로 활용 가능한 유능한 인재를 찾고 있었다.

이 기술위원장은 공백이 생긴 이후 외국인 코치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인 코치와 스위스 코치가 선별됐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 문제였다. 예정대로라면 신임 코치의 활동 기간은 러시아 월드컵이 종료되는 1년 6개월 정도다. 이미 유럽 현지에서 활동하는 상황에서 1년 6개월의 짧은 시간을 위해 한국 대표팀에 운명을 걸기엔 부담된다. 이 기술위원장은 이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머리가 아팠다. 독일과 스위스 코치 두 사람에게 접근했지만, 계약 기간이 걸려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짧은 계약 기간을 위해 한국으로 올 외국인 코치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이유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어떤 외국인 지도자도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과 이 기술위원장은 외국인 코치 선임 계획을 철회하고 국내 지도자로 눈을 돌렸다. 갑작스럽게 계획을 변경했지만 선발 조건은 명확해야 했다. 차두리 전력분석관을 고려한 포지션 관리 분배와 선수 시절 경험을 따진 배경이다. 이 기술위원장은 “차 전력분석관은 수비수 출신이다. 이에 따라 새로 선임되는 코치는 가급적이면 미드필더나 공격수 출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대표팀 코치로서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어느 대회를 치러봤는지도 따져야 했다. 설기현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주축으로 활약했고, 유럽과 K리그에서 뛰면서 선수로서 힘든 과정을 견뎠다”고 했다. 청소년 대표와 올림픽 대표를 거쳐 2000년부터 10년간 국가대표 공격수로 활약한 설 코치는 벨기에,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K리그에서 프로 경력을 쌓았다.

2015년 성균관대 감독으로 본격적인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한 설 코치는 부임 첫 해에 팀을 U리그 왕중왕전 결승으로 이끄는 등 대학축구에서 순탄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아직 프로팀 경력이 없어 실력에 대해 물음표가 붙는다. 이 기술위원장은 “오히려 감독으로서 짧은 경험이 대표팀 코치로서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신임 코치가 감독으로서 너무 경험이 많지 않길 바랐다. 이는 감독 경력이 많으면 자신만의 축구 철학이 굳어지기 때문에 지도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과 의견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전달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론 국내의 3인 지도자를 리스트에 올렸다. 첫 번째 카드가 설 코치였다. 슈틸리케 감독도 충분히 검토했다. 의견을 종합해 선임 확정을 알리게 됐다.”

설 코치는 “슈틸리케 감독님이 휴가를 떠나시기 전에 만남을 가졌다. 당시 내가 해야 할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말씀해주셨다. 이미 성균관대를 맡고 있어 고민이 많았지만, 이런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최종 결정했다. 성균관대엔 월드컵을 끝나고 다시 돌아가는 쪽으로 이야기했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2월 21일 휴가를 떠났다. 종합해 보면 코치직 공석이 생기고 한 달 사이에 설 코치와 접촉한 게 된다. 이후 최종 발표하기까지는 다시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설 코치가 대표팀 합류를 확정하고, 성균관대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당초 설 코치는 학교 측에 부담을 주기 싫어 사퇴를 염두에 뒀다. 그러나 성균관대 측에선 기다림을 감안하고 월드컵 이후 설 감독과 재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이 기술위원장은 “설 코치가 이미 성균관대 감독으로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함부로 계약할 수 없었다. 이 부분이 어려웠다. 성균관대에 요청했고, 학교 측에서 월드컵이 끝날 동아 대표팀 코치로 전념해 활동할 수 있도록 흔쾌히 허락해 줬다. 이 점에 대해 성균관대에 감사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통영에서 열리는 ‘제53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 참가한다. 설 코치는 성균관대 감독으로 이 대회를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한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20일 휴가에서 복귀한다. 새로운 ‘팀 슈틸리케’는 설 코치의 계약이 시작되는 3월 1일부터 구성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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