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2016/2017시즌 유럽 축구 주요 리그가 신년 첫 달을 전후로 반환점을 돌았다. ‘풋볼리스트’는 시즌 전 예상을 바탕으로 예상과 다르게 벌어진 상황을 점검했다. 특정팀의 독주가 사라졌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 이적생, 그리고 기대 없이 시작해 큰 성과를 낸 감독까지. 후반기에는 주목을 해야하는 것들을 소개한다.

지난 여름은 ‘역대급’으로 국가대항 토너먼트가 많이 열린 시기였다. 남미축구연맹이 코파아메리카 100주년을 기념해 6월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를 열었다. 2015년 6월에 이어 1년 만에 열린 대회다. 남미 주요국 대표 선수들은 2014년 월드컵부터 3년에 걸쳐 매해 여름에 국제 대회를 치른 것이다.

‘유로 2016’은 예년에 비해 8팀이 늘어난 24팀 규모로 열렸고, 여느 때처럼 유로 이후 올림픽도 열렸다. 주요 국가대항전의 규모를 합치면 월드컵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이한 여름이었다. 코파, 유로, 올림픽 참가팀을 모두 합하면 56팀이나 된다. 축구 강국의 대표 선수들은 월드컵이 열린 해보다 더 힘든 여름을 보냈다. 그만큼 각 구단이 발을 맞출 시간은 부족했다.

그 여파가 ‘독주 없는 시즌’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스페인 양강의 스타 선수들인 바르셀로나의 MSN(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과 레알마드리드의 BBC(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각각 남미 올스타와 유럽 올스타 공격진이다. 코파에 불참한 네이마르는 대신 월드컵을 치렀고, 유로에서 이탈했던 벤제마는 어차피 부상으로 레알의 프리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모든 팀이 국가대항전 탓을 할 순 없겠지만,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은 것까지 부인할 순 없다. 바르셀로나의 경우 MSN을 비롯해 15명이 국제 토너먼트에 참가했다. 특히 MSN에 대한 의존도가 큰 바르셀로나는 세 선수가 부진한 경기를 할 때마다 팀 경기력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을 보인다. 매년 여름마다 고생한 여파가 어느 정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절대강자들의 몰락이 겹쳤다

각 리그의 절대강자들이 일제히 과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리그를 재미있게 만드는 공통적인 요인이다. 한 가지 이유가 있는 현상이라기보다, 각 리그의 패러다임 전환기가 우연히 겹쳤다고 보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파리생제르맹(PSG)이 겪고 있다. PSG는 로랑 블랑 감독과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모두 떠난 뒤 재력에 비해 적은 영입으로 여름을 보냈다. 아템 벤아르파, 헤세로는 이브라히모비치의 공백에 대처할 수 없었다. 기존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 중심으로 팀을 재편했지만 ‘중위권 명장’ 우나이 에메리 감독에겐 최강팀을 다루는 노하우가 부족했다.

유벤투스는 2014/2015시즌 보유하고 있던 강력한 미드필더 4명 중 3명이 단 두 번의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모두 이탈했고, 공격진까지 완전 재편성되는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이번 시즌을 앞두고 폴 포그바를 역대 최고 이적료로 보낸 것이 결정타였다. 대신 최고급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을 영입했지만 여전히 미드필드 구성은 빈약하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과도기에 온전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새 팀을 맡을 때마다 초반에 시행착오를 겪곤 하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부임하며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혼란스런 전반기를 보냈다. 전술적으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젭 과르디올라 감독이 주도한 3시즌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지만 독일분데스리가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유지했다는 건 사실이다. 안첼로티는 과르디올라 시절만큼 강력한 전반기를 보내지 못했다.

세 리그에서 최강자가 없어진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어쨌든 이 팀을 떠난 인물들이 하나같이 EPL로 모여들었다는 건 흥미롭다. 과르디올라는 맨체스터시티 감독으로, 이브라히모비치와 포그바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선수로 갔다. EPL이 압도적인 재력을 바탕으로 각 리그 최강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는 것이 이 대목에서도 확인된다.

 

‘좋은 팀’이 ‘최고의 팀’으로 도약한 이유, 감독 잘 만나서

선두 추격을 시도하다 늘 미끄러지곤 했던 상위권 팀들이 이번 시즌 약진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현상은 라리가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특히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마드리드를 모두 제치고 2위에 올라 있는 세비야가 3강 구도를 깨뜨리고 있다는 것이 신선하다.

라리가는 이번 시즌 15팀이나 감독을 바꿨고, 새 감독의 지도력이 통할 때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세비야가 대표적이다. 남미 명장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과르디올라의 멘토’로 유명한 후안 마누엘 리요 코치와 손을 잡고 변화무쌍한 전술로 대호펴을 받고 있다. 비야레알의 프란 에스크리바 감독도 세간의 우려를 뚫고 준수한 지도력을 보이는 인물이다. 레알소시에다드는 지난 시즌 중간에 부임한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감독이 본격적으로 준비한 이번 시즌, 한층 나아진 경기력으로 UCL 진출을 노리고 있다.

세리에A에서 유벤투스를 추격권 안에 둔 로마, 나폴리는 각각 루치아노 스팔레티, 마우리치오 사리라는 공격적인 감독들의 과감한 전술로 다른 팀들보다 앞서 나간다. 라치오의 경우 감독대행을 거쳐 이번 시즌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시모네 인자기 감독이 기대 이상의 전술적 역량으로 공수 밸런스를 잡고 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EPL에 모여든 스타 감독들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들이다.

과감한 전술적 시도가 선두권 구도를 흔들고 돌풍을 일으킨다. 분데스리가에서 승격하자마자 우승까지 노리는 RB라이프치히의 용감무쌍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격이 대표적이다. 전술적으로 용감하다는 면에서 라이프치히와 세비야는 비슷한 류로 분류할 수 있다. EPL의 스타 감독들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참신한 시도를 한 안토니오 콘테 첼시 감독이 앞서나가는 중이다.

글= 김정용 기자

그래픽= 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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