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한준 기자= “반응해, 반응해!”

울산 미포구장에 최윤겸 강원FC 감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지난 8일부터 울산에서 1차 전지 훈련을 진행 중인 강원은 오전 체력 훈련, 오후 전술 훈련 및 저녁 스트레칭으로 타이트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첫 주 마지막 일정으로 자체 연습 경기를 진행한 강원은 훈련 2주차를 맞아 전술 훈련의 디테일을 높이고 있다. 소집 후 첫 연습 경기를 하루 앞둔 16일 오후, 볼 빼앗기 게임을 통해 즐거운 분위기로 훈련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자 한 시라도 느슨해지면 최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테스트 선수를 포함해 24명의 선수가 훈련 중인 강원은 8명씩 세 개 조로 나뉘어 두 팀은 8대8 미니 게임, 한 팀은 슈팅 훈련을 실시했다. 운동장을 반 만 사용한 미니 게임에서 요구된 것은 강한 전방 압박. 구역별로 번호를 지정해둔 최 감독은 압박 혹은 침투의 밀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해당 번호를 외치며 집중을 요구했다.

미니 게임이 끝난 뒤 선수들을 불러 모은 최 감독은 “설렁설렁 뛰면 시간을 때우는 것 밖에 안 된다. 뛰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나와서 쉬겠다고 하라”며 실전 수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 “세 명이 강하게 달려들고 있는데 한 명만 느슨해도 제대로 훈련이 될 수 없다. 빠르게 앞에서 압박해야 한다.”

미니 게임 이후 진행 된 빌드업에 이은 슈팅 훈련 과정에서도 최 감독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보다 많은 선수들의 문전 침투다. 센터백에서 시작해 풀백 혹은 중앙 미드필더를 거쳐 스트라이커 정조국과 이근호에게 크로스 패스를 배달하는 훈련에서 배후 선수들에게 더 많은 움직임을 요구했다.

“더 들어가! 더! 4번 왜 안 올라와!” 스트라이커를 향한 마무리 패스와 슈팅 훈련이었으나 더 많은 패스 코스를 창출하는 게 훈련의 목적이었다. 기본적으로 정조국이나 이근호가 마무리 패스를 향해 들려 들지만, 좌우와 배후에서 3~4명의 선수들이 함께 여러 구역으로 달려 들어 수비를 분산시켜주는 움직임은 물론, 2차, 3차 패스로 다른 슈팅 코스를 열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최 감독은 원하는 만큼 침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자 잠시 훈련을 중단시키고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갔다. 침투 방향과 위치를 보다 세밀하게 지시한 뒤 다시 훈련을 진행했다. 공격 상황에서 공격수들에게 맡겨두지 말고 모든 선수들이 달려들어 기회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크로스 패스를 통해 슈팅 기회를 여는 훈련이었지만 적극적으로 중앙 지역을 활용했다. 풀백에게도 중앙 지역으로 좁혀 들어가 다른 형태의 패스 코스를 만들게 했다. 미니 게임에서 주문한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더불어 상대 지역을 전장으로 삼고 지배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히 담긴 훈련이었다.

슈팅 훈련이 끝나고 경기장 전체를 사용한 자체 연습 경기를 20분 가량 진행했다. 경기 초반 끊기는 패스가 많았고, 슈팅 상황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선수별 볼 터치 횟수를 2회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빠른 패스 플레이로 슈팅까지 가져가기 위한 훈련이다. 두 번의 터치 만으로 상대 골문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선수간 간격이 콤팩트해야 한다. 공을 갖지 않은 선수들의 기민한 움직임, 그리고 공을 가진 선수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앞선 훈련에서 요구된 강한 전방 압박과 적극적인 침투가 동시에 요구됐다. 경기 시간이 지날 수록 상대 골문까지 도달하는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결국 득점까지 나왔다. 쉽지 않은 미션 속에 나온 득점에 선수들은 실전 경기에서 득점한 것처럼 환호했다. 긴장감이 넘치는 훈련이었으나 선수들은 진지한 와중에도 축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전훈지인 울산의 날씨는 추웠다. 최 감독은 “이틀 전부터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추운 날씨 속에 너무 격하게 운동하면 부상 위험이 있다”며 훈련 진행 중 몸 상태에 조금이라도 무리가 느껴지는 선수가 보이면 불러 들여 조깅과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준 뒤 다시 투입했다. 

강원 관계자는 물론, 기존 강원 선수들 모두 “새로 온 선수들로 인해 훈련의 수준이 높아졌다. 특히 마무리 상황에서의 날카로움이 예전과 다르다”고 했다. 최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색깔은 다르지 않지만, 이제 막 2주차 훈련에 접어들었음에도 조직력이 갖춰지는 속도가 빠르다. 

강원은 17일 오후 미포구장에서 훈련 소집 후 첫 번째 연습 경기를 갖는다. 아직 피지컬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3쿼터로 나눠 다양한 선수를 고루 점검한다. 현재 강원 선수단에는 입단 테스트를 진행 중인 선수들도 있다. 연습 경기를 통해 기량을 점검 받을 예정이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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