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국 대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리그, 돈의 액수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리그, K리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그. 모두 중국슈퍼리그(CSL) 이야기다. 중국인들의 돈봉투 너머를 보려 노력해 온 'Football1st'가 중국 축구 '1번가'의 현재 상황과 그 이면을 분석한다. 가능하다면 첫 번째로. <편집자주>

 

“이러한 결정은 분명 CFA가 지닌 본의와 계획에서 나온 게 아니다.” (‘축구보’ 기사 중 CFA 내부 인사 발언)

 

중국 슈퍼리그(CSL)가 뒤집어졌다.

 

중국축구협회(CFA)는 17일 외국인 출전 제한과 23세 이하 선수 출전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2017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를 한 경기에 연인원으로 3명만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5명을 보유할 수 있지만 한 경기에는 선발과 교체를 통틀어 단 3명만 출전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시즌까지는 4명이 출전할 수 있었고, 외국인끼리 교체도 가능했다. 연인원으로 5명까지 뛸 수 있었다. 경기 엔트리 18명 중에 23세 이하 선수(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2명을 반드시 넣어야 하고, 이 중 1명은 무조건 출전시켜야 한다는 규정도 생겼다.

 

CFA 발표에 구단과 팬 그리고 투자자는 패닉에 빠졌다. CFA는 지난해 12월 각 구단에 외국인 선수 출전을 제한하는 제도와 U-23 선수 투입을 늘리는 제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묻지마 투자’로 인한 이적시장 과열과 무분별한 경쟁을 막고 자국 선수를 키우겠다는 의도였다. 각 구단과 축구계 종사자들은 CFA가 변화를 줄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의견을 물은 지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새로운 규정을 내놓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거의 모든 팀들이 이미 2017시즌 구성을 마쳤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도 어렵다.

 

전지훈련을 떠난 각 구단은 혼란에 빠졌다.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치고 외국인 선수 4명을 넣어 발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5명의 외국인 선수 가운데 어떤 선수 3명으로 경기를 꾸릴 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U-23 선수 출전이다. U-23 선수를 많이 보유한 팀은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지만, U-23 선수를 많이 보유하지 못한 팀도 많다. 승격팀인 구이저우지청은 U-23를 거의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보다 국내 선수 영입이 더 어려운 CSL 사정상 시즌 전까지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축구협회는 모르고 광저우헝다는 알았다?

“이러한 결정은 분명 CFA가 지닌 본의와 계획에서 나온 게 아니다.” (‘축구보’ CFA 내부 인사)

 

주목할 부분은 CFA도 여러 언론매체에 ‘우리도 억울하다’는 식의 반응을 비춘다는 사실이다. 중국 언론은 이번 결정이 CFA가 아닌 ‘상부(정부차원의 움직임)’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러스스포츠는 “이런 결정은 CFA와 각 구단이 충분히 상의한 후 내려진 게 아니다. 상급(기관)이 관여해 CFA가 각 구단에 공문으로 통지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고전하는 것, 외국인 선수가 중심이 되면서 자국 선수와 자국 유망주가 뛸 자리가 줄어 든 것, 이적료와 연봉이 비이성적인 것을 상급(기관)에서 문제 삼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혼란 가운데 몇몇 구단은 이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광저우헝다를 비롯해 베이징궈안과 산동루넝은 어느 정도 이 흐름을 감지하고 대응했다는 것이다. 항상 외국인 영입에 앞장섰던 광저우헝다가 올 시즌 새로운 외국인을 거의 찾지 않았다. 굴라르트와 파울리뉴 그리고 잭슨 마르티네스를 계속해서 이적시키려던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광저우헝다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국가대표팀에 양보한 대가로 고급 정도를 받았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

 

실제로 투자를 주도한 구단은 상하이선화와 상하이상강, 허베이화샤싱푸 그리고 승격팀 톈진췐젠이었다. 전통적으로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리그를 주도했던 광저우헝다와 베이징궈안 그리고 산동루넝이 침묵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광저우헝다는 U-23 선수도 잘 갖춰놓았다. 광저우헝다는 수준급 U-23 선수를 6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상부 개입에 대한 물증은 없지만 심증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급격한 변화, 상처는 CSL과 투자자 몫

CSL은 분명 비이성적인 측면을 지녔다.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들여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고, 이렇게 영입한 이들을 갑자기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국내 선수 몸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자국 선수를 영입하려면 100억 원은 우스웠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계획을 지니고 있었다. CFA 차원에서 장기 계획을 수립했고, 최근에는 외국인 선수 출전제한과 이적료와 연봉 상한제 등을 논의하고 있었다. 각 구단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려 했다.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갑작스런 결정으로 CFA와 CSL은 패닉이다. 구단 운영과 투자는 일정한 흐름이 보장돼야 가능하다. CFA가 아닌 상부에서 갑작스러운 ‘명령’이 하달되면 각 구단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투자자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투자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커지면 어려워진다. 외부에서도 CSL이 민간투자로 이뤄진 리그가 아니라 관제 리그라는 인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좋은 외국인 선수로 CSL 이적을 꺼릴 가능성이 커졌다. 여러모로 CSL은 혼란기에 들어갔다.

 

“이런 급브레이크 정책은 리그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이다” (‘축구보’ 기사 중 한 투자자내용 발췌) 

 

글= 류청 기자

사진= 상하이선화 홈페이지,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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