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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로 '성장' 우승 안기고 떠나… 레오나르도 돌아보기
김정용 기자 | 승인 2017.01.11 15:58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레오나르도는 성장하는 선수였다. 전북현대가 아시아 정상에서 미끄러진 이듬해 한국을 찾았고, 4년 반에 걸쳐 더 위대한 선수로 발돋움하더니 마침내 정상 복귀를 이끌고 떠났다. 

전북의 ‘최강희 2기’를 상징하는 선수 중 하나가 레오였다. ‘풋볼리스트’는 지난 7일 전북현대를 떠나 알자지라(UAE) 이적이 발표된 레오의 국내 경력들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에닝요-루이스 시대가 지나고 레오의 시대로

전북은 2012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레오를 영입했다. 당시 보도자료에 실린 이흥실 당시 감독대행(현 안산그리너스 감독)의 말을 보면 “루이스의 이적으로 고민하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 공수 조율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전북에 드물었던 유럽파 외국인 선수였다. 2009년부터 그리스 명문 AEK아테네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했고, 2011/2012시즌엔 리그 10골과 UEFA유로파리그 3골로 물오른 득점력을 보인 선수였다. 그리스 경제위기의 여파로 AEK아테네가 재정 위기에 빠진 뒤 아시아 이적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전북은 비교적 싼 이적료로 탁월한 스피드와 킥을 지닌 선수를 가질 수 있었다.

경기를 뛰기 시작한 레오는 실제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데뷔 후 두 번째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고, 다섯 번째 경기에서 첫 프리킥 골을 넣으며 킥의 위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진가는 시즌 말 윙어로 포지션을 옮긴 뒤 드러났다. 드로겟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레오를 왼쪽 측면으로 보낸 부산아이파크전, 레오 특유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골로 이어졌다. 데뷔 시즌 성적은 5골 2도움이었다. 파비오 대행(현 전북 피지컬코치)이 지휘한 2013년에도 팀의 K리그 첫 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출발했고, 시즌 중반엔 부진한 시기도 있었지만 무려 7골 13도움을 기록했다.

루이스에 이어 2013년엔 에닝요까지 떠났다. 2009~2011년 전성기의 중심이었던 두 외국인 선수가 모두 이탈했다. 레오는 새로운 시대의 중심이 돼야 하는 선수였다.

 

#최강희와의 씨름 시작, 수비 가담과 집중력 지적 받아

2013년 6월 30일 최 감독이 임시 국가대표 감독을 마치고 전북으로 복귀했다. 이듬해부터 전북은 큰 폭으로 리빌딩을 반복했고, 레오는 붙박이 주전이 아니라 로테이션 멤버가 됐다. 2014년 소화한 K리그 35경기 중 풀타임을 뛴 건 7경기에 불과할 정도였다. 레오는 개막전인 부산전에 교체 투입돼 득점하며 ‘슈퍼 서브’로도 훌륭하다는 걸 증명했지만 최 감독이 전북 최고 선수 중 하나인 레오를 자꾸 벤치로 내리는 건 특이한 선택이었다.

이때부터 최 감독은 레오에게 정신적인 기복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경기 전 감독과 면담할 때마다 활약상이 좋아지자, 최 감독은 “매 경기 면담할 수도 없고 어쩌겠냐”며 웃기도 했다.

레오는 압도적인 스피드와 킥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선수다. 지능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상대 수비가 철저하게 마크를 시작하면 무의미한 플레이를 반복하며 오히려 팀 공격을 저해하는 경기도 종종 있었다. 특히 측면 돌파가 막혔을 때 무의미한 오른발 크로스를 반복하곤 했는데, 동료의 동선을 읽지 못해 허무하게 끝나기 일쑤였다.

수비 가담 역시 레오의 문제였다. 주로 왼쪽 윙어인 레오는 수비 상황 때 수비형 미드필더 옆까지 내려가 대열을 맞추라는 요구를 받았다. 레오가 경기 막판 20분 정도를 남겨놓고 지친다는 것도 최 감독의 불만 사항이었다. 최 감독이 레오를 붙박이 주전으로 쓰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신인 이재성을 측면과 중앙에 번갈아 기용하며 레오의 자리를 대체했다.

레오가 수비 가담 요구에 충실히 따르기 시작한 경기가 2014년 4월 열린 광저우헝다와의 홈 경기였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이 경기에서 레오는 집중력 높은 수비를 했고, 폭발적인 침투로 이재성의 롱 킥을 받아 선제결승골까지 넣었다.

레오는 수비력 측면에서 해가 갈수록 성숙했다. 2015년엔 전북이 4-2-3-1 포진 대신 4-4-2 포진을 쓰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때 레오는 더 수비 부담이 컸지만 무리 없이 공수를 바쁘게 오갔다. 2016년엔 경기 중 상황에 따라 스리백의 윙백까지 일시적으로 소화했다. 30분 넘게 측면 수비수로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했다.

#2016년, 큰 경기에 약한 선수에서 ‘빅 매치 해결사’로

2016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과정에서 레오가 가장 달라진 건 해결사 기질이었다. 이해 레오는 12골 6도움으로 K리그에서 뛴 기간 중 최다골을 기록했다.

더 중요한 건 ACL에서 보인 활약상이다. 레오는 토너먼트나 단판 승부에 약한 편이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ACL에서 넣은 골이 총 4골에 불과했다. 그중 3골을 조별리그에서 넣었고, 토너먼트에서 넣은 유일한 골은 페널티킥이었다. 전북이 K리그보다 ACL을 노린다고 공공연하게 외치면서도 막상 결승 진출에 번번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ACL만 나가면 기록이 뚝 떨어지는 레오였다.

전북 관계자는 “성가신 수비수가 있으면 레오는 자기 능력을 못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뛰어난 스피드와 킥으로 누구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실전이 되면 그러지 못한다. 그 단계를 넘어서야 공격의 진짜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공격 패턴이 단순하다는 것이 레오의 문제였다.

2016년, 레오는 달라졌다. ACL에서 무려 10골을 넣었을 뿐 아니라 골의 순도가 엄청났다. 조별리그 득점은 단 1골뿐이었고, 그 골도 반드시 승점을 따야 했던 장쑤쑤닝과의 최종전에서 성공시킨 PK였다. 토너먼트로 들어간 뒤 16강부터 레오가 전북을 이끌기 시작했다. 16강 1차전에서 레오의 1골로 멜버른빅토리와 1-1 무승부를 거뒀고, 16강 2차전에선 레오의 2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최강의 상대라던 상하이상강을 홈으로 부른 8강 2차전에서 레오가 2골을 몰아쳐 5-0 승리에 일조했다. FC서울을 4-1로 대파한 준결승 1차전 역시 레오의 2골이 위력을 발휘했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경기가 결승 1차전이었다. 홈에서 알아인에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후반 25분, 레오가 특유의 횡 드리블로 이명주를 제치고 완벽한 오른발 슛을 골문 구석에 작렬시켰다. 7분 뒤 김신욱이 얻은 페널티킥까지 성공시키며 전북이 역전했다. 전북은 이 승리를 토대로 2차전 무승부를 거두며 우승할 수 있었다.

레오는 여전히 상대의 집중 마크를 뿌리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건 아니었지만, 더 집요하게 자신의 킥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경기 중 한두 번이라도 수비가 느슨해지만 바로 드리블 후 강력한 킥을 날렸다. 결승전 골이 대표적이다. 인플레이 상황에서 골을 넣기 힘든 경기에서는 프리킥이라도 꽂아 넣었다. 멜버른을 상대할 때 1, 2차전에 각각 1골씩 직접 프리킥 골을 넣었다. 정신적으로 한층 강인해진 모습이었다.

전술적으로 레오를 받쳐 준 동료들도 간과할 수 없다. 전북은 지난해 김보경과 로페즈를 영입하며 공격 루트가 다양해졌다. 김보경과 이재성이 중앙에서 상대를 흔들며 경기를 조율했고, 오른쪽의 로페즈가 성공률 높은 드리블로 수비에 균열을 냈다. 로페즈, 김보경, 이재성이 틈을 벌리면 레오의 골로 마무리하는 것이 전북의 승리 공식이었다.

 

#정점에서 떠나다

전북은 2013년 후반기 최 감독이 돌아온 뒤 계속 선수를 수급하며 ACL 우승을 위해 몸부림쳤다. 이를 통해 팀 전력이 상승했을 뿐 아니라 분위기가 점점 잡혔고, 집중력과 끈기가 올라갔다. 팀의 분위기가 좋아질수록 레오의 집중력과 전술적인 이해도도 함께 올라갔다. 31세가 된 레오는 전북에 ACL 우승을 선사하고 4년 반 만에 한국을 떠났다. 전북과 함께 성장해 정점에 이르는 행보였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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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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