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6시즌 안산을 연고로 K리그챌린지 우승을 이룬 경찰축구단이 2017시즈부터는 아산에 새 둥지를 튼다. 국군체육무대의 상무 축구팀이 광주를 떠나 부대가 자리를 잡고 있는 문경 인근의 상주와 손을 잡은 것과 마찬가지로, 경찰대학이 용인에서 아산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면서 명분 있는 만남이 성사됐다.

안산과 아산은 ‘ㄴ’ 하나 차이다. 명칭산으로는 큰 변화가 아니다. 그러나 운영상으로나 장기적 계획에서 차이는 극명하다. 그 동안 군경팀을 운영한 도시들은, 군경팀 운영을 자체 시민 군단 창단의 기틀로 삼았다. 아산의 접근법은 조금 다르다. 아산은 경찰축구단 유치를 자체 시민구단 창단의 전초 작업으로 삼는 게 우선 순위는 아니다.

#아산과 경찰축구단, 한시적 만남 아닌 운명 공동체

11일 오후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운영협약식 및 엠블럼 발표회를 가진 아산무궁화 구단주 복기왕 아산시장은 “경찰축구단과 아산이 앞으로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찰축구단이 유랑 구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오랫동안 아산에 뿌리를 내리는 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 3년 전에 인연을 맺고자 했는데 전국체전을 유치하면서 운동장 개보수 문제로 연기된 것이다. 경찰대학이 아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한 무궁화 축구팀은 아산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단기적으로 2년 협약을 맺었지만 아주 오랜기간 아산축구의 공동 운명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산은 경찰축구단을 잠시 이용할 생각이 아니다. 떠돌이 신세였고, 2년 마다 선수간 구성이 바뀔 수 밖에 없는 경찰축구단의 ‘연고 정착’ 및 ‘팬층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복 시장은 “구단 운영진 절반 이상이 마케팅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시 차원에서 열심히 마케팅 하겠다. U-20 월드컵을 개최하는 천안시와도 행정적 협약도 맺었다. 아산을 중심으로 인근 충남 도시와 함께 많은 팬들이 찾아오도록 하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 민심을 얻는 일이라고 했다. 

“구단 대표 이사가 아산시축구협회장이다. 선수들도 우리 고장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고, 상업적 마케팅 보다는 지역 연고와 따듯함을 바탕으로 할 것이다. 한시적으로 머물다 가는 팀이 아니라 두 번째 고향으로 느낄 수 있게 하겠다. 선수들의 지역에 대한 애정이 마케팅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식구라는 생각을 갖고 하겠다.” 

아산무궁화는 충남 지역에 처음 출범한 프로축구단이다. 2010년 안희정 현 충남도지사가 충남도민축구단 창단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도청 이전 문제 등 재정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아산 역시 자체 시민구단 창단 계획은 미정이지만, 아산무궁화축구단 운영으로 충남 지역 전체의 축구 열기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충남도민프로축구단 창단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는 표명했다.

“충남에 프로팀이 없다. 첫 시작을 성공적으로 해서, 충청권에 새로운 프로팀이 탄생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모범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겠다. 아산과 천안을 합치면 인구가 100만이다. 다른 충남시군 축구협회와 도민들 모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다. 아산무궁화가 성공적으로 흥행한다면 중단된 충남도민 구단의 창단이 견인될 수 있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복 시장은 아산 축구 열기 고취를 위해 오는 9월로 예정된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예선 경기 유치 신청도 했다. 아산이 홈으로 삼게 되는 이순신 좋합운동장은 종합 경기장이지만 최근 개보수를 마쳐 시설이 좋은 편이다. 아산시는 소년체전이 끝나는 대로 가변석을 설치해 관중들의 그라운드 접근성도 높일 예정이다.

경찰축구단은 ‘군경팀’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시즌 중 제대 문제, 프로팀 다운 마케팅 및 사회 공헌 행사 참여 문제, 기타 지원 문제에서 꾸준히 지적을 받았다. 이날 협약식에 동석한 서범수 경찰대 학장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열린 자세로 아산무궁화 축구단을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역하는 선수들과 새로 오는 선수들의 갭을 좁히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현재 축구단 TO가 서른 명인데, 더 늘릴 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 관계 기관과 협의해 해결할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경찰 위주로 구단을 운영한 것 같다. 앞으로는 아산시, 프로연맹, 선수단과 소통하면서 축구 발전이라는 최종 목표를 두고 ‘소프트’하게 선수단을 운영하겠다.” (서범수 경찰대 학장)

아산시는 프로연맹으로부터 2부리그 참가로 5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복 시장은 시 내부에서 프로 구단 운영에 대해 예산상 부정적 시각도 있었지만 “다른 시도민 구단과 비교하면 운영비 외에 들지 않기 때문에 유리하다.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스포츠를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국가와 사회가 부강해질수록 보건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공공 영역에서 써야 한다”고 자신의 지론을 강조했다. 

“적은 비용으로 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반대의 목소리 보다 찬성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복 시장은 당장 2017시즌의 목표로 챌린지 우승을 통한 클래식 승격을 이야기했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무궁화축구단은 연고지를 이전하게 되면서 승격권을 잃었으나 ‘디펜딩 챔피언’이다. 아산시는 클래식으로 승격할 경우 연맹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지만, 클래식 무대에 설 경우 도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더 크게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더 높이 보고 있다. 

#군경팀의 딜레마, K리그 클래식 갈 수 있나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산무궁화가 승격권을 얻더라도, K리그클래식 무대에 자리를 잡는 팀이 되기릴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한축구협회가 구축한 디비전 시스템 정착에 따라 군경팀의 ‘활동 영역’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데 축구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실제로 연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내셔널리그 팀들이 K3로 합류할 경우 군경팀은 K3로 갈 수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챌린지까지는 승격할 수 있더라도 K리그클래식 승격은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축구계에 ‘군경팀’은 필요악으로 볼 수 있는 존재다. 선수 육성에 투자한 팀들은 군 복무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군경팀에 무상으로 선수를 제공해야 한다. 이 선수들의 기량 유지 측면에서 원 소속팀이나 선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함께 프로 경기를 치르는 상황에선 경기 결과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2016시즌에는 상주상무가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는데, 상주에 보낸 자신들의 선수에 일격을 당한 팀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클래식 승격이 불가능해진다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프로 축구 선수들의 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문제이고, 모두가 동의하는 정답을 찾기도 어렵다. 현행 제도 하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시점에 군경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아산의 행보는 분명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제 시즌이 시작하면 부딪힐 문제가 더 많을 것이다. 

사진=한국프로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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