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여전히 대표 선수를 다수 배출하는 도시. 지난해 한국영, 남태희, 고명진이 국가대표팀 경기를 소화하며 대표팀 인력풀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 바로 카타르 도하다. 도하에 사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작년을 돌아보고, 내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지난 연말 휴식기에 한국을 찾았던 고명진은 이미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밝혔다. 이번에는 카타르 현지에 있는 남태희와 한국영이 ‘풋볼리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주>

 

남태희는 2016년 마지막 A매치이자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던 11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한국을 살렸다.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고 있던 후반 22분 동점골을 넣어 2-1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소속팀 레퀴야에서는 구단 역사상 최다득점자가 됐다. 한국인이 다른 나라 명문팀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남태희의 2016년을 정리하고, 내년 대표팀에 대한 각오도 함께 들었다.

 

다음은 남태희와 인터뷰 전문. 

-최근 레퀴야 구단 사상 통산 최고 득점자가 됐다

창단한지 얼마 안 된 구단이다. 요즘 유명한 세바스티안 소리아 있지 않나. 그 선수가 62골로 최고 기록을 갖고 있었다. 나는 이번 시즌 전반기가 한 경기 남았을 때 타이 기록을 세웠고, 그때 소식을 들었다. 마지막 경기(12월 22일)에서 1골을 더 넣으며 최고가 됐다.

(남태희는 인터뷰 이후인 4일 후반기 첫 경기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페널티킥으로 1골을 더 추가했다. 리그 통산 64골, 이번 시즌 8골을 기록 중이다.)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을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해줄 줄 몰랐는데 축하를 많이 받았다. 어제(2일)도 팀에서 기념 케익을 가져왔다. 감독님에게도 감동적인 축하를 들었다. 생각도 못 했는데 카타르 축구를 다루는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많이 올라오더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카타르에서 가장 능력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 다른 팀이었으면 이렇게 많은 골이 가능했을까. 우리 팀은 귀화 헌수가 카타르 혈통 선수보다 많다. 프랑스, 아프리카에서 온 선수들은 현지 선수들보다 더 절실하다. 그래서 우리 팀이 가장 프로페셔널한 분위기다. 개인기량을 떠나 프로다운 분위기가 경기장에서 나타난다.

 

-이 정도면 레퀴야 ‘레전드’가 됐을 것 같다. 별명도 많이 생기고 사랑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작년에 재계약했다고 알려진 것 같은데 그건 잘못된 정보다. 난 재작년에 재계약했다. 계약기간은 2019년까지다. 2020년까지로 늘렸다는 건 오해다.

별명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우리 팀 팬이 많이 늘었다. 처음 왔을 땐 경기장이 텅텅 비어 있었다. 카타르 축구의 오랜 숙제가 관중 부족이다. 6시즌 째 뛰며 관중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걸 봤다. 이젠 꾸준히 오는 분들도 있다. 잘 하면 더 생기겠지.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잘 하면 더더욱 생길 것이고.

-현재 리그 1위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2위였다. 경쟁팀인 알사드와 엘자이시가 비긴 덕분에 우리가 1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번 시즌도 지난 시즌처럼 레퀴야, 알사드, 엘자이시의 삼파전 양상이다. 세 팀 모두 거의 지지 않는다. 우리가 딱 3번 비기고 나머지 경기에서 다 이겼는데도 단독 1위를 하기 힘들 정도다. 한 번 방심하면 뒤집힌다.

 

-요즘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지금 감독님은 프랑스에서 날 데려오신 분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큰 신뢰를 보내준다. 난 계속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뛰며 공격을 전개하고, 골을 노리는 위치다. 오래 발 맞춰 본 선수들이 많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이 잘 맞는다. 특히 이번 시즌은 레퀴야 창단 후 처음으로 전반기를 무패로 마쳤다. 1월이 고비다. 핵심 외국인 선수 두 명이 아프리카 국적이다. 개인 능력이 뛰어난데 네이션스컵에 차출됐다. 남은 선수들이 두 발로 더 뛰어야 한다.

(자멜 벨마디 감독은 2011년 남태희 영입을 주도한 사람 중 하나다. 카타르 대표팀을 지휘하다 2015년 레퀴야로 복귀했다. 남태희가 말한 아프리카 공격수들은 모로코 대표 유세프 엘아라비, 튀니지 대표 유세프 메사크니다.)

 

-올해 마지막 대표 경기였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골을 넣었다. 그러나 대표팀의 전체적인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는데

2015년에 정말 좋은 성적을 냈고 팬들은 그 이상을 기대했다. 2016년엔 좋은 경기력 못 보여드린 것이 사실이다. 비난도 많이 받았고 그럴 만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과 감독님은 다들 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시간을 주시고 응원해 주신다면 2017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란전을 비롯해 답답한 경기가 많았다는 것이 팬들의 여론인 것 같다

한국은 항상 경기를 주도한다. 찬스가 왔을 때 선취골을 넣으면 쉬운 경기가 될 텐데 그게 잘 안 맞는다. 나도 공격수 중 한 명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더 집중해서 골을 넣어야 한다.

다른 아시아 팀들은 한국을 상대할 때 전방 압박보다 수비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골을 넣기 힘든 상황이 많이 온다. 그러나 기회가 한두 번은 있다. 그걸 공격수들이 살려야 경기 흐름을 바꾼다. 작년엔 그러지 못했다. 저희 공격수들의 집중력이 중요하다.

이란 역시 한국을 상대로 주도적으로 나온 건 아니었다. 점유율을 신경쓰지 않고 역습만 노리더라. 그런데 우릴 상대로 먼저 골을 넣었다. 거기서 차이가 생겼다. 밀렸다는 걸, 이란이 한국보다 잘 했다는 걸 인정한다. 상대가 이란이라 더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우리가 매 경기 승리할 순 없지만 그 다음 경기에서 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새해 각오가 있다면

최종예선 경기가 많이 남았다. 승점차는 얼마 안 된다. 아쉽게 비기거나 지는 경기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조 1위였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홈에서 이란을 꼭 잡겠다. 단합해서 축구팬들께 기쁨 드리는 2017년을 만들겠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남태희,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분노의 무리뉴, 22세 수비수에 560억 베팅...누구?
EPL+라리가+K리그+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오프라인 강의
'포항 출신' 황선홍, "제자들아! 모여라! 서울로! 결정적 결과
'공간 창출 귀재' 손흥민, 토트넘의 '핵심 연결고리' 인증
'음악에 취한' 맨유, 음원 플랫폼 파트너십까지 '확대'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