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섭(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박진섭(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박진섭이 또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을 치른 한국이 태국을 3-0으로 이겼다. 한국은 3승 1무로 조 1위(승점 10)를 유지했다. 싱가포르를 4-1로 대파한 2위 중국과 승점차는 3점이다.

이날 박진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들어와 지난 경기에서 벤치를 지킨 설움을 날려버리겠다는 듯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번 A매치 기간 주전으로 나선 백승호에 비해 수비적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에 자주 후방으로 내려오던 황인범도 박진섭이 투입된 이후에는 보다 공격적인 위치로 올라가 한결 수월하게 공을 전방에 공급했다.

박진섭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까지 터뜨렸다. 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진수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김민재가 높게 뛰어올라 떨궜고, 이를 반대편에 있던 박진섭이 곧바로 골문 안에 차넣었다. 박진섭의 A매치 첫골이었다.

박진섭(가운데, 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박진섭(가운데, 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또 하나의 성공 신화가 작성됐다. 박진섭은 프로팀 입성에 실패한 뒤 2017년 내셔널리그(현 K3리그) 대전코레일에 입단했다. 그곳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2018년에는 K리그2 안산그리너스로 이적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2020년 대전하나시티즌에서 숨겨졌던 재능을 발휘하며 2021년 K리그2 베스트 11에 올랐다. 2022년 전북현대에 영입돼 K리그1까지 올라왔고 곧바로 K리그1 베스트 11에 들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게다가 대전에서는 미드필더로, 전북에서는 수비수로 베스트 11에 뽑히는 다재다능함도 선보였다.

인간 승리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3년에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와일드카드로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11월 A매치 기간에 부상당한 홍현석을 대신해 A대표팀에 승선해 데뷔전까지 치렀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도 함께 가며 박진섭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박진섭은 한동안 골머리를 앓던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장 알맞은 인재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붙박이 주전이던 정우영은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들어 대표팀에 뽑히지 않고 있으며, 박용우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아쉬운 경기력을 보였다. 손준호는 이제 막 중국에서 풀려난 상황이라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

박진섭보다 뛰어난 미드필더가 있을 수는 있지만, 박진섭은 현재 대표팀이 필요로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프로 생활 내내 경기장 안에서 궂은일을 도맡으며 미드필더에서 살림꾼 역할을 맡았고, 센터백까지 볼 만큼 수비적인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태국과 경기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황인범이나 정호연 같은 미드필더들이 보다 공격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왔다. 자신도 후방 빌드업에 참여해 안정적인 패스를 공급하며 미드필더로서 본분을 다했다. 수비적인 위치 선정에 일가견이 있는 만큼 박진섭이 있는 것만으로도 전반적인 선수들의 위치가 안정되는 효과도 낳았다.

박진섭은 프로팀에 들어가지 못해 대전코레일에 입단한 지 7년 만에 대표팀에서 득점까지 뽑아냈다. 현재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앞으로도 대표팀에 꾸준히 얼굴을 내비칠 만한 역량을 입증했다.

박진섭(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박진섭(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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