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주민규(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아시아에서 가장 스트라이커가 강한 팀이었지만, 3월 A매치를 맞는 지금은 다르다. 새로운 공격수 발탁이 절실하다. 원포인트라도 주민규 선발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경질 후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임시감독은 3월 21일과 26일 태국을 상대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 4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11일 명단발표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주요 유럽파 소속팀에는 5, 6일 즈음 차출 공문이 나간다.

황 감독이 팀을 크게 바꿀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기존 주축 선수들을 잘 규합해 두 경기를 넘기는 게 먼저다. 오히려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불거진 응집력 문제와 내부갈등 해결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있다.

그러나 기존 자원들의 부진이나 부상이 이어지는 포지션은 선수 변화가 불가피한데, 최전방이 그렇다. 한국은 지난해 클린스만 체제까지 유럽파 스트라이커 3명을 유지했다. 그러나 황의조가 불법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조규성과 오현규가 남아 있었다.

문제는 두 스트라이커 모두 소속팀에서 컨디션 저하를 겪다가 아시안컵을 소화했는데, 대표팀 부진이 겹치면서 경기력이 더 떨어졌다는 점이다. 주전 스트라이커 조규성은 그나마 팀 내 입지에는 문제가 없다. 아시안컵 후 덴마크의 미트윌란으로 돌아가 정규리그 3경기 모두 풀타임 출장했다. 그런데 경기당 1개씩 꼬박꼬박 페널티킥이 나오면서 전담키커 조규성이 연속골을 넣을 기회가 있었지만 1개만 성공시키고 2개는 실패했다. K리그 시절 성공률 100%였고, 덴마크 초창기에도 대부분 넣었던 조규성이 심각한 결정력 난조에 빠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시적 현상일 수 있지만 최소 3월에는 그를 보좌할 다른 공격수가 필요해졌다.

조규성의 대안이었던 오현규는 요즘 아예 출장 자체가 어려워졌다. 지난 2022-2023시즌은 유럽에 처음 진출해 후반기만 소화했음에도 컵대회 포함 7골을 넣으며 주전 경쟁에 나갈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시즌 경쟁이 오히려 심해지면서 오현규의 입지는 축소됐다. 작년 11월부터 12월에 걸쳐 5골을 넣은 뒤 득점이 끊겼다. 특히 아시안컵 이후에는 후반 30분 교체투입, 35분 교체투입으로 점점 들어가는 시점이 늦어지다가 한 경기 벤치에 머물더니, 최근 2경기는 명단에서 제외되기에 이르렀다.

조규성과 오현규를 그대로 선발하더라도, 추가 스트라이커 1명 정도는 필요한 상황이다. 많은 팀이 원톱을 쓰더라도 스트라이커를 3명 기용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테스트해 본 선수들 안에서만 뽑겠다며 아시안컵에 공격수를 두 명만 데려갔다가 전술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좁은 선수풀 때문에 지난 1년간 대표팀에 소집이라도 되어 본 스트라이커는 위 3명 외에 아예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K리그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최근 득점력을 놓고 볼 때 주민규와 비견할 만한 선수가 없다. 지난해 K리그 득점왕 주민규가 17골을 넣었는데, 그 뒤를 잇는 국내파 득점원들은 하나같이 2선 자원(나상호 12골, 이승우 10골, 고재현 9골, 고영준 및 김인균 8골)이었던데다가 다들 2선 자원에 가까웠다. 전문 스트라이커를 찾으려면 포항스틸러스의 이호재(8골), 인천유나이티드의 천성훈(6골)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고교동창이기도 한 두 선수가 장기적으로 대표팀을 노릴 자격은 충분하지만 지금으로선 주민규와 득점력 차이가 두세배 된다.

주민규(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주민규(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주민규(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주민규(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주민규는 이번 시즌 컨디션도 유독 좋다. 소속팀 울산HD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때문에 시즌을 일찍 시작하면서 다른 K리그 선수들보다 경기 감각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주민규는 컵대회 포함 공식전 3경기에서 3골(1PK 포함)을 넣으며 현재 시점 독보적인 득점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21년 K리그 22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이래 주민규의 국가대표 발탁 여부는 늘 화제였다. 당시에는 대표팀 감독(파울루 벤투)의 전술, 그리고 기존 공격진이 건재하다는 점에서 주민규를 굳이 발탁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임시감독이라 전술적 고집을 부릴 필요가 없고, 기존 공격진은 차출 불가 또는 감각이 떨어진 상태다.

울산은 5일 전북현대와 ACL 8강 1차전을 갖는다. 국가대표급 선수가 즐비한 이 경기 활약상은 다가오는 대표팀 명단발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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