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서형권 기자
손흥민(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을 급하게 찾고 있다. 임시 감독이 아닌 정식 감독 선임을 선언한 만큼,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도 이렇게 선임된 새 감독이 지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KFA가 지난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곧바로 새 감독 찾기에 돌입했다. 20일 정해성 신임 전력강화 위원장을 선임했고, 10명의 전력강화 위원을 교체했다. 21일에는 정해성 위원장의 주재로 제1차 전력강화 위원회가 열렸다. 감독 경질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신속의 대가로 신중함은 잃었다. 정 위원장이 21일 발표한 브리핑을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정 위원장은 감독 선임을 위한 8가지 기준을 제시하는 등 나름 프로세스가 있는 듯 이야기했지만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껍데기 뿐이다. 이전부터 나왔던 '외국인 감독이 아닌 국내 감독, 임시 감독 아닌 정식 감독'이라는 보도만 사실로 확인됐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말만 했을 뿐, 알맹이는 축구협회가 정한 방향성 그대로였다. 1순위 후보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의혹에 불을 붙였다. 

임시 감독을 구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위원 중 일부는 ‘성급한 결정보다는 장기적으로 보고 신중하게 선임하자, 6월에 뽑아도 월드컵까지 큰 부담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는 묵살됐다. 정 위원장은 "2경기에 대한 부담이 어떤 분에게 주어졌을 때 나서주실지 의문"이라며 이유를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급하게 갈 상황은 아니다. 태국전이 당장 3월에 있지만 전력으로 보나, 전적으로 강한 상대가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그렇게 자랑했던 '역대급 선수단'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대표팀을 향한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해도, 급하게 2경기를 맡게된 감독에게 돌을 던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임시 체제는 오히려 신중하게 새 감독을 선임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선택이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부담을 이유로 임시 체제를 거부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해성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급한 감독 선임은 이미 많은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다음 월드컵이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1992년 생인 손흥민은 올해 31세다.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에는 30대 중반이 된다. 사실상 2030 월드컵에는 출전이 어렵다. 예전보다 '롱런'하는 선수들이 많아졌지만, 2030년에 40대에 가까운 나이로 손흥민이 월드컵에 나설 거라 상상하는 건 어렵다.

이미 이번 아시안컵 실패는 손흥민에게 큰 아픔을 남겼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우승을 자신했던 대표팀은 졸전을 거듭한 뒤 대회에서 탈락했다. 16강, 8강에서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 기적을 만들었지만 그 이상은 힘들었다. 무전술과 선수단 장악까지 실패한 클린스만 감독 밑에서 손흥민의 마지막 우승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로서는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 역시 걱정될 수밖에 없다. 새 감독의 성공 여부를 섣불리 판단할 순 없지만, 전례를 보면 우려스럽다. 축구협회는 클린스만을 급하게 선임했다가 당한 실패로부터 어떠한 교훈도 얻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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