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전북현대). 김희준 기자
김태환(전북현대). 김희준 기자

[풋볼리스트=포항] 김희준 기자= 전북현대가 8강에 선착했다. 만약 울산현대(울산HD)가 반포레고후에 지지 않는다면 3월에만 현대가더비를 3번 치를 수도 있다.

2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을 치른 전북이 포항스틸러스와 1-1로 비겼다. 1차전에서 2-0으로 포항을 이겼기 때문에 합계 3-1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전북에 쉽지 않은 경기였다. 포항은 비가 오는 스틸야드에서 경기 초반부터 전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전반 12분 박찬용의 중거리슛을 김정훈이 잡아내려다 공이 미끄러져 불운한 선제 실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비 내리는 포항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많은 전북에 또 하나의 악몽이 아른거리는 듯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이영재를 문선민으로 바꾸며 역습에 무게를 실었다. 전반보다 단순하게 공격을 전개하면서 전북이 풀리기 시작했다. 기세를 몰아 후반 24분에는 한교원과 이수빈 대신 이동준과 정태욱을 넣었다. 정태욱으로 수비를 단단히 하고 이동준에게 역습 한 방을 기대하는 그림이었는데, 정태욱이 후반 31분 동점골을 넣으며 다른 방향으로 용병술이 적중했다.

전북현대. 서형권 기자
전북현대. 서형권 기자

전북이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포항에 무너지지 않으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페트레스쿠 감독은 포항 공포증을 극복한 것 같냐는 질문에 “시즌 출발에 앞서 중요한 경기였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포항이 강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경기에서 패하지 않고 8강에 진출한 게 의미있다는 뜻이었다.

8강에서는 현대가 더비가 성사될 확률이 높아졌다. 전북은 울산과 고후 경기 승자를 만나게 되는데, 울산은 1차전에서 고후를 홈으로 불러들여 3-0 대승을 거뒀다. 21일 있을 고후 원정에서 대패하지만 않는다면 8강에 오르는 게 확정적이다. 예정대로 된다면 전북은 3월에만 울산을 3번 만난다.

전북 입장에서도 기대와 걱정이 공존할 맞대결이다. 김진수는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울산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면서도 “팬들이 보실 때는 상당히 즐겁고 좋을 거라 생각한다. 울산은 무조건 이겨야하고, 시즌을 치르면서 이겨야 되는 상대임이 분명하다”며 전북과 울산의 만남이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중요한 경기임을 상기했다.

김태환(왼쪽, 전북현대). 서형권 기자
김태환(왼쪽, 전북현대). 서형권 기자

특히 김태환에게는 많은 감정이 교차할 것이다. 김태환은 2015년부터 울산에서 뛰며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6경기에 모두 나섰고,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에서는 결정적인 왼발 크로스로 한국이 4강까지 올라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 시즌 김태환은 울산을 떠나 전북으로 이적했다. 라이벌 구단으로 이적한 데다 그 과정에서 마냥 매끄럽지만은 않은 이별을 해 울산 팬들은 김태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공개된 K리그 일정대로라면 3월 30일에 울산을 처음 만날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앞당겨졌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태환은 울산 관련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울산에서 성장한 선수가 라이벌 팀에서 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첫 경기와 이번 경기 감정이 어땠는지, 8강에서 울산을 만날 확률이 높은데 어떤 심정인지 물을 때마다 입을 떼기 어려워했다.

김태환은 해당 사안에 대해 언젠가 심경을 밝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며 양해를 구했다. “지금 정리가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답하기가 죄송스럽기도 하고 여러모로 그렇다”며 “이에 대해 충분히 한 번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하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날이 올 것 같아서 입장 정리를 한 뒤에 말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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