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홍명보 감독(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현재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명확한 프로세스를 거쳐 새 감독을 뽑는 게 중요하다.

축구협회는 20일 정해성 신임 전력강화 위원장 선임을 발표했다.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윤정환 강원FC 감독,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등 11명의 전력강화위원도 새롭게 꾸려졌다. 정 위원장은 21일 오전부터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위르겐 클린스만 후임 감독 선임에 착수한다.

한국축구는 클린스만 감독 하에서 치른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탈락 후 큰 후혹풍을 맞았다. '64년 만의 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에서 실패했을 뿐더러 대회 내내 좋지 못한 경기력을 펼쳐 많은 비판을 받았다. 대회 직후에는 파장이 더욱 커졌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얽힌 대표팀 내 불화까지 드러나면서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결국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며 불끄기에 나섰다.

새 감독 후보로는 국내 감독들이 거론되고 있다. 홍명보 울산HD 감독부터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유나이티드 등 K리그 현 감독들이 물망에 올랐다. 지난 13일 긴급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나왔던 내용 그대로였다. 한국인 감독이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는 대표팀 내 기강 확립이다. 경험이 많고, 카리스마 있는 한국인 감독으로 흐트러진 대표팀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나 다급한 한국인 감독 선임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개막을 앞둔 K리그 감독들을 데려올 경우 팬들의 공감대를 얻기도 어렵다. 이들은 한 해 농사를 위한 계획을 짜고, 올초부터 동계 전지훈련을 지휘해왔다. 심지어 일부는 이제 막 새 감독으로 부임한 상황이다. 성급하게 현직에 있는 한국인 감독을 데려올 경우 K리그를 경시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클린스만 선임 실패 원인으로 꼽히는 '탑다운' 방식의 결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실패를 단순히 '외국인 감독'의 실패로 치부한 결과라면 더더욱 안 된다. 외국인 감독 중에서도 선수단의 신뢰를 얻고, 팀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 다각도로 고려해 후보군을 꾸리고 그 안에서 선택지를 지워가며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이미 한국 대표팀에 관심이 있다는 외국인 감독들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 '미러'에 따르면 위건애슬래틱, 선덜랜드, 뉴캐슬유나이티드 등을 이끌었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 후임을 찾을 당시에도 여러 명의 외국인 감독들이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손흥민(토트넘훗스퍼), 김민재(바이에른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원더러스) 등 유럽 슈퍼스타들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은 이제 매력적인 자리가 됐다.

스티브 브루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티브 브루스. 게티이미지코리아

가장 중요한 건 프로세스다. 한국인 감독을 뽑던, 외국인 감독을 뽑던 명확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축구협회는 5년 전 분명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기술위원회나 회장의 '감'이 아닌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감독을 뽑았다. 벤투 감독 때처럼 4년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시기는 아니지만, 아직 최종 목적지인 월드컵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여러 검증을 통해 신중하게 차기 감독을 뽑아야 한다. 

한국축구가 과거부터 반복해온 '위기 탈출식' 감독 선임이 재발해선 안 된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제대로' 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다. 투명하고 명확한 프로세스만이 그 열쇠다. 

사진= 서형권 기자, 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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