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르 발렌시아(에콰도르). 게티이미지코리아
에네르 발렌시아(에콰도르).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에네르 발렌시아는 에콰도르 월드컵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로 올라서고 있다. 자신이 두 번째 참가한 월드컵에서 현재까지 가장 위력적인 공격수이기도 하다.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A조 2차전을 치른 네덜란드와 에콰도르가 1-1 무승부를 거뒀다. 두 팀 모두 1승 1무로 조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앞서 2차전을 치른 세네갈은 1승 1패, 카타르는 2패다.

에콰도르는 팀이 뒤쳐져 있던 후반 5분 동점골을 넣었다. 에콰도르의 적극적인 압박에 이어 속공이 이어졌다. 페르비스 에스투피냔의 왼발 강슛이 선방에 막히자, 발렌시아가 오프사이드를 피해 문전으로 파고들며 가볍게 밀어 넣었다.

발렌시아는 무려 8년 동안 에콰도르의 모든 월드컵 득점을 혼자 다 넣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에콰도르가 조별리그 탈락했는데, 당시 팀이 넣은 3골을 모두 발렌시아가 기록했다. 당시에는 스위스전 1골, 온두라스전 2골을 넣었다.

이어 이번 월드컵에서도 에콰도르의 초반 3골을 발렌시아가 혼자 다 넣었다. 전체 개막전에서 개최국 카타르를 상대로 2골을 몰아쳤다. 그리고 2차전에서 네덜란드전 골까지 기록했다.

동료의 도움을 받는 이기적인 골잡이도 아니었다. 팀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며 동료들을 이끌었다. 네덜란드전에서는 최전방이 아닌 2선에 가깝게 배치돼 측면 돌파, 크로스, 돌파 후 슛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약했다. 발렌시아의 슛이 수비 맞고 나오자 곤살로 플라타가 재차 슛으로 이어가기도 했고, 발렌시아의 크로스를 동료가 받기도 했다.

영향력과 득점력을 아울러 볼 때 이번 대회에서 현재까지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라 할 만하다. 일단 1차전에서 2골을 넣었던 히샤를리송(브라질), 부카요 사카(잉글랜드) 등 6명 중 가장 먼저 3호골을 넣으며 앞서 나갔다. 모든 팀의 2차전이 마무리됐을 때 발렌시아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팀 내 비중과 자신의 활약이 승점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는 발렌시아가 이번 대회 최고 공격수라 해도 손색이 없다.

발렌시아는 원래 프로 무대에서 골이 많은 선수는 아니었다. 처음 자국리그를 벗어내 해외 진출한 2014년 멕시코의 파추카에서 18골을 몰아치며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다음 행선지인 웨스트햄유나이티드에서는 두 시즌 동안 리그 8골에 그쳤다. 다시 멕시코 리그를 거쳐 유럽으로 재진출했는데, 이번 행선지는 튀르키예 강호 페네르바체였다.

지난 시즌 김민재의 동료로 뛸 때는 리그 7골에 그쳤지만 이번 시즌 득점력이 만개했다. 월드컵 전까지 12경기 13골을 몰아치며 득점 선두를 독주하고 있었다. 프로에서 부진할 때도 대표팀만 가면 골이 늘어나던 발렌시아는 컨디션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에서 맞은 월드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에콰도르는 월드컵에 통산 4번째 참가했고, 최고 성적은 2006년의 16강이다. 현재까지 에콰도르의 모든 본선 득점은 13골이다. 그 중 거의 절반을 발렌시아 혼자 넣었다. 발렌시아는 이미 에콰도르 월드컵 도전사의 중심이며, 이번 대회에서 16강 이상으로 팀을 올려놓는다면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는 에콰도르 대표팀 역대 최고 스타가 된다. 에콰도르 대표팀은 월드컵보다 작은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없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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