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나폴리). 게티이미지코리아
김민재(나폴리).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거침없는 성격의 김민재라 해도 첫 빅 리그 경기에서 압박을 전혀 안 받을 수는 없었다. 긴장한 기색으로 경기를 시작한 김민재는 곧 경기에 녹아들며 자신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었다.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의 마르크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2022-2023 이탈리아 세리에A 1라운드를 치른 나폴리가 베로나에 5-2 대승을 거뒀다. 나폴리가 1라운드 모든 팀 중 가장 큰 점수차와 다득점으로 승리해 1위에 올랐다. 튀르키예(터키)의 페네르바체를 떠나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김민재는 첫 경기부터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김민재는 경기 초반 다소 긴장한 듯 평소의 거침없는 몸놀림보다 조심스런 동작을 보였다. 일단 판단을 내리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 김민재의 특징이지만 베로나전 초반에는 약간 머뭇거리다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김민재는 거의 떨어 본 한 적 없는 강심장이지만, 이날만큼은 이례적으로 긴장감을 느끼며 경기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전 도중 쿨링브레이크가 진행될 때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김민재를 불러 열정적으로 지시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는데, 마치 질책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자신 있게 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었다.

전반 13분 김민재 특유의 과감한 드리블 전진을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자신의 특기인 플레이가 통했고, 이어 감독의 독려까지 받으면서 김민재는 한결 자신감을 갖고 원래 성향대로 경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김민재가 맡은 수비 구역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상대가 어떻게든 두 골을 만들어낸 것도 빅 리그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김민재가 주로 막은 공격수는 이탈리아 대표 경력이 있는 케빈 라자냐였는데, 두 선수가 일대일로 격돌하는 장면에서는 김민재가 라자냐를 성공적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라자냐는 코너킥에서 기어코 한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베로나의 가장 큰 장점인 좌우 윙백의 크로스에서 장신 공격수 토마스 앙리의 헤딩골로 이어지는 과정을 방지하지도 못했다.

김민재가 기존 소속팀처럼 공을 몰고 전진하거나 전진 패스를 넣어 줄 때, 상대 미드필더들이 빠르고 영리한 대응으로 나폴리 빌드업을 무력화하는 장면도 잦았다. 베로나는 공격과 수비가 약해진 반면 미드필더 이반 일리치, 마르틴 옹글라, 아드리앵 타메즈 등의 장악력은 리그에서도 수준급이다. 한 명을 벗겨냈을 때 나머지 2명이 재빨리 커버하면서 김민재에게 더 수준 높은 빌드업을 요구했다.

김민재가 겪어야 했던 여러 난관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아직 동료 수비수들과 훈련 기간도 부족하고, 말도 잘 콩하지 않아 조직력이 완벽하지 않다. 세리에A 축구 문화를 이날 처음 겪었다.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한 번의 실수에 대한 질타를 많이 받는 포지션이 센터백이라 부담이 유독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완벽하진 않아도 합격점을 받을 만한 경기를 치렀다. 다음 경기는 22일 몬차를 상대하는 홈 데뷔전이다. 이 경기에서 한결 편안하고 한결 호흡이 잘 맞는 모습으로 90분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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