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슬라브 오르시치(크로아티아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미슬라브 오르시치(크로아티아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로 2020이 오는 13일(한국시간) 드디어 개막한다. ‘풋볼리스트’는 나라마다 한 명씩,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선수들을 찾아 소개하기로 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 최종 명단에 K리그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있다. 과거 전남드래곤즈와 울산현대에서 맹활약한 측면 공격수 미슬라브 오르시치, 당시 등록명 오르샤가 그 주인공이다. 오르시치는 K리그를 떠나 크로아티아 명문 디나모자그레브로 이적한 뒤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5년 오르시치가 처음 K리그 무대에 발을 디딜 때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2009년 크로아티아의 인테르자프레시치에서 프로 데뷔한 뒤 2013년까지 90경기 21골을 기록하는 등 재능을 보여줬지만 이후 행보가 아쉬웠다.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B 소속이던 스페치아칼초의 부름을 받았는데 한 시즌 동안 9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결국 크로아티아의 리예카로 다시 이적한 뒤 바로 임대생 신세가 됐다. 2014년 슬로베니아의 NK첼레로 떠났는데 13경기 2골로 역시 충분한 기회를 받는 데 실패했다.

이때 전남이 검증되지 않은 오르시치에게 베팅했다. 우선 1년 동안의 임대 영입을 결정했다.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K리그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33경기 9골로 준수한 첫 시즌을 보냈다. 오르시치는 이듬해 전남으로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해당 시즌에도 7월까지 5골을 넣는 등 좋은 경기력이 이어지자 실력자들을 수급하던 중국슈퍼리그가 눈여겨봤다. 결국 창춘야타이로 갔다.

예상과 달리 반 시즌 만에 다시 K리그로 돌아왔다. 오르시치는 중국에서 기량을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자신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무대로의 복귀를 선택했다.

오르시치는 당시를 회상하며 “K리그에서 뛴 많은 유럽 선수들은 한국의 축구 수준과 시설에 놀라워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경기장 안팎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중국슈퍼리그의 경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었다. 나도 도전을 시도했으나 그곳에서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K리그행을 결정했다. 슈퍼리그는 막대한 자금을 통해 훌륭한 외국 선수들을 영입하지만 K리그보다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울산으로 이적한 오르시치는 이미 K리그 경험치가 쌓였기 때문에 적응 기간도 불필요했다. 전경기를 소화하며 10골 3도움을 기록했다.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에도 기여했다.

오르시치는 2018년 꿈을 이뤘다. 어린 시절부터 입단을 꿈꿔왔던 자그레브가 내민 손을 잡았다. 자그레브에서도 빠르게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3시즌 연속 본인의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2018-2019시즌 컵대회 포함 13골을 기록한 이후 2시즌 동안 21골, 24골을 터뜨렸다.

지난 3월에는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자그레브가 2020-2021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16강 1차전에서 토트넘홋스퍼에 0-2로 졌으나, 2차전에서 오르시치가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3-0으로 이겨 기막힌 역전극을 만들었다.

뽑혀봤자 출장시간이 적었던 대표팀에서도 올해부터는 기회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2019년 3경기, 2020년 2경기에 출전했는데 올해 벌써 4경기를 소화했다. 유로처럼 큰 대회를 앞두고서 최종 명단에 발탁된 것도 처음이다.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기폭제는 K리그였다. 오르시치는 “에이전트로부터 한국과 한국축구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고 K리그행을 선택했다. 내 축구 인생에 있어 훌륭한 결정이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 미슬라브 오르시치(Mislav Orsic) / 1992년 12월 29일생 / 179cm / 디나모자그레브 / A매치 9경기

▲ 크로아티아 조별리그 일정 : 13일 대 잉글랜드, 19일 대 체코, 23일 대 스코틀랜드(D조)

글= 허인회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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