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울산현대가 지난 3년 동안 감행한 과감한 투자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정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19일(한국시간) 카타르의 알와크라에 위치한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0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을 치른 울산이 서아시아 대표 페르세폴리스를 2-1로 꺾고 우승했다.

울산은 김도훈 감독 부임 첫 해였던 2017년과 올해 라인업이 거의 전부 바뀐 팀이다. 3년 동안 그만큼 큰 폭의 투자를 했다. ‘타도 전북현대’의 가능성을 본 울산은 갈수록 검증된 스타 위주로 팀을 개편했지만 국내에서는 정상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3년 동안 K리그1과 FA컵 모두 2번씩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 울산은 ‘윈 나우’ 시즌을 보냈다. 완전히 전성기인 조현우, 윤빛가람, 김기희, 홍철 등 서른 언저리의 선수들을 비롯해 국내로 복귀한 슈퍼스타 이청용, 차세대 대표팀 핵심으로 꼽히는 원두재 등을 보강했다. 보강한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높다는 점에서 먼 미래보다는 당장 우승을 노리는 라인업이었다.

K리그 우승을 놓친 뒤 ACL에 임할 때도 울산의 의지는 강했다. 이번 ACL은 K리그가 모두 종료된 뒤 카타르에서 별도로 열렸다. 대회 일정과 귀국 후 2주일에 걸친 자가격리까지 감안하면 선수들은 휴가를 한 달 넘게 반납해야 했다. 연말에 몰아서 휴가를 쓰는 선수들에게 가족과의 시간이나 자기계발 시간이 줄어든다는 건 큰 문제였다. 이 점 때문에 울산뿐 아니라 여러 참가팀 선수들 사이에서 참가를 탐탁찮아 하는 분위기가 일었다. 울산은 구단의 강력한 의지로 대표팀 일정을 마친 선수들까지 소집해 최대한 강한 선수단을 구축했다.

울산의 의지는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K리그에서는 울산을 앞질렀던 전북현대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스타군단들도 평소의 경기력을 내지 못했다. 울산은 객관적 전력에서 이번 ACL 최강팀이었다. 선발 11명의 위력은 아닐 수 있지만, 전체 엔트리의 힘은 분명 울산이 가장 강했다. 울산은 카타르에서 9전 전승과 22득점을 기록했다. 22골 중 교체 투입된 선수의 골이 10골, 교체 선수가 어시스트하고 선발 선수가 넣은 골이 1골이었다. 전체 득점의 절반이 교체 투입된 선수에게서 비롯됐다. 그만큼 벤치의 힘이 강했다. 김도훈 감독은 적절한 교체 카드로 이들의 역량을 극대화했다.

내년 울산은 올해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김 감독은 계약이 끝나 떠난다고 결승전 직후 공언했다. 새 감독의 구상이 선수단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선수단에 젊은 피를 수급하면서 조금씩 물갈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ACL 우승으로 인해 러브콜을 받는 선수도 나올 수 있다. 주니오는 K리그1 득점왕에 이어 ACL 공동 최다득점을 기록하면서 34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경쟁력을 증명했다. 울산과 계약이 만료된 가운데 중국, 중동 구단이 영입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윤빛가람, 비욘존슨 등에 대한 러브콜도 예상해볼 수 있다.

울산이 지난 3년 동안 선수단의 명성을 계속 높이는 쪽으로 보강을 해 왔다면, 지금이 그 정점이다. 울산은 아무 성과 없이 정점을 지나칠 위기에서 극적으로 가장 큰 트로피를 따냈다. 트로피와 상금 400만 달러(약 44억 원) 뿐 아니라 내년 2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참가권까지 따라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