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선두 울산 현대와 2위 전북 현대의 힘은 비슷비슷하다. 그간 여러 변수가 발생했지만,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선 정면 힘싸움이 예상된다.

울산과 전북은 25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26라운드를 치른다. 두 팀은 나란히 승점 54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울산이 다득점에서 앞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맞대결은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린다. 울산은 전북을 이기면 사실상 우승을 확정한다. 이미 다득점에서 8골이나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비기는 경우에도 최종 라운드에서 승리만 따낸다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하지만 패할 경우엔 최종전을 승리해두고 전북이 패하기만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경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추격하는 전북은 분명 불리하지만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번 경기를 이긴다면 최종전에서 무승부 이상만 거둬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이번 시즌 2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웃었기에 자신감도 있을 터. 비기면 조금 불리하긴 하지만 최종전 결과에 운명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패한다면 우승은 사실상 물 건너 간다. 손준호는 "비기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이기거나 진다고만 생각하고 준비하겠다"며 강한 승리욕을 나타냈다.

울산과 전북은 시즌 개막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울산이 이청용, 윤빛가람, 고명진, 홍철, 김기희 등을 대거 영입하면서, 전북보다 오히려 나은 스쿼드를 꾸렸다는 평가도 있었다. 전북도 여름 이적 시장에서 구스타보와 바로우를 영입하면서 힘을 보강했다. 예상대로 두 팀은 양강 구도를 만들며 경쟁을 펼쳐 왔다. 

울산이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더 착실하게 승점을 쌓았음에도, 차이를 더 벌리지 못한 이유는 맞대결 약세였다. 울산이 장점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6월 벌어진 첫 맞대결에선 울산이 퇴장 변수에 울었다. 불투이스 대신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던 김기희의 의욕이 과했던 것일까. 김보경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하다가 퇴장 당해, 울산은 전반 중반부터 10명이 싸워야 했다. 공격의 핵심 이청용이 부상으로 후반에야 교체로 출전했는데 수적 열세 속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9월 벌어진 두 번째 맞대결을 울산 스스로가 패착을 뒀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가 된 '노림수'들이었다. 주포 주니오를 벤치에 앉히고 22세 이하 선수인 박정인을 최전방에 세웠다. 원두재는 중원이 아닌 스리백의 일부로 배치했다. 전북과 힘싸움을 고려해 체력 안배, 수비 안정을 꾀하며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가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킥오프 직후 바로우의 크로스가 그대로 골문 안으로 향하면서 울산의 계획은 무너졌다. 리드를 내준 울산은 전반전 주니오를 교체 투입하고, 원두재를 중원으로 올렸다. 생각이 많았던 게 독이 됐다.

반면 전북은 늘 비슷했다. 시즌 내내 주 전술로 삼았던 4-1-4-1 포메이션은 전방 압박에 강점이 있다. 선수 개개인 능력이 좋은 만큼 공격에 힘을 싣고 나선다.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의 색이 남아 있다. 리드를 잡은 뒤엔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상대의 균형을 깨뜨리는 모라이스 감독의 스타일도 더해졌다. 선수 개개인이 중요한 경기마다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 역시 2연승으로 이어졌다. 손준호는 "중요한 경기에서는 이기는 게 전북다운 축구"라고 말한다.

이번 경기에서 울산은 정면대결을 예고했다. 전북을 고려하기보단 울산의 장점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김도훈 감독은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까 아쉬운 점이 많다. 전북전에는 잘하는 걸 시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잘해오던 것을 해야 선수들이 자신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산과 전북 모두 주도권을 쥐고 두드리길 좋아하는 팀이다. 결국 '힘과 힘'의 싸움이다. 선수끼리 1대1 싸움은 물론이고, 팀 전체가 압박 싸움을 벌일 것이 예상된다. 작은 곳에서 기세를 내주거나 열세를 내보이면, 그 균열이 팀 전체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흔히 말하는 '구멍'이 발생하면 경기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김태환은 "전북과 경기에선 당연히 팀적으로 싸워야겠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면 1대1 싸움에서 지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지고 들어가면 어려운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명실상부 K리그1 최고의 두 팀이 만난다. 그렇지만 예쁘고 보기 좋은 축구가 벌어질 것 같진 않다. 전력을 쏟는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때론 이렇게 치열하고, 처절한 승부가 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자신들의 모든 것을 내건 맞대결에서 이길 팀은 울산일까, 전북일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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