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유지선 기자= 김호남이 멀리 창원에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날,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을 터뜨렸다. 하필이면 창원에 홈구장을 둔 경남FC가 김호남의 데뷔골 상대가 됐다.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1라운드 경기에서 인천과 경남이 한 골씩 주고받으며 1-1 무승부를 거뒀다. 강원FC에서 경남으로 둥지를 옮긴 제리치가 전반 30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제주유나이티드에서 인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호남이 후반 1분 발 뒤꿈치로 재치 있게 동점골을 터뜨리며 응수했다.

김호남은 경기 종료 후 밝은 표정으로 믹스트존에 나타났다. 한손에는 작은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제주에서 뛸 때부터 저를 좋아해주신 팬 분이 있다. 창원에 사시는데 경남을 안 좋아하고 저를 좋아해주신다. 참 고마운 분”이라고 웃어보인 김호남은 “제주 시절에도 창원에서 제주까지 응원을 오셨었다. 오늘은 인천까지 오셔서 이 꽃을 주시더라”며 기뻐했다.

특별한 팬이 찾아온 날, 김호남은 거짓말처럼 데뷔골을 터뜨렸다. 반가운 마음으로 팬이 건넨 꽃다발은 우연찮게 데뷔골 축하 선물이 됐다. 김호남은 “저에게도 남다르고, 팬 분에게도 남다른 골일 것 같다. 여러모로 감사한 날”이라며 기뻐했다.

애타게 기다렸던 인천 데뷔골이다. 득점 직후 공을 유니폼 안에 넣어 특별한 세리머니를 선보인 김호남은 덕분에 9월 출산을 앞둔 아내에게 한 약속도 지켰다. “아내에게 지난 3월부터 쌍둥이 세리머니를 해주겠다고 했었는데, 지금에서야 하게 됐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어서 그동안의 미안함을 털겠다”고 말한 김호남은 “이번 이적 과정에서 아내가 정말 많이 고생했다. 쌍둥이라서 배가 많이 나왔는데, 그 만삭의 몸으로 이삿짐을 다 정리했다. 평소에도 애정표현을 많이 하지만, 앞으로도 쭉 사랑하겠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호남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남준재와 트레이드돼 제주를 떠나 인천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김호남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제주 구단으로부터 갑작스레 이적을 통보받은 까닭에 만삭의 아내를 두고 바쁘게 짐을 싸서 인천으로 올라온 사실이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뒤, 많은 팬들이 분노하기도 했다. 김호남도 인천에서 보란 듯이 활약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김호남은 “많이 힘들었지만 프로이기 때문에 티를 낼 수 없었다. 팬 분들은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봐주시지 않는다. 모든 것을 이겨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냉정한 현실이 사실 좀 힘들었다”며 이적 초반에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의욕이 앞서다보니 탈도 났다. “처음에 욕심을 부렸다. 발목을 다친 적이 없었는데 훈련을 하다 왼쪽 발목을 다쳤다. 지금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 ‘아, 내 몸이 욕심을 좀 내려놓으라고 신호를 보내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던 김호남은 “아내도 요즘 축구밖에 모르는 사람 같다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넓게 보라고 하더라.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솔직히 부담이 있었는데, 골을 넣으니 확 가라앉는다”며 지금은 부담감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김호남과 트레이드 된 남준재는 제주에서 치른 첫 경기에서부터 골을 터뜨렸다. 남준재의 골 소식을 전해들은 김호남도 조급해졌다. 김호남은 “트레이드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남)준재 형의 플레이가 어떤지 보게 되더라”고 털어놓으면서 “그런데 내가 준재 형보다 잘해야 행복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축구를 얼마나 더 집중하면서 하는지가 목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준재 형도 정말 잘됐으면 좋겠고, 나도 인천에서 더 발전하고 싶다”며 윈윈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호남은 인천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내가 정말 힘들 때 받아주고 감싸주신 인천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정말 열심히 뛰어야겠고 마음 먹었다. 인천 팬 분들이 서울전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셨을 때 정말 울컥했다. 덕분에 내가 왜 축구를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고, 프로 선수로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 팬 분들과 함께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인천 팬은 나에게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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