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포항스틸러스가 이례적으로 시즌 중 해외 친선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김기동 감독 부임 후 4연승을 달리며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둘로 쪼갰다.

포항은 지난 28일 미얀마 양곤 뚜안나 스타디움에서 미얀마 내셔널리그 소속의 이야와디FC와 경기를 가져 3-2 승리를 거뒀다. 30일에는 미얀마 22세 이하 대표팀과 경기를 가진다. 앞서 포항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을 알렸다.

포항은 시즌 중 친선경기를 위해 박선용, 이승모, 장결희, 우찬양 등 16명의 선수단과 황지수코치, 박효준 트레이너 등 3명의 코칭스태프를 파견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만 5시간 30분 이상이 걸리고 시차도 2시간 30분에 이르는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다.

시즌 중 팀을 완전히 쪼개는 일은 아무리 성적에 자신감이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포항의 친선경기는 모기업인 포스코의 입김이 작용했다. 포항은 “포스코강판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미얀마 내에서 포스코 그룹 제품의 홍보와 사업확대를 위한 스포츠 마케팅 차원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또한 “현지 한류 확산과 국가 이미지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또한 미얀마의 활발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매 시즌 모기업에게 엄청난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 팀을 원하는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시즌 중 팀 경기력에 영향이 가는 무리한 일정이라는 목소리도 팬들 사이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6월 중순 예정된 A매치 휴식기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굳이 애매하게 일정을 잡은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물론 포항은 팀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K리그 미출전 선수를 위주로 팀을 구성해 떠났다”고 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까지 쪼개진 상황과 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또 하나의 물음표는 팀을 대표해 전면에 나선 최순호 전 감독이다. 지난 4월 말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 당했다. 당시 포항은 최순호 전 감독에게 ‘유소년 육성을 위한 역할 등 구단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토록 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팀에서 정확히 어떤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는 발표는 없었다. 

최순호 감독은 미얀마 축구협회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포항의 감독으로 소개되었다. 당초 포항이 공식 채널을 통해 소개한 미얀마 친선 경기 명단과 출국 사진에는 최순호 전 감독이 등장하지 않았다. 

미얀마 축구협회가 준비한 기자회견에서 최순호 전 감독은 팀의 감독으로 소개되었고 기자회견에도 등장했다.  ‘뉴스일레븐’ 등 현지 매체들은 “친선 경기의 기회를 마련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리며, 팀에게도 이번 친선 경기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는 ‘최순호 감독’의 인터뷰를 전했다. 경기 중에는 벤치에 앉아 팀을 이끌었다.

포항은 “감독에서 보직 해임을 됐지만 구단에 소속되어 유소년 발전 등 여러 부분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얀마 친선 경기의 경우 황지수 코치가 동행했지만, 미얀마에도 한국의 레전드로 널리 알려진 최 감독이 팀을 대표해 나서고 선수단을 지도하는 도움을 주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얀마로 향한 포항의 선수단 절반은 지난 25일 스틸야드에서 FC서울과 경기를 가진 후 26일 저녁 장도에 올랐다. 나머지 절반의 팀은 29일 저녁 수원과 원정 경기를 가진다. 미얀마로 떠났던 팀의 절반은 1일 복귀한다.  포항은 다시 2일 대구와 홈 경기를 가진다. 

수원과 대구전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당장은 다행이겠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K리그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구단이 모기업에 떠밀려 시즌 중 행한 무리한 해외 친선경기로 비난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사진=미얀마축구협회, 포항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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