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김정용 기자= 한국은 주전과 후보의 실력 격차가 크다는 혹평을 들어 왔지만, ‘후보’로 분류돼 온 문선민의 활약상은 한국을 더 풍요로운 팀으로 만들었다. 독일을 상대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누구든 선발로 나설 자격이 있다.

한국은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위치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을 갖고 멕시코에 1-2로 패배했다. 앞서 스웨덴에 0-1로 진 한국은 2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독일, 스웨덴이 각각 1승 1패에 그쳤기 때문에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이 독일을 꺾는 등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조 2위로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아직 존재한다. 낮은 가능성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희박한 건 아니다.

한국은 경기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로 돌아와 회복 훈련 및 독일 분석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독일전은 27일 카잔에서 열린다.

멕시코전에서 한국의 가장 파격적인 선발 멤버는 문선민이었다. A매치 경험이 한 번도 없는 가운데 월드컵 엔트리에 선발됐던 문선민은 온두라스를 상대한 평가전에서 데뷔골을 넣긴 했지만 여전히 ‘선발로 쓰긴 불안하고, 교체로 써야 한다’며 활용도를 한정짓는 평가를 받곤 했다.

문선민은 지속적으로 패스를 돌리며 빌드업에 기여하는 능력, 수비 가담 능력 등 4-4-2의 측면 미드필더가 가져야 할 덕목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탁월한 득점력과 스피드를 지녔으므로 측면 공격수로 활용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었다. 문선민 스스로도 “수비 부담을 줄여줬을 때 나는 더 활약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수비 기술이 부족해 위험한 태클을 자주 한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멕시코전 문선민은 딴판이었다. 대표팀 캠프에서 열심히 훈련을 소화한 문선민은 측면 ‘공격수’가 아니라 어엿한 미드필더로서 최선을 다해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로 변모한 상태였다. 심지어 문선민의 반대쪽인 왼쪽 측면을 맡은 미드필더는 원래 최전방 공격수였다. 두 선수는 미드필더로서 수비 위치선정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향상돼 수비 조직을 해치지 않고 무난한 위치선정을 해냈다.

문선민은 공 탈취 성공을 3회 기록했다. 6회 시도, 50% 성공률이었다. 3회는 두 팀 선수 중 2위에 해당하는 많은 횟수다. 가로채기는 두 팀 합쳐 최다인 2회 성공을 기록했다. 공격보다 오히려 수비적인 기여도가 더 높았다. 수비적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한국의 콘셉트인 전방 압박에 기여했다. 위험 요소였던 과감한 태클은 오히려 가로채기로 이어지는 장점이 됐다.

문선민은 월드컵에 출장한 선수가 오히려 K리그에서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며 잠재력을 더 끌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단적인 예다. 발이 땅에 붙어 리그에서보다 더 못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지만, 문선민은 반대로 대표팀에서 충분한 훈련을 해 왔다면 월드컵에 걸맞는 팀 플레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동안 한국이 교체 멤버로 활약한 이승우, 홍철은 물론 아직 투입되지 않은 고요한, 오반석 등도 전술과 상황에 따라 출장 시간을 부여받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은 문선민의 활약을 통해 ‘후보’라고 인식돼 온 선수도 얼마든지 주전급으로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난적 독일을 어떻게든 넘어서야 하는 한국으로선 21명(박주호, 기성용 부상 제외) 선수단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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