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김정용 기자= 한국 대표팀은 어느새 비난과 욕설을 듣는 것이 일상인 팀이 되어 버렸다. 선수들은 서로의 버팀목으로서 패배의 아픔을 견디고 더 나은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한국은 24일(한국시간) 러시아의 로스토프나도누에 위치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가진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패배했다. 앞선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진 한국은 1998년 대회 이후 20년 만에 초반 2연패를 당했다. 16강 진출 희망은 닫히지 않았지만 27일 3차전에서 독일을 꺾어야 가능하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후 눈물을 쏟았다. 한국의 절대적인 에이스로서 중압감과 견디고 있는 손흥민이 가장 펑펑 울었고 이재성 등 다른 선수들도 눈물을 보였다. 손흥민은 경기 후 문재인 대통령이 격려하러 라커룸을 찾았을 때도 진정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어쩌다보니 대통령에게 직접 위로를 받는 상황이 됐다.

이재성은 “선수들도 많이 아쉽고, 자책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다들) 울었다. 아무래도 힘들게 최종예선 때부터 고생한 만큼 준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더 자신 있게 플레이하지 못하고 아쉬운 장면이 많다보니 그랬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안 울려고 노력했다. 어린 선수도 있고 위로해줄 위치였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했다면 하는 죄송함에 눈물이 났다. (기)성용이 형이 진 짐을 나눠야 되는데 못해줘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승리 후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됐지만, 한국 선수는 패배한 뒤 운다. 언젠가부터 패배와 눈물은 한국 축구의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 버렸다. 하비 미냐노 피지컬 코치는 대표 선수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선수들은 패배에 깊이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비난이 선수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한국 특유의 상황이 선수들을 더 움츠러들게 만들기도 한다. 어느 나라나 대표팀 팬들의 격렬한 비난은 존재하지만 한국적 상황은 그 비난이 선수들의 심리 상태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은 선수들도, 악성 댓글을 다는 일부 팬들도 대부분 같은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이용한다. 선수들에게 댓글이 직접 전달되는 구조다.

한국 선수들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대중의 계속되는 비난을 받았고, 최근에는 매 경기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다. 심지어 조현우는 아내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까지 악성 댓글이 달렸다. 조현우는 멕시코전 이후 인터뷰에서 “아내가 괜찮다고 쿨하게 말해줬다”라고 했지만 이제 정신적 피해는 선수를 넘어 가족을 향하고 있다.

힘든 와중에 의지가 되는 건 선수들이다. 장현수는 집중적인 비난을 받는 와중에도 멕시코전을 앞두고 조현우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기성용은 경기 후 선수들을 모아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함께 노력해온 시간들을 강조하며 서로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손흥민은 페널티킥을 내준 장현수에 대해 “그게 또 현수형이라는게 미안하다. 현수 형, (김)영권이 형, 벤치에 있는 수비수들 모두 고맙다”고 동료애를 보여줬다. 주세종은 “현수 혼자 잘못해서 진 게 아니다. 11명뿐 아니라 벤치에 있는 선수까지 모두 잘못해서 졌다. 우린 23명이 다같이 준비해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 현수 때문에 졌다는 건 절대 말이 안 된다”라고 단언했다.

황희찬은 비난과 거친 댓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오히려 응원해 주는 팬들에 대한 이야기로 대답을 대신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거리 응원을 안다. 여기 와주신 분들도 많이 계신다는 걸 느꼈다. 그런 걸 보면서 울컥했고 많이 감동했다. 오늘은 몸이 망가지더라도 꼭 결과를 내고 싶었다.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 준비하는 동안 비난이 많았던 건 사실인 거 같다.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고,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응원해주신 부분에 대해선 감사하다. 남은 한 경기가 있다. 마지막까지 진짜 표현할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미냐노 코치의 말처럼 실패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다음 승리를 향해 전진하는 자세가 더 도움이 된다. 한국 선수들은 서로 정신적으로 잘 버틸 수 있도록 동료에게 의지해가며 월드컵의 중압감을 견뎌내고 있다. 즐거운 축제가 아니라 비난과 욕의 축제처럼 되어버린 월드컵을 선수들이 헤쳐나가는 방법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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