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김정용 기자= 한국은 멕시코보다 많은 슛을 했지만, 수비수가 몸으로 막아낸 슛을 제외하면 멕시코의 슛이 더 많았다. 이 점이 결정적인 차이였다.

한국은 24일(한국시간) 러시아의 로스토프나도누에 위치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가진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패배했다. 지난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진 뒤 당한 연패다. 첫 두 경기에서 모두 진 건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 슈팅 횟수 17회로 멕시코의 13회보다 나은 기록을 남겼다. 지역별 점유율을 보면 한국은 상대 진영에서 총 26%, 그 중에서도 문전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 진영 중앙에서 7%를 점유했다. 멕시코는 한국 진영에서 총 18%, 한국 진영 중앙에서 5%에 그쳤다. 멕시코가 한국 문전을 위협한 시간보다 한국이 멕시코 문전을 위협한 시간이 더 길었다.

손흥민 혼자 슛을 9회나 시도했다. 한국은 경기 점유율이 41%에 불과했지만 속공을 통해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멕시코에 비해 효율적인 역습을 더 많이 성공시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전반 13분 문선민, 황희찬, 이용으로 이어진 슈팅 기회, 전반 22분 이재성의 가로채기에서 시작돼 손흥민에게 이어진 슈팅 기회, 후반 31분 황희찬이 인터셉트를 통해 만들어낸 득점 기회 등은 이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팀의 차이는 수비수가 몸으로 막아낸 슛에 있었다. 멕시코는 9회나 되는 블로킹을 기록했다. 한국은 2회였다. 이를 제외하면 한국의 슛은 8회, 멕시코는 11회로 오히려 멕시코가 더 많다. 한국은 유효슈팅 6회, 멕시코는 유효슈팅 5회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공격수가 슛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슛을 내주더라도 몸으로 막아내는 능력에서 두 팀의 승부가 갈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멕시코는 한국전을 맞아 단 한 자리를 바꿨다. 장신 수비수 우고 아얄라를 라인업에서 빼고 센터백과 풀백을 모두 볼 수 있는 카를로스 살시도를 센터백으로 배치했다. 살시도의 파트너인 엑토르 모레노 역시 발이 빠른 수비수에 속한다.

멕시코의 빠르고 끈질긴 수비수들은 손흥민의 공간 침투와 황희찬의 돌파를 끝까지 방해했다. 일단 한 번 뚫리더라도 최대한 빨리 따라붙어 한국 공격수들에게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와 일대일 상황이라고 보고 잠깐 숨을 고른 뒤 돌파하다가 바로 협력수비를 들어온 두 번째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기기도 했다.

수비수들의 스피드, 커버 범위, 상대 속공을 임기응변으로 막아내는 능력은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레알마드리드와 스페인 대표팀의 세르히오 라모스처럼 수적 열세 상황에서 상대 속공을 맞이하더라도 최대한 상대에게 불편한 상황을 만들 줄 아는 수비수가 각광받는 시대다.

멕시코는 현대 축구에 맞는 센터백 조합을 들고 나왔다. 또한 완벽하진 않더라도 끈끈하고 끈질기게 상대 공격수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전통적으로 멕시코 수비수들이 잘 하는 플레이다. 전반 22분 상황 때는 손흥민의 슛을 멕시코가 몸으로 막아내고, 재차 슛을 또 몸으로 막아내고, 마지막 왼발 슛마저 막아 코너킥으로 만들기도 했다.

멕시코는 스리백이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스위퍼 성향의 수비수 한 명 좌우에는 넓은 범위를 혼자 책임지며 윙백의 오버래핑을 지원할 수 있는 반 센터백, 반 풀백 성향의 단신 센터백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을 상대한 모레노가 182cm로 센터백 치고 단신에 속했다. 살시도는 지난 독일전에서 풀백을 맡았을 정도로 발이 빠르다.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멕시코 전통과 현대 축구의 흐름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내고, 스토퍼 성향의 수비수 두 명만으로 포백의 센터백을 구성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 역시 커버 범위가 넓고 공을 다루는 능력이 좋은 김영권, 장현수를 기용해 현대축구의 흐름에 맞는 선수 구성을 했다. 그러나 상대 공격수의 슈팅 타이밍을 읽고 마지막에 저지하는 능력은 멕시코가 한수 위였다. 한국 역시 김영권, 장현수뿐 아니라 기성용까지 적극적인 슬라이딩 태클로 상대 플레이를 방해하려는 블로킹 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장현수가 크로스를 블로킹하려다 불운하게 핸드볼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두 번째 실점 장면 때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슛 페인팅에 속아 장현수가 일찍 몸을 날려 블로킹에 실패했다.

몸을 날리는 수비는 깔끔하게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비해 수준 낮은 수비 방법으로 폄훼될 때도 있다. 그러나 승패를 가를 수 있고, 특히 최근 축구에서 그 중요성이 더 커진 플레이다. 동시에 멕시코 수비수들의 잘 하는 플레이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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