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김정용 기자= 그동안 지쳤던 건 마음이 아니라 몸이었을까. 러시아에 들어서고 휴식을 취한 뒤 대표팀 선수들의 발언이 갑자기 밝아졌다.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을 대비한 훈련을 가졌다. 베이스캠프에서 갖는 두 번째 훈련이다. 러시아 현지에서 사흘째를 맞은 한국은 전보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모습이었다. 훈련 전 기자회견을 위해 등장한 김민우와 이용 모두 밝게 웃으며 긍정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이용은 앞선 11일 세네갈과 가진 평가전에서 이마가 찢어져 반창고를 붙이고 나왔지만 “스웨덴전(18일)에 뛰게 된다면 움츠러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간판 스타 에밀 포르스베리를 가장 자주 막아서야 하는 이용은 “나는 소속팀에서도 맨투맨 수비를 많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담마크를 한다면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수비수들은 경쟁보다 누가 나가든 최상의 경기력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훈련때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용은 “우리보다 약팀이 없다. 월드컵이 1년 마다 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나 출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오자는 말을 우리끼리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우도 “경쟁보다 누가 나가든 이기는 게 우선이다. 박주호가 됐든 홍철이 됐든, 누가 나가든 좋은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대화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우는 군인 신분으로 월드컵에 참가하는 소감을 묻자 “기분이 좋다”고 대답했다. “나도 그렇고, 군인 신분으로 출전하는 선수가 두 명 더 있다. 월드컵에서 좋은 플레이 했던 선배들을 이어가기 위해 좋은 플레이를 준비 중이다.”

기자회견장은 화제가 된 ‘무리뉴’ 질문으로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스웨덴 기자가 신태용 감독이 ‘아시아의 무리뉴’로 불리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김민우는 웃는 얼굴로 “힘든 질문을 주셔서 당황스럽다. 신태용 감독님과 무리뉴의 능력을 비교할 순 없지만, 신태용 감독님도 자기 생각을 선수들에게 최대한 잘 이해시키려고 하는 감독님인 것 같다. 굉장히 공격적이고. 최근에는 수비적인 부분도 최대한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좋은 감독님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을 했다.

그동안 심각한 얼굴로 위기의식을 말해 온 대표팀과는 딴판인 분위기였다. 대표팀 선수들은 고된 훈련으로 인한 체력부담을 넘어 정신적 압박감에 짓눌려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었다. 이용과 김민우의 밝은 태도는 우려를 덜게 만들었고, 둘은 실제로도 정신적으로 위축된 적 없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없거나 위축된 적은 없었다. 다만 이동거리, 훈련 프로그램 때문에 지친 부분이 있었다. 그런 게 베이스캠프에서 회복도 하면서 한층 밝아지고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용)

“선수들이 베이스캠프에 오면서 월드컵이란 걸 실감하고 있다. 그 부분에 있어 선수들끼리도 걱정이나 두려움보다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하자고 말했던 부분이 선수들의 생각에 더 좋은 부분이 되는 것 같다.” (김민우)

준비 과정의 스트레스를 러시아 현지에서 덜어냈다는 건 긍정적이다.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사흘 더 남아 있다. 현지시간으로 15일부터 17일까지다. 대표팀은 15일과 16일 오전까지 훈련을 지행한 뒤 16일 오후 첫 경기 장소인 니즈니노브고로드로 이동한다. 여기서 17일 공식 기자회견과 경기장 적응 훈련을 가진 뒤 18일 스웨덴과 첫 경기를 갖는다. 급박하게 진행된 대회 준비는 어느새 ‘엔드 게임’에 들어섰다. ‘다 끝났다’라는 뜻이 아니라 ‘이제 마무리 단계다’라는 뜻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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