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김정용 기자= 김영권과 장현수의 중앙 수비 조합은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가장 못미더워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김영권, 장현수 모두 스웨덴을 상대로 무실점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김영권과 장현수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표팀 훈련을 앞둔 인터뷰다. 두 선수는 월드컵을 앞둔 마지막 단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부터 주전 조합을 맞춰 왔다. 이변이 없다면 18일 스웨덴전부터 시작되는 본선에서도 주전으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마침 개막전 다음날이었다. 아시아 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에 0-5로 대패하면서 세계적으로 아시아 축구에 대한 불신과 무시 분위기가 생겼다. 김영권은 “아시아 팀의 전력이 약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못 이기는 건 아니다. 계속 지면 격차가 더 벌어질 거다. 그래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강팀이다. 이번 월드컵에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마음가짐을 밝혔다. 장현수는 “개막전을 보며 월드컵이라는 곳이 어떤 퀄리티인지, 한 번 실수했을 때 우리 팀에 얼마나 마이너스될지 느꼈다“며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준비 상황 99%를 자부한 김영권

김영권은 “스웨덴전 준비는 오늘까지 해서 99% 완성 단계에 왔다. 준비한 대로라면 실점을 안 할 수 있게 준비했다”라고 패기 넘치는 발언을 했다. 수비수로서 가장 자신감에 넘치는 말이다. “수비에 대한 걱정은 계속 한국 축구를 따라다닌다. 나도 당연히 한국 수비수로서 걱정을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막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현재 한국 수비진에 대한 자신감은 그대로였다.

김영권은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초라하게 탈락했던 기억이 있고, 특히 알제리를 상대로 4실점했다. 김영권은 “알제리전에서 허무하게 졌던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하며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영권은 전날 대패한 사우디를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사우디 수비수들이 첫 실점 후 멘탈이 많이 무너진 것 같더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스웨덴전은 그렇게 되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

김영권은 물의를 일으킨 말 실수의 연속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적이 있고, 지금은 패러디의 대상으로 쓰이기도 한다. 김영권은 당시 받은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가족에게 집중했다. 기사 보는 게 사실 힘들더라. (휴대전화 포털사이트 화면의) 태그 중 스포츠를 없애봤다. 없애도 똑같더라. 많은 곳에 노출이 되니까. 친구들도 연락을 해 주는데 나도 모르는 일로 괜찮다 괜찮다 해 줬다. 그래서 태그를 없애도 똑같았다. 아무래도 가족의 힘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장현수 “분석은 끝났다, 집중력 싸움이다”

한국 수비의 관건은 스웨덴의 투톱 올라 토이보넨과 마르쿠스 베리를 막는 것으로 좁아져 있다. 장현수는 일단 두 선수에게 향하는 롱 볼을 막고, 주변 스웨덴 선수들의 2차 공격까지 싱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투톱 피지컬이 굉장히 좋지만 모르고 하는 것보다 알고 들어가는 게 좋다. 헤딩 상황에서 그 다음 선수가 중요하다. 세컨드볼 준비하는 선수가 중요하다. 감독, 선수, 코칭스태프 모두 분석했다. 준비만 잘 하면 크게 위협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중시하는 세트플레이는 훈련뿐 아니라 치료실에서 마사지를 받을 때도 숙지할 수 있게 벽면에 게시돼 있다. “세트피스는 우리의 장점이 될 거다. 그만큼 감독님이 중요시하신다. 치료실에 세트플레이 전술을 벽에 종이로 붙여서 선수들이 치료받을 때나 쉴 때도 그걸 보면서 많은 대화를 한다.” 장현수는 “공격만큼은 아니지만 세트피스 수비도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웨덴 매체가 스웨덴에 대한 생각을 밝혀달라고 요구하자, 장현수는 신태용 감독의 화법을 그대로 배운 것처럼 “스웨덴은 분석대로라면 4-4-2로 나올 것 같다. 분석을 여기 이야기해 버리면 노출이 될 수 있다. 그 부분은 대답을 하지 않는 게 낫겠다”며 ‘비밀주의’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장현수는 여러 차례 집중력을 강조했다. 경기 초반과 막판에 실점을 막으려면 특히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중력 싸움이다. 경기 초반과 막판은 감독님도 선수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집중력이 높다고 골을 안 먹는 건 아니지만 먹을 확률이 줄어든다. 집중력이 관건이다.”

 

장현수의 리딩, 김영권의 ‘멘탈’의 조합

두 선수가 월드컵에 나선다면 어떤 조합이 될까. 장헌수는 서로 장점을 꼽아달라는 요구에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라면서도 술술 이야기했다. “일단 영권이 형과 저는 비슷한 점이 많다. 공을 갖고 플레이하는 걸 좋아하는 유형이다. 그 점에 있어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그러므로 호흡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영권이 형의 장점은 정말 강한 멘탈이다. 그리고 중앙 수비가 왼발을 이렇게 잘 쓰는 게 쉽지 않은데 왼발의 위력이 좋다.”

김영권은 장현수의 장점으로 ‘리딩’을 꼽았다. “현수와 서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 보고, 생각을 들어봤다. 생각이 비슷하더라. 전술적으로 수비할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하나하나 생각이 맞는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파트너와 맞는 게 좋으니까. 현수 장점은 리딩이다. 수비수들, 포백과 스리백의 리딩 타이밍을 잘 생각한다. 내가 그게 많이 부족한데 현수가 그걸 옆에서 끌어줌으로써 옆에서 그걸 배우고 잘 따라가면 수비 조직력이 올라갈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잘 맞는 것 같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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