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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현장 리뷰] 최후에 웃은 이란, 아시아의 끈끈함 보여줬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6.16 01:58

[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김정용 기자= 모로코는 지난해 한국을 상대로 보여줬던 뛰어난 테크닉으로 초반부터 멋진 공격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란 특유의 끈끈한 수비는 아시아 밖에서도 경쟁력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이란은 행운의 자책골로 승리했다.

16일(한국시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크레스토프스키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1차전에서 이란이 모로코를 1-0으로 꺾었다.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B조에 편성돼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이란은 첫 경기에서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초반 압도한 모로코의 탁월한 기술

초반 30분 경기력만 보면 모로코가 이란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경기 양상이었다. 한국이 감독을 교체한지 얼마 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지난 10월, 한국을 압도했던 모로코의 위력이 그대로 나왔다.

모로코는 초반부터 점유율에서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진 듯 탐색전 없이 곧장 공격적인 축구에 들어갔다. 빌드업을 할 때 윙어 출신 라이트백인 누르딘 암라바트가 이란 진영 깊숙한 곳까지 전진해 공을 받으려 했다. 암라바트와 하킴 지예흐가 연출하는 오른쪽 컴비네이션이 이란 수비를 여러 차례 무너뜨렸다. 전반 4분만에 암라바트가 드리블 돌파에 이어 크로스를 올리자 유네스 벨랑다가 다이빙 헤딩슛을 날려 아깝게 빗나갔다.

오른쪽만 있는 게 아니었다. 모로코의 레프트백 아크라프 하키미는 레알마드리드 소속 유망주다. 하키미는 윙어 유망주 아민 하리트와 호흡을 맞춰 측면을 공략하다가 종종 오른발잡이답게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이란이 역습을 하려고 하면 세계적인 수비수 메드히 베나티아가 우아한 수비로 끊었다. 측면 공격에 중점을 두다가 기습적으로 음바라크 부수파가 중앙으로 쇄도하면 수비수들이 정확한 롱 패스를 전달했다.

모로코는 전반 19분 골을 넣었어야 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란 수비수들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이 2차, 3차 득점 기회로 이어졌다. 그러나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와 알리 베이란반드 골키퍼의 선방으로 모든 기회가 무산됐다.

 

금새 회복한 이란, 그러나 아즈문이 기회를 놓쳤다

이란은 초반에 겪은 혼란을 빠르게 극복하고 반격을 시작했다. 초반에 부정확한 패스, 불안한 빌드업으로 위기를 자초한 이란은 곧 경기장의 엄청난 소음과 응원 열기에 적응하고 조금씩 침착성을 되찾아갔다. 모로코로선 이란이 당황해 있던 초반에 득점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이란은 아시아에서 자주 보여준 끈끈한 수비력을 되찾았다. 여전히 공을 오래 쥐고 있는 쪽은 모로코였지만, 이란 수비가 살아나자 모로코는 위협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고 하프라인 근처에서 오래 공을 다뤘다.

이란은 모로코가 공을 잡고 우물쭈물할 때 패스미스를 끊어내 빠른 역습을 하며 위협적인 상황을 연거푸 만들어갔다. 베나티아는 점점 속도가 붙는 이란 공격을 제어하지 못했다. 이란은 여러 번 얻은 프리킥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지만 주도권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전반 42분 상황이 결정적이었다. 이란 원톱 사르다르 아즈문이 바히드 아미리와 공을 주고받으며 순식간에 모로코 수비진을 파고들었다. 아즈문의 속공을 막기 위해 모로코 수비진이 전력으로 따라갔지만 아즈문이 먼저 슛을 날릴 수 있었다. 그러나 슛은 모니르 엘카주이 골키퍼의 발에 걸려 무산됐다.

전반 44분, 모로코 골대 근처에서 좋은 기회를 잡았으나 이란 선수 두 명이 서로 공을 차려다 발이 엉켜 공격권을 잃어버렸다. 이 장면은 월드컵 본선에서 이란 선수들이 얼마나 시야가 좁아져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순간이었다.

 

더 끈끈해진 이란, 행운의 자책골로 승리

이미 이란이 흐름을 되찾은 뒤였기 때문에 후반전은 뒤늦은 탐색전처럼 느리고 끈질기게 진행됐다. 양쪽 모두 전반전보다 수비가 강했기 때문에 좀처럼 득점 기회가 나지 않았다.

점점 모로코의 약점이 보였다. 모로코는 오른쪽에 비해 왼쪽이 약했다. 왼쪽 측면의 아민 하리트, 그 옆에 배치된 미드필더 음바라크 부수파는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다가 공격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는 장면이 한두 차례씩 나왔다. 유일하게 국내파인 원톱 아유브 엘카비가 깜짝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기력했던 것도 테크닉에 비해 득점력이 부족했던 이유였다.

그런 와중에도 모로코가 우세한 가운데 공방전이 벌어졌지만 이란이 여전히 끈질기게 막아냈다. 모로코의 슛은 이란 선수의 육탄방어에 막히거나, 알리 베이란반드 골키퍼의 선방에 저지당했다.

두 팀 모두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가운데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암라바트는 공 경합 중 충돌한 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후반 30분 동생 소피앙 암라바트와 교체되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두 팀 모두 공격진을 바꾸며 한정된 기회를 골로 바꾸려 시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격 축구를 하는 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감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추가시간에 이란이 승리를 따냈다. 세트피스에서 집중력으로 이득을 보는 이란 특유의 팀 컬러가 월드컵에서도 통했다. 이란은 마지막 세트피스 기회에서 문전으로 달려들었다. 이때 모로코의 조커 공격수인 아지즈 부하두즈가 다이빙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을 자기 골문에 집어넣어 버렸다. 이란 선수들이 일제히 코너 플래그 앞 서포터들에게 달려가 승리를 자축했다. 

결국 B조 ‘2약’으로 꼽혔던 두 팀의 경기는 이란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모로코의 매끄러운 기술은 인상적이었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했고 비효율적인 면이 있었다. 이란은 초반 열세에서 빠르게 회복했고, 어떻게든 승리하는 특유의 얄미운 팀 컬러를 월드컵에서도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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