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아산무궁화축구단이 수원FC 원정에서 완벽한 2-0 승리를 거뒀다. 3연승을 달리던 수원FC의 파죽지세는 아산의 강력한 압박 축구에 제동이 걸렸다. 송선호 감독은 팀내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되던 스트라이커 자원 부족을 무정형 투톱 배치를 통한 4-4-2 포메이션으로 극복했다.

아산이 보여준 축구는 인상적이었다. 수원FC가 경기 시작과 함께 호주 공격수 브루스 지테를 활용한 솔로 플레이로 먼저 기회를 만들었으나, 그 이후 수원FC의 공격 과정은 아산의 하프라인을 넘기도 버거워 보였다.

#하프라인 못 넘은 수원FC, 극한 압박 펼친 아산의 2-4-4

아산은 K리그클래식의 광주FC를 연상시킨 무지막지한 전방 압박을 구사했다. 투톱으로 나선 남준재와 한지호, 좌우 측면 미드필더 공민현과 이현승이 전방에서 수원FC 포백 라인의 후방 빌드업을 적극적으로 괴롭혔고, 좌우 풀백 김준엽과 주현재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김은선, 임선영과 나란히 일자 대열을 맞춰 전진해 하프라인 부근에서 콤팩트한 압박 그물을 형성했다.

배후에 황도연과 최보경으로 하여금 롱볼 패스를 통한 배후 공격에 대비한 아산은 라인을 적극적으로 높여 상대 공격을 기점부터 차단하고 빠른 속공으로 공격에 나섰다. 공 소유권을 확보하면 아산은 투톱과 좌우 측면 미드필더가 수시로 스위칭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 수비를 교란했다. 남재준재는 좌측면으로 빠지고, 한지호는 우측면으로 빠졌다. 이현승이 중앙 2선으로 진입하고, 공민현도 문전으로 자주 진입했다. 

여기에 중앙 미드필더 임선영까지 공격에 가담하고, 좌우 풀백도 측면 공격에 지원을 나서 공격 상황에서도 숫자 싸움에서 앞섰다. 아산은 전체적으로 신장 180센티미터 이상의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들을 앞세워 공수 상황 양면에서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활용했다. 강하게 부딪히면서 공간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공간으로 침투 패스를 연결한 뒤 페널티 에어리어를 공략했다.

아산은 실질적으로 제로톱 전술을 썼다. 2선에 네 명의 전투적인 미드필더, 빠르고 힘 좋고, 킥이 좋은 미드필더를 배치해 원거리 슈팅과 활발한 크로스 전개로 수비를 흔들었다. 문전에서 확실한 마침표를 찍어주거나, 포스트 플레이를 구사하는 선수가 없었지만 센터백과 풀백 사이 공간, 골키퍼와 센터백 사이 공간을 집요하게 노리며 골로 가는 루트를 찾으려 했다. 실상 2-4-4-0에 가까운 포진이다.

전체적으로 아산이 경기를 지배한 배경에는 전반 4분 만에 나온 이른 선제골이 있었다. 주현재가 길게 넘겨준 스로인을 문전 우측에서 이어 받은 임선영은 절묘한 1차 트래핑 이후 빠르게 골문으로 돌아서며 니어 포스트 틈바구니로 마무리 슈팅을 연결했다. 

이 과정이 워낙 빠르고 정확했는데, 수원FC 골키퍼 박청효가 볼을 잡으려다 다리 사이로 빠트리는 실수까지 범했다. 골키퍼 실책도 뼈아팠지만, 임선영의 솔로 플레이도 워낙 뛰어났다. 중앙 미드필더인 임선영을 갑작스런 침투에 수원FC 수비진은 그를 완전히 놓쳤다.

아산의 4-4-2 포메이션은 유연했다. 포메이션 특유의 경직성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두 측면 미드필더와 투톱이 서로 어느 위치든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인데다, 두 명의 미드필더도 공수 능력을 겸비해 전술 유연성이 뛰어났다. 두 풀백 역시 키가 크고, 공격 능력이 좋아 측면 미드필더 역할까지 커버했다. 송선호 감독의 4-4-2는 포지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유기체였다.블록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자기 재능을 뽐냈다. 많이 뛰고 격하게 뛰면서도 창조적이었다.

이 장면 이후에도 전방의 네 명의 선수가 이곳저곳 위치를 바꿔가며 전개한 아산의 공격이 위협적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몸싸움이 격렬한 경기였다. 수원FC의 포백을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정훈은 이 과정에서 전반 29분 만에 두 장의 경고를 받고 퇴장 당했다. 수원FC는 전반전에 두 센터백 블라단과 레이어까지 경고를 받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수적 열세에도 공격 집중한 수원FC, 교체 전략도 탁월한 아산

수원FC는 0-1로 끌려가는 상황에 수적 열세까지 처했으나 공격 숫자를 줄이지 않았다. 특별한 교체 없이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임창균과 서상민에게 중원 지역에서 더 많은 움직임을 주문했다. 결국 포백과 미드필드 사이에 필연적으로 공간이 생겼다. 다만, 전반전에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많은 체력을 소모한 아산도 후반에 지친 모습을 보여 수원FC에 기회가 왔다. 수원FC는 수적 열세에도 라인을 내리지 않고 공격에 집중했다.

아산은 전방 압박이 둔화된 후반전에도 4-4-2 포메이션의 장점을 십분 살렸다. 두 명의 센터백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위험 지역을 확실하게 지키면서 수원FC가 후반전 공격을 주도하고도 이렇다가 슈팅 기회를 잡지 못하게 했다. 아산은 체력이 떨어진 후반전에 실리적인 역습 작전을 폈다. 역습 공격은 나갈 때마다 위협적이었다. 코너킥과 프리킥도 전담한 한지호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강하고 날카로운 슈팅력과 활발한 돌파를 보였다. 남준재가 부지런했다면 한지호는 날카로웠다.

아산은 교체 자원으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후반 37분 수원FC의 공격 기세가 떨어지자 한지호의 패스를 받은 정성민이 문전 우측으로 침투해 각이 부족한 상황에도 날카로운 마무리 슈팅에 성공했다. 이 골 이후 수원FC는 추격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 부천FC1995시절 수비적인 5-3-2 포메이션으로 성공을 거둔 송선호 감독은 자신의 전술적 무기가 더 많다는 걸 아산 부임 이후 증명하고 있다. 관건은 후반전까지 밀도를 유지하고, 시즌 내내 가동할 수 있는 지속성이다. 체력 한계가 찾아올 후반전 대응법을 구축해야 한다.

정훈의 퇴장으로 임창균과 서상민의 체력 소모가 커졌고, 이승현 백성동 브루스에게 공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추가 실점 허용 전까지 수원FC는 분투했다. 정훈이 빠진 중원 지역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전반전에 전진이 부족했던 좌우 풀백 황재훈 정철호가 더 많이 올라왔다. 그런 와중에 화력이 아쉬웠던 배경에는 측면에서 배급하는 크로스의 날카로움이 있었다. 

올 시즌 K리그챌린지는 성남FC가 기대 이하의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 전술적으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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