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성남] 김정용 기자= “선수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우리 잘 해 봅시다.”

박경훈 성남FC 신임 감독은 선수들에게 친절하고 정중한 말투로 다가갔다. 2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탄천종합운동장의 선수단 숙소에서 성남 선수단이 소집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에서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성남 선수단이 새 시즌 준비를 위해 다시 모인 자리다.

제주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외따로 떨어진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했던 것과 달리, 성남 숙소는 아래층 운동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야 하는 구조다. 로비에서 기다리던 팬이 박 감독에게 다가가 선수 영입 계획을 물었다. 박 감독은 승강기가 도착할 때까지 "한 명은 거의 정해졌고, 나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노력 하고 있어요"라고 대답을 했다. 

성남의 새 코칭 스태프는 감독실에 둘러앉아 인사를 하고 얼굴을 익혔다. 박 감독부터 이도영 수석코치, 변성환 코치, 김희호 코치, 이충호 골키퍼코치, 셀소 실바 피지컬코치, 김태호 비디오분석관, 박은규 통역까지 8명이 둥글게 둘러앉았다. 올해 성남에서 자주 볼 수 있을 새로운 풍경이다. 박 감독은 코치뿐 아니라 지원 스태프들에게도 다양한 의견을 묻는다. 전임 감독들이 주로 혼자 고민하고 답을 내놓는 스타일이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박 감독은 실바 피지컬 코치와 초면인 코치들을 소개하며 “실바, 앤더슨 실바, 유에프씨 플레이어. 유 해브 세임 네임”이라며 약간의 격투기 흉내로 분위기를 풀었다.

박 감독이 이날 말한 것 중 지시와 지령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대화였다. 제주 시절부터 박 감독에게 여러 의견을 전달해 온 이도영 코치가 이튿날 훈련에 대한 생각을 밝히자 박 감독은 "좋네. 그렇게 합시다"라고 대답했다.

잠시 후 선수들을 소집한 박 감독은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라는 인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 코칭 스태프들, 오장은, 배승진, 김영신, 장은규를 비롯한 영입 선수들, 신인 선수들이 앞에 나가 자기소개를 했다. 이름과 나이를 밝히고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선수들은 꼭 전학 온 학생 같은 분위기였다.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온 수비수 배승진은 “친하게 지내자”라는 말도 했다.

인사와 소개가 끝나고 선수들은 각자 방 배정과 숙소 정리를 위해 재빨리 흩어졌다. 김두현은 박 감독의 소집 첫인상에 대해 “올림픽대표 때(2004 아테네올림픽, 당시 박경훈 코치) 짧은 인연을 맺은 뒤로 처음 함께 한다. 보시다시피 전 감독님들보다 부드러운 스타일이시다”라고 했다.

김두현은 새로운 코칭 스태프의 스타일이 팀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이야기하길 꺼렸다. 대신 선수들의 각오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존댓말을 하시지만 나중엔 곧 반말을 하시지 않겠나. 새로 온 선수들이 어색할까봐 부드럽게 해 주시는 것 같다. 어떤 스타일로 다가오시든 우리 선수들이 잘 해야 한다. 우리가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한 김두현은 여전히 강등에 대한 책임감을 안고 있는 기색이었다.

박 감독도 강등 이후 가라앉았을 선수단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다. “지난번 선수들과 상견례 할 때 보니까 분위기가 어찌나 안 좋았는지 모른다. 강등됐으니까 당연하지. 원래 크리스마스 뒤에 훈련을 조금 하면서 선수 파악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일단 쉬게 뒀다. 회복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단체 인사가 끝난 뒤, 아직 희망 등번호를 제출하지 않은 선수는 게시판에 1지망부터 3지망까지 원하는 번호를 썼다. 각자 방으로 흩어진 선수들은 정리를 하거나 개인 운동을 준비했고, 저녁 식사 계획을 짜기도 했다. 성남은 3일부터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러닝과 공을 만지는 가벼운 훈련 등으로 근육을 깨우며 본격적인 훈련을 준비한다. 5일엔 첫 전지훈련 장소인 경상남도 남해로 떠난다.

선수들과 프런트가 받은 공통 인상은 박 감독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감독”이라는 점이었다. 한 프런트는 “전임 감독들 중에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는 분들이 많았다. 박 감독은 식사 자리에서 가장 어린 스태프까지 골고루 말을 걸며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전과 다른 스타일이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소통은 잘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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