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14년간 이어오면서 두 세번 정도 굉장히 어려운 시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혼자 하면서 개인적으로 힘들다는 생각도 몇 번 했고, 포기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한 적도 있다.”

홍명보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뒤 홍명보장학재단을 만들었고, 2003년부터 홍명보자선축구를 열기 시작해 14년째 빠짐 없이 개최하고 있다. 27일 오후 7시 장충체육관에서 려는 ‘KEB 하나은행과 함께하는 Share the Dream 풋볼 매치 2016’을 앞두고 23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선수 생활을 그만 둔 이후 홍 감독은 축구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으나, 그 보다 앞서 힘을 쏟은 일은 장학재단 사업이다. 어려운 환경의 선수들, 그리고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홍명보 감독의 장학재단은 자선 경기를 통해 그 이름을 크게 알렸고, 이를 통한 기부 규모가 컸다.

#중단 위기 넘긴 홍명보 자선축구, “멈출 수 없는 위치에 왔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정과 더불어 국내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자선경기 개최와 후원, 기부 등 다방면에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홍 감독은 “우리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후원 규모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멈출 수 없는 위치까지 왔다.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어렵고 힘들지만 “어렵더라도 조금씩 더 아껴쓰면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외 사례를 찾아봐도 이토록 긴 기간 동안 꾸준히 이어진 자선 축구 대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과 남미 등 축구 선진국에서도 단발성 이벤트로 그친다. 아시아에서는 홍명보 자선 경기의 규모와 영향력이 가장 크다. 이미 한국 축구의 연례 행사이자 전통이 됐다. 홍명보 자선축구의 영향으로 다른 자선 스포츠 경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홍 감독은 “끊임없이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선후배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었다며 자신의 공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작은 생각에서 시작했고, 하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생겼다. 우리 후배 선수들이 사회공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는 일에 대해 높은 인식을 갖게 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한다”는 말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홍 감독은 최근 다른 종목에서도 자선 경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선 스포츠가 중요하다. 땀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스포츠의 위상이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다른 스포츠와도 자선 경기가 연결될 수 있다면 같이 할 수 있다”는 말로 연대와 규모 확장을 통해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일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홍 감독의 말처럼 이날 미디어 데이에 동석한 국가 대표 골키퍼 김승규는 “처음에 올 때는 국가 대표팀에 소집된 느낌이었다. 난 어렸고, 유명한 선수들과 같이 뛰어본 게 처음이었다. 이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축구 외적으로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했다. 강원FC 공격수 이근호 역시 “항상 연말에 이 대회를 치르며 올 한해를 잘 보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사회 공헌의 의미도 있지만 선수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다. 이근호는 “선수들은 일년 내내 경쟁 속에 힘든 경기를 치른다. 연말에 즐겁게 웃으면서 긴장도 늦추고 치를 수 있는 대회는 홍명보 자선 축구 대회다. 즐거울 것 같다”고 했다. 김승규 역시 자선경기 임에도 과거 참가한 대회에서 놀라운 선방을 여러 차례 보여 화제가 됐다. 김승규는 “보러 오시는 관중들에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에도 (이)근호 형이 세리머니를 못하도록 준비하겠다”며 농담을 섞어 말했다.

홍명보 자선축구의 키워드는 따듯함이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 그리고 경기를 통해 나눌 수 있는 것 모두 치열함 보다는 따듯함과 나눔에 방점이 찍혀 있다. 

#홍명보 자선축구에 홍명보가 없는 이유

홍명보 자선축구에 정작 홍명보 감독은 경기를 뛰지 않은지 오래됐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지금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다보니 수준 차이가 나서 사양하는 편이다. 팬들은 젊고 유능한 선수들을 더 많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선수들이 뛰는 게 더 보기 좋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자선경기에는 유럽 및 K리그 무대를 누비는 국가 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참여해 팬들의 호응이 크다. 여기에 여자 축구 선수들과 유망주 선수, 연예인 선수들이 합세한다. 여자 축구를 알리고 유망주 선수들에게 경험을 줄 수 있는 기회로도 삼고 있다. OB 선수들이 들어가는 것은 분위기상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다만 홍 감독은 다시 추억의 선수들과 뛰는 기회를 만들 의향은 있다고 했다. “나중에 우리 세대가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서, 나 뿐 아니라 나와 함께 뛰었던 동료들과 뛰어보고 싶다. 2002 멤버들은 계속 같이 활동을 하고 있다. 한 명 빼고 다 은퇴했다. 각자 사회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팬들에게 좋은 추억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언젠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다른 봉사 활동이나 자선 경기를 통해 추진해볼 수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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